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는 3월 말, 벚꽃 개화에 앞서 목련과 고분, 전통 공간이 어우러진 봄 여행지를 중심으로 경주만의 차분한 계절 정취를 즐길 수 있는 산책 코스를 추천했다.3월 말의 경주는 화려한 벚꽃 풍경이 본격화되기 전, 목련이 먼저 피어나며 봄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다. 고분과..
포항의 양조장 한켠에서 향긋한 풀내음이 퍼진다. 홉(hop)을 건조하는 향이다.맥주의 향과 쓴맛, 그리고 균형을 결정짓는 이 작지만 강렬한 식물은 이제 포항의 땅에서 자라며 한국 수제맥주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홉은 단순히 농작물이 아니라 기술이에요.”포항에서..
“이제 진짜 포항의 맥주를 만들 수 있습니다.”포항수제맥주 양조기술연구소의 이광근 대표는 그렇게 말했다.그의 눈앞에는 포항산 쌀로 만든 라거, 장기읍성의 산딸기로 빚은 에일, 그리고 대보항과 호미곶을 모티브로 한 지역 맥주들이 줄지어 있었다.하지만 그동안 이 맥주들을 ..
“좋은 홉 없이는 좋은 맥주도 없습니다.” 포항 흥해읍의 한 밭에서 만난 김진동 대표(에이홉, A-HOP)는 햇빛에 그을린 손으로 홉 송이를 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신념이 아니라, 지난 몇 해 동안의 시행착오 끝에 얻은 확신이었다.그는 처음부터 농부..
□ 호미곶해맞이광장에서 시작된 새로운 실험한반도의 가장 동쪽 끝,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호미곶. 매년 새해 첫날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곳에, 14일은 또 다른 인파가 모였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호미곶 해맞이광장이 미식과 문화가 어우러진 ‘호미곶 경..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분단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삼형제의 이야기가 다시금 독자를 찾는다. 포항 출신 소설가 이대환(67)이 장편소설 『붉은 고래』(아시아, 760쪽)를 증보·개정판으로 선보였다. 이번 출간은 2004년 초판 이후 20년 만의 새로운 만남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혁명지금 우리는 장차 한국 사회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한 국면에 처해 있다. 우리는 느닷없이 멈춰 있으면서도 마음은 다른 어느 때보다 바쁘기만 하다. 그것은 우리가 맞이하는 이 시간 자체가 뒤돌아봄을 전제로 하는 성찰의 시간인 것에서 연유한다. 이를..
한 인간을 둘러싼 오해의 생산우리가 거주하는 장소는 사실 오랜 세월에 걸쳐 역사와 문화가 누적되어온 산물이다. 그건 장소 자체가 인간 전체의 삶을 관통하는 굵직한 사건의 집합체, 즉 역사의 영향과 인간 간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취향의 집합체, 즉 문화의 영향에 따라 그 ..
인간적인 것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어쩌면 우리는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이 물리적 폭력이나 인식의 폭력으로 재단되고 구획되고 양극화되고 있다. 진작부터 우리가 세련된 문명이라고 믿었던 것이 결국 야만성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무대 바깥의 진정한 주인공을 위해작년 10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놀랄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소설가 한강이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것이었다. 그녀의 수상 소식은 그동안 노벨문학상과는 크게 인연이 없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숙원을 일거에 해소하기에..
우리가 익히 들어봤을 법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n, B.C.423/427~348)은 서양철학사에서 상당히 악명 높은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자기의 사상을 집약한 개념으로 제출한 이데아(idea) 자체가 논쟁적인 지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지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의미함우리는 이 세계에 존재해 있다는 것을 자명한 사실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아니, 우리는 어느 사이에 자기에게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며 살고 있으니, 이 세계에 존재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며 살아가는 때가 더 많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
예술이라는 절대적인 자유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2월 4일부터 5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관에서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라는 뜻깊은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전시실 입구에 있는 벽면에 소개되었던 것처럼, 이 전시회는 일제 강점기에 관한 우리의 통념과 ..
사람이라는 오래된 꿈지극히 뻔한 말이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세월을 거스를 수 없겠으나, 그렇다고 누구나 나이를 먹지는 않는다. 그건 제대로 나이를 먹기 위해서는 일종의 심리적인 장치가 요청되기 때문이리라. 그 하나의 일로 우리가 지금의 나이로 오기까지 과정을 돌이켜본다..
청춘의 통과의례, 안개지나간 청춘의 시절은 누구에게나 어렴풋하고도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건 청춘의 자리마다 자신의 시야를 에워싸는 짙은 안개를 누구나 마주한 적 있기 때문이리라. 그때 우리는 원하는 모든 걸 쟁취할 것 같은 기세로 청춘의 문턱에 들어섰..
유채꽃, 청보리, 메밀꽃 등으로 전국적 명소가 된 포항 호미곶 경관농업단지에 화룡점정을 찍기 위해 포항시가 벤치마킹에 나섰다.지난 16~18일, 포항시는 호미곶경관영농조합법인 조합원, 포항테크노파크 연구원들과 함께 경관농업과 치유농업,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제품과 수..
누군가의 입을 대신한다는 것좀처럼 녹록지 않은 세상살이를 헤쳐가다 보면 우리가 어김없이 마주하게 되는 평범한 진실이 있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세상 어느 곳이나 사람의 삶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나 혼자만 인간관계에 유난히 서툴고 지나친 감정 소모로 힘든 ..
타자의 이해를 위한 출발점사실 우리는 타자에 관해 잘 알고 있다며 착각하고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건 상대방이 가진 지극히 작은 부분임에도 마치 전부인 양 단정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기존에 통용되어오던 선험적인 잣대를 가지고 상대방의 ..
숨은 신과 비극적 인간어쩌면 신은 우리에게 세계의 비극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종교적인 방식으로 접근한 인식의 결과라기보다 지극히 실존적인 방식으로 접근한 인식의 결과이다. 우리 인간은 사실상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거의 우연한 사건처럼 ..
남은 자의 싸움 이야기2018년 12월 11일 새벽 3시 23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 있는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서 한 청년 노동자가 끼어 숨긴 채 발견되었다. 당시 24살이었던 이 청년 노동자는 바로 김용균으로,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의 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