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것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어쩌면 우리는 야만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이 물리적 폭력이나 인식의 폭력으로 재단되고 구획되고 양극화되고 있다. 진작부터 우리가 세련된 문명이라고 믿었던 것이 결국 야만성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무대 바깥의 진정한 주인공을 위해작년 10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놀랄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소설가 한강이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것이었다. 그녀의 수상 소식은 그동안 노벨문학상과는 크게 인연이 없었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숙원을 일거에 해소하기에..
우리가 익히 들어봤을 법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n, B.C.423/427~348)은 서양철학사에서 상당히 악명 높은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자기의 사상을 집약한 개념으로 제출한 이데아(idea) 자체가 논쟁적인 지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지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의미함우리는 이 세계에 존재해 있다는 것을 자명한 사실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아니, 우리는 어느 사이에 자기에게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며 살고 있으니, 이 세계에 존재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며 살아가는 때가 더 많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
예술이라는 절대적인 자유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2월 4일부터 5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전관에서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라는 뜻깊은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전시실 입구에 있는 벽면에 소개되었던 것처럼, 이 전시회는 일제 강점기에 관한 우리의 통념과 ..
사람이라는 오래된 꿈지극히 뻔한 말이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세월을 거스를 수 없겠으나, 그렇다고 누구나 나이를 먹지는 않는다. 그건 제대로 나이를 먹기 위해서는 일종의 심리적인 장치가 요청되기 때문이리라. 그 하나의 일로 우리가 지금의 나이로 오기까지 과정을 돌이켜본다..
청춘의 통과의례, 안개지나간 청춘의 시절은 누구에게나 어렴풋하고도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건 청춘의 자리마다 자신의 시야를 에워싸는 짙은 안개를 누구나 마주한 적 있기 때문이리라. 그때 우리는 원하는 모든 걸 쟁취할 것 같은 기세로 청춘의 문턱에 들어섰..
누군가의 입을 대신한다는 것좀처럼 녹록지 않은 세상살이를 헤쳐가다 보면 우리가 어김없이 마주하게 되는 평범한 진실이 있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세상 어느 곳이나 사람의 삶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나 혼자만 인간관계에 유난히 서툴고 지나친 감정 소모로 힘든 ..
타자의 이해를 위한 출발점사실 우리는 타자에 관해 잘 알고 있다며 착각하고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건 상대방이 가진 지극히 작은 부분임에도 마치 전부인 양 단정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기존에 통용되어오던 선험적인 잣대를 가지고 상대방의 ..
숨은 신과 비극적 인간어쩌면 신은 우리에게 세계의 비극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는 종교적인 방식으로 접근한 인식의 결과라기보다 지극히 실존적인 방식으로 접근한 인식의 결과이다. 우리 인간은 사실상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거의 우연한 사건처럼 ..
남은 자의 싸움 이야기2018년 12월 11일 새벽 3시 23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 있는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서 한 청년 노동자가 끼어 숨긴 채 발견되었다. 당시 24살이었던 이 청년 노동자는 바로 김용균으로,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의 비정..
슬픔이 생활이 된다는 것아이러니하게도 시는 우리 삶과 필요충분조건을 이루고 있다. 범박하게 말해 시는 어떠한 상실감의 급습으로 인해 찢어진 마음을 봉합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 세계를 지탱하던 진실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내리고 살가운 사람들이 유령처럼 사라져버리는 현..
마음챙김의 시대우리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의 위기에 봉착한 시대에 살고 있다. 잠시 나와 멀리 떨어져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안다. 다른 이의 삶과 비교하면서 내 삶은 누추하고 팍팍하기만 하고, 생활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앞날은 불투명하기..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우리는 사실 홀로 있음을 견디지 못한다. 아니, 세상이 좀처럼 우리가 홀로 있을 수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이곳저곳에서 나를 찾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바쁘고, 가깝든 멀든 여러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매스컴에서..
씨뿌린 사람, 백신애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목우(牧牛) 백기만(1902~1967)은 생전 《씨뿌린 사람들》(1959)이라는 귀중한 책을 펴낸 적 있다. “경북 작고 예술가 평전”이라는 부제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대구 경북 출신의 예술가 중 10명을 선정하여 이들의 ..
슬픔을 받아들이는 것내용적인 측면에서 보건대 예술은 유독 사랑과 이별에 집착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대중가요를 한 번 들여다보기만 해도 안다. 이른바 사랑 노래와 이별 노래가 대중가요의 거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이에 대해 우리가 사랑 노..
미각에 관한 망각우리는 늘 먹고 있으나, 먹는 동안 어딘가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망각은 한 순간에 일어난 사건과 같은 것이라기보다 여러 단계에 걸쳐 분출된 재난에 가깝다. 일차적으로 우리에게 먹는다는 것은 어느 순간 익숙한 일이고, 습관적인 일이 되어버..
예술가의 재능과 예술가의 삶후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예술가의 재능은 동시대의 현실과 불화한 산물이다. 예술 자체가 애초 기성의 현실에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으려는 창조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예술가의 의식은 기존의 현실로부터 오는 타성을 거부하고 지금 여기와는 다른..
증언의 층위와 증언의 주체외부의 끔찍한 폭력성에 노출된 인간은 자기 경험을 증언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그가 살아있는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명이기에 개인적으로 중요한 행위이다. 왜냐하면 그는 시시때때로 현재를 잠식하는 지옥과 같은 과거로부터 자신을 구출하려..
노래에게 삶의 길을 물었다청춘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 중 아마 노래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세대마다 다르겠지만, 분명 노래는 한 시절을 뜨겁게 달구는 힘을 내장하고 있기에 순수와 열정을 뿜어내는 청춘의 심장에 상응한다. 돌이켜보면 필자 역시 그러했다. 필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