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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포항의 산줄기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6. 미리 드리는 말씀
투데이포항 기자 / 입력 : 2014년 04월 25일(금)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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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2년 5월부터 2013년 6월 사이 포항 땅을 답사해 만든 보고서입니다. 세월이 지나면 땅 모양도 많이 변합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달라지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답사 기간에 유의함으로써 이해에 혼란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포항 땅을 살피는데 있어서, 지명이나 고사(故事)와 관련해 주로 검토한 자료는 △530년 전 지지(地誌)인 ‘동국여지승람’ △250년 전 편집된 ‘여지도서’ 중의 읍지들 △150년 전에 제작된 ‘대동여지도’ △100년 전에 일본제국이 만든 사상 최초의 지형도 △80년 전에 수합된 ‘영일군읍지’ △40년 전에 다시 정리된 포항․영일 지리지 ‘일월향지’ △30년 전에 채록된 ‘한국지명총람’ 경북편 △20년 전 출판된 ‘경북마을지’ 등입니다.
 
동국여지승람은 1486년에 편찬된 ‘전국지리지’입니다. 그 후 일부 내용을 보강해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이란 이름으로 발간됐습니다. 대부분은 1차 편찬된 내용이어서 530년 전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신증’이란 표현 없이 표기키로 했습니다. 저것에 50년 앞서서는 ‘신찬팔도지리지’(1432)가 완성된 바 있고, 저것 이후에는 각 군현별 읍지 편찬이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여지도서’(輿地圖書)도 전국 읍지로, 313개 읍지를 그 모양 그대로 모은 것입니다. 1760년 전후 8년에 걸쳐 펴내졌고, 채색지도를 갖췄으며 사회경제적 분야에 관한 서술이 강화된 게 특징이라 합니다. 포항권역의 여러 군현(郡縣) 읍지도 포함돼 있습니다. 
 
‘대동여지도’(1861)의 특징은 전국의 산줄기 연결상을 파악해 축척에 맞춰 그린 점이라 합니다. 여기에는 많은 산의 이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 중 상당수는 현장에서 실제로 불리던 이름은 아닌 듯합니다. 그 산과 인접해 있는 마을 이름을 갖다가 산 이름으로 쓴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 보이는 것입니다.
 
앞에서 본 ‘여지도서’나 이 ‘대동여지도’라는 이름 속의 ‘여지’는 넓은 땅 덩이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대동여지도’는 ‘대동여-지도’가 아니라 ‘대동-여지-도’라고 띄어 읽어야 맞을 듯합니다. ‘대동’은 ‘대한’과 비슷한 말일 터이고, 거기다 ‘여지’를 붙이면 ‘대한민국’과 외연이 비슷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100년 전에 일본제국이 만든 지형도는 사상 최초로 등고선을 도입해 우리 땅 모양을 그려낸 것입니다. 축척은 1대 50,000이고, 포항 지역 것은 1918년에 간행됐습니다. 등고선을 써서 그리다 보니 우리 땅의 모습이 거의 대부분 반영됐으며, 그래서 지명을 전례 없이 세세히 실어야 하게 됐던 자료라고 봐야겠습니다.  
 
‘영일읍지’(1929)는 1914년에 ‘영일군’이라는 행정권역이 설정되고 난 후 그걸 대상으로 만들어진 첫 지리지입니다. 내용이 전례 없이 소상할 뿐 아니라, 종전 경주 소속이어서 관련 기록이 소략하던 죽장․기계․기북․신광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폈습니다. 흥해향교가 주축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월향지’(1967)는 영일읍지를 보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지명총람’은 한글학회에서 20년에 걸쳐 전국 지명을 조사해 채록한 것입니다. 경북 것은 1979년에 4권으로 발행됐습니다. 정확도가 어떻든 관계없이, 30년 전의 인식을 살필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자료입니다. 이 자료가 현재의 국가기본도 지명 표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됩니다.
 
‘경북마을지’(1990)는 경북 전역의 마을들 구성 및 역사와 이름 유래 등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 책이 싣는 땅 그림은 산줄기 그림 즉 산경도(山徑圖)입니다. 도로 중심의 지도에 익숙한 독자라면 어디가 어디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익숙해지면 지형 판단에 훨씬 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각각의 산경도에서 물줄기는 대부분 생략하고, 반드시 필요할 때만 그려 넣도록 했습니다. 산줄기 중, 주제가 되는 산줄기 및 1차 산줄기는 빨간 선으로 그렸습니다. 그 외의 산줄기는 검은 선으로 그리되, 꼭 필요할 경우 또 다른 색깔을 사용해 산줄기 종류를 더 분간키로 했습니다. 산줄기였으나 택지 혹은 도로 등으로 변한 경우, 그래서 숲이 사라짐으로써 일반인들이 산줄기의 맥이 그리로 흐르는 줄 알기 힘든 구간은 점선으로 표시합니다. 
 
