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재오(5선) 의원은 17일 ‘함박웃음 좋은세상’ 포항 3지부 결성식 참석을 위해 포항을 찾은 자리에서 “전국적 선거가 없는 올해가 개헌의 골든타임”이라며 “승자독식 구조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으로 친이(親李) 좌장인 이 의원은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항쟁의 결과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개헌한 지 30년 가까이 됐고, 사회 환경도 많이 변해 헌법도 시대에 맞게 고쳐야한다”고 개헌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여당은 청와대 눈치만 보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후진적 정치도 근원을 따지고 보면 대통령에게 권력이 너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하면 자연스럽게 권력이 분산되고, 지방에 행정 교육 치안 재정권을 이관하면 지방자치 발전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박2일 일정으로 포항을 찾은 이재오(70) 의원은 17일 오전 투데이포항과의 인터뷰에서 개헌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포항시내 한 음식점에서 지지자들과 조찬 후 약 30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로는 선진 국가로 나아갈 수 없고, 사회 환경이 변했으니 30년 가까이 된 헌법도 고쳐야한다고 강조했다. 특유의 쉰듯하면서 칼칼한 목소리엔 거침이 없었다. 그는 종교인, 업체대표, 노동자, 장애인단체 회원, 주부 등 10여명과 함께한 조찬자리에서 나온 국민의 소리를 열심히 수첩에 메모했다. 5선 중진의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으로 친이(親李) 좌장이며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여당은 청와대 거수기로,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 일삼는 것도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여당은 청와대 눈치만 보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퇴행적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서 개헌이 꼭 필요합니다.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가 개헌의 골든타임입니다. 국회의원들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도 따지고 보면 승자독식 구조인 대통령중심제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한 표라도 많이 받은 사람이 권력을 독점하는 체제를 바꾸지 않는 한 정치권의 소모적 갈등이 반복되게 돼 있습니다. 여야 모두 오로지 권력을 잡는 데만 혈안이 되다보니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이죠. 정치가 잘못되면 사회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사회적 환경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헌법도 시대에 맞게 손질해야합니다.”- 현 정치권에서 개헌에 대한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고 있는데, 개헌이 왜 필요하다고 보는가.“현행 헌법은 1987년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개정됐다. 민주항쟁으로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 개헌을 이뤘으니 민주적 절차가 완성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개헌한 지 30년 가까이 지났다. 시대 상황에 많이 변했다. 80년대 후반 1인당 국민소득이 3400달러 정도였는데, 지금은 2만8000달러가 됐다. 나라 발전에 따라 국민의 요구가 다르다. 3000달러 시대의 헌법으로 3만달러의 시대정신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 몸집은 점점 커지는데 작은 옷을 고집하니 구멍이 나고, 실밥이 터지고 하는 것이다. 외국인 200만명이 이 땅에 살고 있고, 그 중 근로자가 80만명이다. 만에 하나 이들이 동조 파업이라도 한다면 국가가 마비될 것이다. 단일민족국가라던 대한민국은 이미 다문화국가로 변했다. 개헌이 필요한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이 핵심인데.“현행 헌법 아래 6명의 대통령이 나왔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 모두가 친인척과 측근 실세들의 국정농단으로 불행한 결말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동생이 관련된 ‘청와대 문건 파동’ 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지 않나. 여야를 막론하고 정권을 잡으면 전 정권과 선긋기로 일관해 과거와 단절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51%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이 49%를 얻은 패자의 모든 것을 빼앗는 승자독식 구조가 다수(多數)정치의 폐해를 낳고 있다. 여당은 청와대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야당은 무조건적 반대로 양 진영 간 갈등만 끝없이 증폭된다. 이런 권력쏠림 현상이 사회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다수가 독식하지 않고 소수와 합의하는 정치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지 않나. 이것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경제 살리기 때문에 개헌 안 된다?’…개헌은 국회에서 논의, 경제는 정책으로 해결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며 개헌논의를 차단했는데. “개헌은 개헌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개헌 논의를 한다고 경제를 등한시할 국회가 있나. 단군 이래 경제를 살리지 않겠다고 한 위정자가 있었나. 경제는 정책으로 하면 되는 것이고, 국회는 경제 살리기 관련 법안을 처리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경제 때문에 개헌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가 개헌의 적기다. 야당도 개헌에 적극적이고, 국민들도 개헌에 찬성하는 마당에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개헌논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가, 청와대의 눈 밖에 난 뒤 개헌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김무성 의원은 여당 대표니까 청와대와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지 않겠나. 최근 여야 지도부가 만나 개헌특위 구성은 합의하지 못했지만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개헌은 대통령이나 국회 재적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발의할 수 있다. 