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면 두봉산 자락서 직접 키운 농산물로 된장·고추장·시금장 등 생산…HACCP 시설·체험공간 조성 꿈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대대로 내려오는 어머니의 손맛이야말로 최고의 건강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초, 포항시 북구 기계면 현내리 두봉산 자락에 자리한 한 농가. 장독들이 늘어선 이곳에서는 구수한 된장 냄새와 함께 우리 전통의 맛을 이어가기 위한 손길이 분주했다.이곳은 포항 신활력플러스사업 액션그룹 ‘꼬까지 피어나는 장독대’ 회원들이 된장과 고추장, 시금장, 보리막장 등 전통 장류를 만드는 공간이다.‘꼬까지 피어나는 장독대’는 김귀자(66) 회장을 비롯해 신연옥(69), 김정미(62), 정희숙(63), 박쌍임(63) 씨 등 60대 주부 5명이 함께하고 있다. 이날 취재 현장에서는 김 회장과 신씨, 김정미씨가 직접 장을 담그며 자신들이 지켜온 전통의 맛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이들이 장 담그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바탕에는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익혀온 ‘어머니의 손맛’이 있다.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로부터 배운 전통 장 담그기 방식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그룹 이름에 들어간 ‘꼬까지’도 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말이다.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 김치 등 발효식품의 표면에 하얗게 생기는 물질을 일컫는 표현으로, 오랜 발효의 시간을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하다.김귀자 회장은 “어릴 때는 친정어머니에게, 시집와서는 시어머니에게 배운 방식 그대로 장을 담그고 있다”며 “콩을 비롯해 장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농산물도 회원들이 직접 농사지어 생산한 것들로, 우리 손으로 키운 국산 재료로 우리 장맛을 내고 있다는 데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전통 장맛을 내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물과 햇볕, 바람, 발효 환경 등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신연옥씨는 “예전부터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고 장독대마다 맛이 다르다고 했다”며 “재료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물과 햇볕, 공기까지 잘 맞아야 깊고 진한 장맛이 나온다”고 설명했다.현재 제품은 회원들의 집에서 전통 방식으로 소량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량 생산에는 한계가 있고, 판매 역시 맛을 본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통한 전화 주문이나 직접 구매가 대부분이다.그러나 한번 맛을 본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이어지면서 회원들의 자신감도 커지고 있다.김정미씨는 “장을 맛본 분들이 ‘어릴 적 할머니와 어머니가 담가주던 바로 그 맛’이라고 말씀해주실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우리끼리만 먹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전국에 고향의 맛, 어머니의 손맛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 “HACCP 시설 갖춰 제대로 승부하고 싶어”
‘꼬까지 피어나는 장독대’가 그리는 다음 목표는 보다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소규모 전통 생산방식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유통과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위생적인 제조시설과 공간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특히 농협 하나로마트 등 대형 유통매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등 관련 기준에 부합하는 생산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김 회장은 “하나로마트 같은 대형 매장에도 납품하고 싶지만 아직 HACCP 인증을 받은 제품이 아니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앞으로 기준에 맞는 소규모 제조시설을 갖추고 제대로 만든 전통 장맛으로 승부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회원들의 꿈은 단순히 장을 만들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다음 세대인 어린이들에게 우리 전통 발효음식의 가치와 장 담그는 문화를 직접 알려주는 체험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김 회장은 “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된장과 고추장, 막장, 시금장을 만드는 과정을 아이들이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아이들이 자기 장독에 이름과 제조일자를 적은 표식을 붙이고 직접 장을 담가보면서 우리 음식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지난해 사업자등록을 마친 ‘꼬까지 피어나는 장독대’는 현재 입소문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온라인 판매를 본격화하는 한편, 협동조합 형태의 법인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다만 HACCP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 보완과 별도의 제조공간 확보 등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한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김 회장은 “우리 뜻에 공감하는 분이라면 회원이나 조합원으로 함께하는 것도 환영한다”며 “다만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 전통의 맛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에 계승한다는 의미를 함께 이해하는 분들이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꼬까지 피어나는 장독대’는?
‘꼬까지 피어나는 장독대’는 포항 신활력플러스사업 액션그룹 1·2단계를 거쳐 3단계 고도화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주력 제품은 된장과 고추장, 보리막장, 시금장 등 전통 장류다. 이와 함께 자체 방앗간을 활용한 참기름과 들기름, 미숫가루, 들깨가루를 비롯해 조청과 감주, 꽃차, 한방차, 발효 쌍화차 등 다양한 건강 가공식품도 생산하고 있다.특히 회원들이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중심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사과와 복숭아, 포도 등 과일도 판매한다. 앞으로는 국산 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약선음식도 선보일 계획이다.주요 판매가격은 1㎏ 기준 된장 1만5천원, 고추장 2만원, 보리막장 2만원, 시금장 1만5천원이다. 참기름·들기름·조청·감주·미숫가루·들깨가루·서리태와 꽃차·한방차·발효 쌍화차, 각종 과일 등도 판매하고 있다.제품 주문 및 문의는 김귀자 회장(010-4528-7578)에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