개별 봉우리는 △로 나타내되, 특별히 둥글 넙적할 때는 △대신 넓은 면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러 개의 봉우리를 거느리는 산의 이름은 그와 별개로 표시한 경우가 있습니다. 잘록이는 ∥로 표시했습니다. 
 
지형이 유독 평평한 구간은 ▭부호로 표시할 때가 있습니다. 능마루만 그런 게 아니라, 봉우리 정점이나 잘록이 부분이 평평해도 저 부호를 활용키로 했습니다.
 
봉우리나 잘록이가 아닌 지점이라도 특별히 높이를 알 필요가 있는 곳에는 ◯표시를 해서 해당 지점을 나타내도록 했습니다. 산줄기가 갈라져 가는 곳이어서 분간할 필요가 있거나, 높게 올라 평평해지는 지형이어서 등산 지표가 필요한 곳 등이 대상입니다.
 
산에서 지점 판별에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인공 시설물에는 헬기장과 측량용 삼각점 표석이 있습니다. 헬기장은 Ⓗ로, 삼각점 표석은 필요할 경우 지형도 범례를 따라 삼각형 안에 점을 찍은 도형으로 표시해 두겠습니다.
 
도로나 임도 산길 등은 필요한 부분만 극히 일부 표시하되,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양선이나 점선을 사용토록 했습니다. 행정구역 경계선도 필요한 곳에만 조금씩 표시했고, 저수지는 파랗게 칠해 지형 판별의 자료로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을은 집 그림을 몇 개씩 그려 나타내되, 큰 도읍일 경우 면을 써서 규모를 표시할 수도 있게끔 했습니다. 
 
산경도는 모든 산줄기와 모든 봉우리를 다 그린 것이 아닙니다. 그때그때 다루는 주제와 관련해 주목할 것을 위주로 표시했습니다. 실재 산줄기라도 현장에서 주변 지형 판단에 도움 안 되는 것은 제외시켰습니다. 등산에 유일한 길잡이로 삼기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산줄기 그림의 방위(方位)는 흔들리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림의 위가 북쪽, 오른쪽이 동쪽입니다. 반면 축척(縮尺)은 가지런히 하지 못했습니다. 미세한 부분을 다룰 때는 확대해 그리고, 넓은 범위를 다뤄야 할 때는 축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서도 살폈듯, 산경도는 산줄기의 흐름만 표시할 뿐 그것의 폭은 나타내지 못합니다. 이 점에 유의해서 읽어야 합니다. 특히 산자락 끝부분의 경우, 그림에선 단선으로 나타나더라도 실제로는 부채꼴로 펼쳐져 있으리라 보면 사실에 가까울 것입니다.
 
등산로와 산줄기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차이에도 유의해야 합니다. 등성이 산길은 능마루로 나는 게 보통이지만, 걷는데 편할 경우 다른 노선을 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주의해야 할 구간에서는 별도로 등산로를 표시하겠습니다.
 
높이 표시의 최종 잣대로는 국가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이 만든 국가기본도 중 1대5,000 지형도 것을 택했습니다. 그러되 소수점 이하(1m미만) 값은 사사오입해 반영했습니다. 1대25,000 지형도도 그런 방식으로 높이를 표시합니다. 1대5,000 지도에마저 값이 명시 안 된 지형의 높이는 등고선으로 판단하되, 5m 간격의 등고선 중 낮은 값을 택했습니다.
 
산경도 외에, 문장을 통한 설명에서는 또 다른 서술양식도 채택키로 했습니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지형은 해발(海拔) 높이를 사용해서 ~m봉 ~m재 등으로 가리켜 보이겠습니다. 국가기본도나 다른 자료에 그 이름이 나타나 있더라도 직접 검증하지 못한 경우 역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럴 때는 검증되지 못한 명칭을 괄호 안에 넣어 두겠습니다.
 
이름이 검증된 경우엔 높이를 지명 뒤의 괄호 안에 넣어 표시하겠습니다. 비슷한 경우로, 사람 이름 뒤의 괄호 안 숫자는 나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책 이름 뒤의 괄호 안 숫자는 출판년도입니다. 
 