대선공약으로 개헌을 약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며 지금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니, 국회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국회 개헌추진모임 154명의 의원들이 개헌특위 구성을 요구해놓은 상태다. 야당도 개헌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개헌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2(200명) 찬성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국회에서 의결된 헌법개정안은 국민투표로 확정된다.”- 어떤 형태의 개헌이 바람직한가.“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은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방, 통일, 외교를 맡고, 국회에서 내각 수반을 선출해 내치를 담당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분산되고, 내각은 여야 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국정 갈등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 같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내각이 총사퇴를 해야 하므로 책임정치도 가능진다. 또 지방자치단체에 행정, 교육, 치안, 재정 등 권한을 대폭적으로 이관해 중앙과 지자체간 협의도 긴밀해져 지방자치 발전도 이뤄질 것이다.”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하루 뒤인 지난 13일 자신의 SNS에 ‘當斷不斷 反受其亂(당단부단 반수기란·당연히 처단해야 할 것을 주저해 처단하지 않으면 훗날 도리어 화를 입게 된다)’이란 고사를 올렸다. 이 의원이 가끔 인용하는 문구다.- 청와대를 향한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데.“청와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기에 내가 나서는 것이다. 청와대 문건 파동으로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이러니 국민들이 청와대를 믿겠나. (박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내보내기로 했으면 신속히 처리해야지, 시간을 자꾸 끌면 사람들이 또 오해한다. 청와대에서 권력을 사유화하니까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개헌을 통해 권력을 나누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는 악연이 있다. 2004년 7월 당시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자 이 의원은 “독재자의 딸이 당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은 망한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다. 이 의원은 유신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수차례 옥고를 치렀다. 2006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 대통령의 대표 임기가 끝나자 이 의원은 후임 대표에 도전했다. 이번엔 박 대통령이 움직였다. 전당대회장 청중석에 있던 박 대통령이 이 의원의 정견발표 도중에 기표소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박 대통령에 쏠렸다. 이 의원의 연설은 김이 샜고, 결국 대구출신 강재섭 의원에 밀려 2등으로 최고위원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이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 좌장을 맡아 박근혜 후보를 누르고 MB정부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국가는 정의롭고, 사회는 공평하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됐으면- 5선 의원으로서 한나라당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을 다 지냈는데, 대표만 못했다. 꿈은 접었나.“새삼스럽게 대표에 무슨 욕심이 있겠는가.(웃음)”- 이명박 대통령이 포항 출신이어서 포항 사람들이 기대가 컸지만 불만도 있다.“이명박 대통령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야당에서 ‘형님예산’ ‘영포라인’ 운운해가며 공격해대서 고초가 많았다. 그 와중에 동해안 SOC사업 예산을 많이 따냈다. 동해남부선, 동해중부선, 동서6축도로, KTX 직결노선 등 철도, 도로망 확충으로 국토가 L자에서 U자로 균형적 발전을 이루도록 한 공로가 있다. 포항은 더 이상 교통의 오지가 아닌 동해안 교통 요충지로 떠올랐다. 요즘은 철강 경기가 어려우니까 ‘MB정권 때 포항에 큰 공장이라도 갖다놓았으면 좋았을 텐데…’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는데 포항사람들 욕심이다. 포항엔 포스코란 글로벌 기업이 있지 않나.”- 4대강 사업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데. 너무 급하게 밀어붙인 게 아닌가.“만약 4대강 사업을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마치지 않았다면 지금 정권에서 계속 했겠는가. 속전속결할 수밖에 없었다. 4대강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갑론을박할 수 있지만 하기로 했으면 임기 내 완성해야 효과가 있다고 봤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국회의원 특권이라 해봐야 불체포, 면책특권 두 가지 밖에 없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내려놓으라면 개헌을 해야 한다. 이밖에 철도, 비행기, 선박 무료탑승 등 일상의 것들은 국회의원 개개인이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특권이랄 것도 없다.”인터뷰 말미에 박근혜 정부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물었다. 뭔가 ‘쓴 소리’를 기대했는데 이 의원은 뜻밖에도 손사래를 쳤다. 인터뷰가 예상보다 길어져 다음 행사 일정 때문에 자리를 떠야했던 것이다. 시간도 없을 뿐더러 민감한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는 표정이 짙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이 의원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 어떤 대한민국을 바라는가. “국가는 정의롭고, 사회는 공평하며, 국민이 행복한 나라다. 오늘 결성식을 갖는 ‘함박웃음 좋은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한민국을 실현하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전국적 조직 결성에 들어간 ‘함박웃음 좋은세상’은 인터넷 팬 카페 ‘재오사랑’을 기반으로 한 시민단체로서 5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경북은 권역별로 3개 지부로 결성되는데 포항 3지부는 경북 동해안 지역을 아우른다. ‘함박웃음 좋은세상’. 이재오 의원의 표정과 꿈을 절묘하게 담아낸 그럴싸한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