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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고래고원
투데이포항 기자 / 입력 : 2014년 07월 13일(일)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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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고래고원


하옥북릉 분기점인 710m봉을 지나면서 낙동정맥은 본격적으로 포항 구간의 주행을 시작합니다. 주왕산 권역의 별바위봉을 떠난 지 14km, 피나무재서 출발한 지 11km만입니다.


이후 낙동정맥은 40km에 걸쳐 포항 땅을 통과합니다. 낙동정맥 전체 거리(평면 기준)를 350km라 할 때 그 10% 이상의 거리가 포항과 관련된 셈입니다. 포항이 낙동정맥에서 얼마나 중요한 땅인가 자연스레 드러내 보이는 숫자일 터입니다. 그리고 저 40km 중 30km는 죽장면을 지납니다.


낙동정맥이 포항 땅에서 처음 거치는 마을은 죽장면의 하옥리입니다. 그리고는 바로 이어 상옥리 서쪽 외곽이 됩니다. 하옥리와 상옥리는 ‘포항의 지붕’이라 부를만한 특이한 땅덩이입니다. 둘을 포괄하는 죽장면 권역을 먼저 전체적으로 살펴두고 답사를 이어가는 게 좋겠습니다.


죽장면은 유례 드물 특성을 하나 가졌습니다. 이 땅의 물이 한데로 모여 흐르는 게 아니라 산지사방으로 흩어져 간다는 게 요체입니다.


앞서 봤듯 상하옥리 물은 대서천을 이뤄 북쪽으로 흐르다가 영덕 오십천에 합류해 동해에 들어갑니다. 상하옥리 구간 낙동정맥 능마루에 떨어지는 빗물은 서쪽 청송 땅의 용전천으로 흘러 가 반변천을 거쳐 낙동강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상하옥리의 동쪽 경계선에 떨어진 빗물은 곡강천을 따라 칠포로 가거나 서정천을 타고 동해의 월포로 향합니다. 죽장의 또 다른 지점 물은 청송의 길안천으로 내려섭니다. 상옥리 남단에서 더 남쪽으로 곧장 흘러내리는 물은 기계천을 거쳐 형산강에 합류합니다. 그 인근 지점 빗물은 남서 방향으로 굴러가 대구로 이어지는 금호강의 최상류가 됩니다. 먼저 자호천을 이뤄 영천호에 갇혔다가 금호강을 거쳐 낙동강에 이르는 것입니다. 영천호 물은 당연히 영천 물일 줄 여기기 쉽지만, 기실은 포항 물이 대부분입니다.


죽장 물이 도대체 몇 개 방향으로 흩어져 간다는 말일까요? 현지인들은 저 숫자를 다섯이라 보고, 상옥리를 ‘다섯 강의 머리’라는 뜻에서 ‘오강지두’(五江之頭)라 합니다.


물이 저렇게 여러 방향으로 흐르듯, 죽장이 접한 이웃 면(面) 또한 숫자가 많습니다. 포항의 기계면 기북면 신광면 청하면 송라면, 영덕의 남정면 달산면, 청송의 부동면 부남면 현동면 현서면, 영천의 화북면 자양면 등, 무려 13개에 이릅니다. 다른 데서도 볼 수 있는 일일까요?


필자가 신기해하자, 누군가는 죽장의 길 역시 사통팔달이라고 환기시켜 줬습니다. 심심산골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경고였습니다. 그래서 자동차 통로를 헤아려보니, 청송으로 이어 가는 꼭두방재 통점재, 기계로 가는 한티재, 기북을 잇는 생법재, 청하를 잇는 샘재 등 산줄기 넘는 재가 5개, 영천 영덕 쪽으로 물길을 따라가는 수구(水口)통로가 따로 2개, 합쳐 무려 7개 방향으로 연결로가 확보돼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죽장이 여러 산줄기의 분기점임을 알리는 바로 그것입니다. 또한 물줄기의 분기점임을 가리키는 일이기도 할 테고요. 물줄기는 산줄기에 의해 생겨나니까 말입니다.