한 봉우리서 갈라져 내리는 산줄기는 그 방향에 따라 북릉(北稜) 남릉(南稜) 등의 이름으로 가리켜 보이겠습니다. 677m봉서 동쪽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는 ‘677m봉 동릉’, 비학산서 남쪽으로 이어가는 산줄기는 ‘비학산 남릉’이 되는 식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거리는 ‘평면거리’입니다. 오르내리는 걸 배제하고 그 밑바닥 흐름만 따라 잰 거리를 말합니다. 때문에 물길의 경우 평면거리가 그대로 실제 따라 걷는 거리가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산줄기는 오르내림으로써 ‘입체거리’가 측정돼야 옳겠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표시하는 산줄기 거리는 실제의 입체거리보다 짧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시간거리’라는 개념도 때로 활용하겠습니다. 걷는데 걸리는 시간으로써 거리를 가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많이 걷는 이들에 따르면, 보통 수준의 산길은 1시간에 2km 정도를 걸을 수 있습니다. 10분당 400m 미만이 될 것입니다. 걸은 시간이 10분쯤 되면, 지형도와 맞춰볼 때도 “350여m 왔겠구나”하고 대조하면 참고가 될 듯합니다.
 
그보다 시간이 덜 걸리는 산길은 상당히 평평한 구간이라 판단하면 될 것입니다. 그보다 시간이 더 걸렸을 경우엔 걷는 이의 등산능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나름의 잣대를 따로 만들어야겠습니다.
 
오르막은 100m 오르는데 10분 정도 걸립니다. 1분에 10m 가량 걸어 오를 수 있는 셈입니다. 보통 수준 산길 속도의 4분의 1쯤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2분 오르고 3분 내려설 경우, 20m 오르고 30m 하강한 것으로 판단하면 되겠습니다.
 
시간거리를 활용하면 등반시간을 대충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포항 향로봉은 높이가 932m이고 그 남쪽 계곡 안 시명마을 터는 해발 400m입니다. 고도 차가 532m이니, 밑에서 오르는데 도합 53분 전후 걸리겠구나 예상하면 거의 맞아 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당부 드려 둘 바가 하나 있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지리 정보를 맹신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현장 산봉우리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 정상 표석들에 새겨진 정보부터 의심해야 합니다.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엉터리 정보를 믿고 엉터리로 새겨 세운 표석이 매우 많습니다.
 
산줄기를 파악해 안내하는 정보의 경우, 현장 답사 없이 도상 검토만으로 제작된 경우가 간혹 발견됩니다. 그러다보니 현장과 어긋나게 선을 그어서는, 결국 산줄기가 물을 건너다니도록 그려지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참고 자료로만 여기고 비판적으로 읽어야겠습니다.
 
지도는 더욱 그러합니다. 민간에서 만들어 파는 상업지도는 물론이고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작해 파는 국가기본도까지도 과신해서는 안 됩니다. 현장과 다른 게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잘못된 것은 지명입니다. 일본제국이 100년 전 아무렇게나 기입해 둔 엉터리 지명이 세계 10대 강국이라는 21세기의 대한민국 지형도에 그대로 실리는 경우까지 흔합니다. 지명조사 의지나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지도를 만들다 보니 빚어진 결과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런 지형도에서는 심지어 높이 표시까지 오락가락합니다. 동일한 지형을 나타낸 지형도일지라도, 축척에 따라 다르고 제작 연도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심할 경우 등고선 숫자조차 차이 날 때가 있습니다. 5년 전 만든 지형도에는 없던 봉우리가 이번에 나온 지도에는 그려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슨 자료든 비판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특히 지명은 현지 어른들이 전승해 온 것에 절대 충실해야 합니다. 그 어른들이 바로 저 땅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저 전래명칭을 되찾는 것이 이번 답사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책 또한 맹신하지 말기 바랍니다. 고의는 아닐지라도 결과적으로 잘못된 엉터리 정보가 끼어들었을 위험성은 이 책에도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 책 역시 비판적으로 읽어야 합니다.
 
이 책이 목표로 하는 바는 “내 말이 옳다”고 억지 부리는 게 아닙니다. 우리 땅을 제대로 이해하고 완벽한 우리 지도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것일 뿐입니다. 완벽한 지도는 국토지리정보원이라는 기관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저 넓은 땅의 지명을 어떻게 저 조그만 기관 및 그 하청업체들이 모두 다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완벽한 우리 땅 지도는, 우리 국토에 대한 깊은 애정에 바탕한 냉철한 비판적 접근이 쌓이고 쌓여야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는 날까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으고 애정을 모아야겠습니다.

(박종봉 투데이포항 고문)
투데이포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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