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레학당 공부모임은 노래로 시작한다.‘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로 노래를 시작하면, 수다가 멈추고 마음이 한자리에 모인다. ‘넓은 세상 보고싶어 바다로 간다.’를 부르며 모두의 목소리가 하나로 포개어지면, 노래는 끝이나고 공부는 시작된다. 우리가 공부로 만날 넓은 세상은 시공간을 가로지른다. 역할에서 벗어나 상상력의 바다에 머무는 시간이 된다.2003년 3월 첫 삼국유사 함께 읽기는 ‘알에서 나온 혁거세왕’으로 진행되었다. 서정오 선생님이 다시 쓴 [어린이 삼국유사](현암사)에는 여러 건국 신화가 실려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군위에 가장 영향력이 컸을 신라의 건국 신화를 만나보기로 했다.   “옛날 진한 땅에는 여섯 고을이 있었어.”낭독이 시작되었다. 조금씩 나누어 읽다 보니, 혁거세왕이 예순한 해 동안 나라를 다스리다가 하늘로 올라갔으며, 왕의 몸이 죽은 지 이레만에 땅에 떨어져 흩어졌다는 이야기에 이르렀다. 곧이어 왕후도 세상을 떠났는데, 장사를 지내려니 뱀이 나타나 훼방을 놓아 ‘오릉’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알에서 태어났다,’ ‘신라의 시조다’ 정도만 알았던 박혁거세가 함께 소리 내 읽다 보니 신비하고 신성한 존재로 다가왔다. 그 생생한 느낌을 꼭 잡아 알을 만들어 보았다. 하나의 알에 하나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며 알을 빚고 2023년에 살아내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함께 읽은 내용에 대한 소감과 궁금증을 나누었다.   4월 삼국유사 함께 읽기는 ‘용궁에 갔다 온 수로부인’로 효령면 고지바위권역센터에서 열렸다. 견우노인의 헌화가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수로부인의 입장에 서서 읽으니, 여성으로 살아 온 이야기가 깊고 넓게 펼쳐졌다.   벼랑 위에 핀 아름다운 붉은 꽃을 발견하는 눈을 가진 수로부인은 지나가는 이의 도움을 받아 그 꽃을 결국 갖게 된다. 이미 아름답기로 소문난 수로부인이 귀하고 아름다운 꽃까지 갖게 되는 이야기이다.수로부인 이야기를 함께 낭독 후, 귀로 들으며 각자 인상 깊은 장면을 그려보았다. 짧은 이야기지만 저마다 주목하는 부분이 달라 그 이유와 사연을 들으며 서로를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내 같으면 부탁 안 하고, 절벽을 내가 어떻게든 기어 올라가서 내가 원하는 거 내가 가지지!” 하는 한 회원의 소감에 모두 크게 웃었다. 수로부인이 살았던 시대와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엮은 시대에는 불가능했지만 2023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여자의 몸으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자기 욕망을 스스로 찾고 펼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불과 수십 년 전에도 존재했던 일상적 통제에 대한 경험담이 이어지다가,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문제와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들에 대한 이야기로 깊이를 더해갔다.   삼국유사 함께 읽기는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읽고 있는 독서서클이다. 오는 6월 22일 소보면 허브로치 농장에서 ‘조신의 꿈’으로 삼국유사 함께 읽기는 계속될 예정이다.   이영주 시민기자세이레학당대표군위 사는 지구인세상 온갖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풍경과 마음의 풍경을 탐구하며 기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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