이렇게 산줄기 물줄기가 산지사방 갈라져 나가는 저곳은, 필자로 하여금 금방 지붕을 연상케 했습니다. 지붕은 그 물매의 생김에 따라 여러 개로 방향을 갈라 붙이고 빗물을 다양한 방면으로 갈라서 내려 보내는 덮개이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맞배지붕은 최소 두 방향, 팔작지붕이면 최소 네 방향으로 물을 갈라 흘립니다. 그래서 죽장 또한 포항의 지붕 같이 느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낙동정맥이 주왕산 권역 종주를 끝내고 죽장 땅으로 들어선다는 것은, 저 큰 산줄기가 드디어 포항의 지붕 위로 올라선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죽장이라는 포항의 지붕 중에서도 용마루가 집중된 곳은 상옥리 즈음입니다. 지대가 특별히 높을 뿐 아니라, 자동차도로의 재가 무려 4개나 되는데서 짐작할 수 있듯 굵직굵직한 용마루들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것입니다. 저런 특성을 주목해서 옛 어른들은 상옥 일대를 ‘비지(飛地)고원’이라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상옥을 ‘고래고원’이라 지칭키로 했습니다. ‘고원’이라 하는 것은 그곳이 높고 평탄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상옥리 마을과 들의 높은 곳은 고도가 해발380~400m에 달합니다. 저 높은 지대에 매우 넓은 평탄면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고원입니다. ‘고래’는 상옥리의 본명이라 합니다. 합친 이름 ‘고래고원’은 상옥이 하나의 고원지대를 형성해서는 포항권역의 지붕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 살핀 것이 죽장, 특히 상하옥리의 특성입니다.


정리하건대, 낙동정맥은 주왕산을 지난 다음엔 곧장 포항의 지붕인 ‘고래고원’으로 향합니다. 먼저 하옥리 구간을 거치고 다음 상옥리 구간으로 이어갑니다. 저 흐름 중 하옥리 구간을 먼저 따라 걸어 보겠습니다.


710m봉을 출발한 낙동정맥은 두 개의 헬기장 봉우리를 거치며 점차 고도를 높여가다가 한 시간여 만에 이번 구간 최고봉인 803m봉에 이릅니다. 세 번째 헬기장이 있고, 누군가 ‘유리산 806m’라는 표찰을 달아 둔 곳입니다.


하지만 상하옥 어르신들은 누구 없이 저 봉우리를 ‘평수밭’이라는 이름으로 가리켜 보였습니다. 2.5km에 달하는 평수밭 구간 중에서도 가장 높고 대표적인 평수밭이라는 얘기였습니다. ‘평수밭등’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둬 보겠습니다.


저 평수밭등 동편 자락에는 하옥리 ‘마두밭’마을이 자리 잡았습니다. 말하자면 마두밭 마을의 뒷산이 803m봉입니다. 그런 모습은 옥계계곡 하옥교 지점을 출발해서 건너편 향로봉 쪽으로 오르는 ‘909m봉 서릉’에서 잘 확인됩니다. 거기서 보면 803m봉은 유독이 동쪽으로 튀어나와 있습니다. 덩치도 저 구간 낙동정맥 어느 봉우리보다 큽니다. 유별나게 눈에 띕니다.


803m봉 이후 정맥은 약 20분 동안 1.3km에 걸쳐 지속적으로 내려서면서 고도를 200m 낮춰 해발 600m 저점에 다다릅니다. 그리고는 635m봉으로 올라서는 바, 그 정점에는 네 번째 헬기장이 있습니다. 산길이 저 봉우리의 오른편(서쪽) 옆구리로 지나쳐버려 주의 깊지 않은 답사객이라면 존재를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인 게 한계이긴 합니다만.


이후엔 산줄기가 쭉 하강해 국가기본도가 ‘간장’이라고 표시해 둔 595m 높이의 잘록이에 도달합니다. 간장이 무엇이기에 저 표시가 특별히 굵은 글자로 지형도에 새겨져 있는 것일까요? 그 북편 청송 부남면 이현리 자연마을들을 다녀 본 결과, 그곳 어른들 사이에 󰡐간쟁이󰡑라는 지명이 유통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걸 받아 지도에 적어 넣는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간장이란 표현으로 고쳐서는 지도에 써 넣은 것으로 생각됐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난센스 같았습니다. 그곳 어른들이 간쟁이라는 말로 가리켜 보인 것은 이현리의 한 자연마을인 간장마을 뒤 낙동정맥을 넘어 죽장 상하옥으로 통하는 고개였습니다. 그래서 지도를 만드는 국토지리정보원이 굳이 이름을 표기하려면 ‘간장재’ 정도로라도 구별해 써 넣어야 했을 터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간장’이라는 명찰이 달려있는 595m잘록이는 실제의 간장재 자리도 아니었습니다. 워낙 길게 평평해 재는 물론 저점이라는 느낌조차 안 드는 평탄면이었을 뿐입니다. 간장재는 거기서 봉우리를 2개 더 넘고 10여분 걸어야 도달하는 지점에 있었습니다. 다음에 올라 칠 689m봉 직전의 목이었습니다.


진짜 간장재의 높이는 590m로 관측됐습니다. 그곳 잿마루는 푹 패어 수많은 발길들에 닳았음을 증언하고 있었습니다. 재 남북 마을들로 이어가던 산길의 흔적도 지금껏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1대 2만5천 지형도 또한 그 옛 산길을 여전히 표시해 놓고 있습니다. 저 고개를 상옥리 어른들은 ‘서낭미기’라고도 불렀습니다. 그 정점에 서낭나무가 서 있고 ‘서낭봉’이라 불리기도 하는 돌무덤이 쌓여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간장재를 알뜰히 챙기는 것에는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것 외에 다른 뜻도 있습니다. 거기 묻혀들었을 옛 사람들의 수많은 애환을 소홀히 하지 말자는 게 그겁니다.


