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조승환 교수, 박사과정 김광균 씨, 통합과정 김도윤 씨, 한승철 박사, 학부생 박세훈 씨 연구팀은 한 분자 안에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입체 중심`을 한 번의 반응으로 만들면서, 원하는 입체구조를 높은 선택성으로 얻는 합성법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에 게재됐다.   같은 원자들이 같은 순서로 연결돼 있어도 입체적 배치에 따라 분자의 성질과 작용이 달라질 수 있어, 원하는 모양의 분자를 선택적으로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이 입체적 배치를 결정하는 것이 `입체 중심`으로, 왼손·오른손처럼 좌우 모양이 갈리는 탄소 원자를 말한다. 입체 중심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으면 경우의 수는 네 가지로 늘어나, 그중 하나만 골라 만들기는 매우 까다롭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1980년대 미국 화학자 도널드 매터슨(Donald S. Matteson)이 정립한 `매터슨 반응`이다. 이 반응은 붕소를 이용해 탄소 조각을 연결하면서 입체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방법으로, 보통 레고 블록을 끼우듯 입체 중심을 하나씩 쌓아 올린다. 연구팀은 새로 연결되는 탄소 조각에도 붕소 작용기를 달아 그 탄소 역시 입체 중심이 되도록 해, 한 번에 이웃한 두 입체 중심을 높은 선택성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 조각은 탄소 하나에 붕소 두 개가 붙은 ‘1,1-이붕소알케인(gem-diborylalkane)’에서 붕소 하나를 떼어 내 만든 탄소 음이온이다. 다만 이 탄소 음이온은 반응성이 높아, 한꺼번에 많이 생기면 입체구조를 조율하는 첨가제인 루이스산의 역할을 방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1,1-이붕소알케인에서 붕소를 떼어 내는 활성화제를 바꿔, 반응 용액 속에서 탄소 음이온이 조금씩 생성되도록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수도꼭지를 살짝 열어 두듯 탄소 음이온의 생성 속도를 조절한 결과, 루이스산의 역할이 방해받지 않으면서 30여 종의 화합물에서 원하는 입체구조를 높은 선택성으로 얻었다. 생성물에 남은 두 붕소는 분자를 더 복잡한 구조로 바꿀 수 있는 ‘손잡이’ 역할을 해, 의약품 후보물질이나 천연물을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새 반응으로 만든 생성물을 산화해, 매터슨 반응에 쓰이는 보조제인 DICHED*를 고압 수소화 없이 합성하는 사례도 보였다.   *DICHED: 1,2-dicyclohexylethane-1,2-diol(1,2-다이사이클로헥실에테인-1,2-다이올) 이번 성과는 연속된 입체 중심을 가진 분자의 합성 단계를 줄여,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승환 교수는 "붕소 화합물의 1,2-자리옮김 반응은 40년 넘게 정밀 합성의 핵심 도구로 쓰여 왔지만, 이웃한 두 입체 중심을 한 번에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라며, "반응성이 지나치게 높은 탄소 음이온을 `천천히 공급`하는 간단한 전략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만큼, 복잡한 입체구조를 가진 의약품 후보물질과 천연물 합성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유형2), 우수선도연구센터 (SRC), 국가연구소 (NRL 2.0) 및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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