재 북쪽 이현리 주민들에 따르면, 옛날 걸어 교통하던 시절, 청송 소속인 그곳 사람들에게도 생활교역의 중심지는 포항 청하였습니다. 이 간장재를 넘어 상옥리 먹방마을에 이르고 다시 앞으로 살필 샘재를 넘어 청하까지 50리길을 장보러 다녔다는 것입니다. 당시 청송에도 부남장이 있긴 했으나 규모가 작았다고 했습니다. 그런 애환을 삭이고 있는 게 저 간장재일 텐데, 그걸 어떻게 가벼이 할 수 있겠습니까.


간장재(서낭미기)를 지나면 낙동정맥은 해발 100여m를 솟구칩니다. 앞서 본 689m봉에 오르는 것이지요. 일대 지형 결정에 기여하는 바가 큰 봉우리입니다. 저기서는 먼저 남북 두 방향으로 가지산줄기가 하나씩 갈라져 나갑니다.


북쪽으로 나간 산줄기는 청송 부남면의 이현리와 중기리(中基里)를 가릅니다. 남쪽으로 파송된 것은 포항 죽장면의 상옥리와 하옥리 구역을 나눠 붙입니다.


특히 상하옥리 구획 지릉은, 두 마을 사이에 세상과 절연된 ‘둔세동’이란 별도의 공간을 구획하기도 합니다. 지릉이 끝부분에서 몇 개로 나뉘어져 저 둔세동의 상류 쪽 성문과 하류 쪽 성문 역할을 나눠 수행하는 것입니다. 하류 쪽으로 갈라져 간 것은 381m잘록이로 낮아졌다가 끝부분에서 445m봉으로 다시 솟구칩니다. 그리고는 동편의 향로봉(932m) 서릉과 손을 맞잡고 ‘하옥교’ 지점에서 옥계계곡을 꽉 틀어막습니다.


상류 쪽으로 갈라져 간 것은 400m재로 낮아져 상하옥을 잇는 고갯길을 내 준 후 마지막에 ‘오무등’이라는 해발 602m의 봉우리로 되 솟습니다. 그럴 때 반대편에선 나중에 볼 ‘포항북맥’의 매봉산으로부터 산줄기가 하나 내려서다가 ‘삿갓봉’(769m)을 올려 세우며 바짝 다가섭니다. 이 둘이 협력해 옥계 계곡의 상부를 폐쇄하다시피 합니다.


저렇게 틀어 막히고 격절된 공간이, 세상을 피해 사는 골짜기라는 뜻에서 ‘둔세동’(遁世洞)이라 불리는 특별한 지형입니다. 여기서 ‘동’이라는 용어가 나타나니 혹시 거기 무슨 마을이 있었는가 생각할 소지가 있겠습니다만, 저 ‘동’(洞)은 골짜기를 가리키는 말로 이해하는 게 옳을 듯합니다.


여러 자료를 참고하건대, ‘동’(洞)은 본래 골짜기를 가리키던 말로 판단됩니다. 해인사 들어가는 골짜기를 ‘홍류동’이라 부르는 게 한 예이겠습니다. 그리고 한자 문화권의 다른 나라에서는 지금도 저 글자가 ‘골짜기’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만은 저 ‘동’(洞)이 한 단위의 마을을 가리키는 용어로 주로 쓰입니다. 국내서도 본래는 골짜기를 가리키던 것이었으나 점차 의미가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네 마을들이 주로 골짜기에 자리 잡다 보니 골짜기 이름이 그대로 마을 이름이 된 것일 터입니다. 이런 의미 변화는 100년 전에 러일전쟁을 취재하러 한국을 찾았던 스웨덴 기자도 알고 있었던 바입니다.


어쨌거나, 저다지 의미 큰 지릉을 내 보내는 689m봉을 상옥리 최북단 먹방마을 어르신들은 ‘안수밭 말랭이’라 불렀습니다. 둔세동으로 내려서는 산줄기의 남쪽 비탈이 ‘안수밭’이란 얘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안수밭등’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줘도 큰 무리는 없겠습니다. 먹방마을은 저 봉우리서 가장 가까운 자연마을이며, 안수밭등은 그 마을에서 펜촉처럼 솟아 보입니다.


간장재를 넘어온 사람들은 저 안수밭등의 중허리를 타고 넘어 서편 먹방골 마을로 내려 와 상옥리 구간을 거친 후 다시 샘재를 넘어 청하로 다녔다고 했습니다.


(박종봉 투데이포항 고문)

투데이포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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