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액츄얼리’에서 좋아하는 마음을 펜으로 꾹꾹 눌러 담아 스케치북으로 고백하는 장면은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물속에서도 이 달콤한 고백이 가능할지 모른다.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바로 이런 물속에서도 손으로 썼다 지울 수 있는 광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해 주목을 모으고 있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 · 통합과정 김성종 씨 연구팀은 잔광 발광 입자(Afterglow luminescent particle, 이하 ALP)에서의 독특한 광학적 현상을 규명하고, 이를 구현한 기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   잔광 발광 입자는 에너지를 흡수한 후, 서서히 그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외부에서 물리적 압력을 가하면 빛이 나는 기계 발광(mechanoluminescence)과 빛이 사라지는 기계 소멸(mechanical quenching) 특성이 있다. 최근 이를 활용한 광(光) 디스플레이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갇힌 전자(trapped electrons)*와 재충전(recharging)이 기계 발광과 소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두 현상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두 현상을 동시에 모두 구현할 수 있는 ALP와 두께가 매우 얇은 고분자 소재(PVDF-HFP*)를 결합하여 피부에 부착할 수 있는 광 디스플레이 패치를 제작했다.   *갇힌 전자(trapped electrons) : 일정한 환경이나 물질 내에서 포획돼 움직일 수 없는 전자를 말한다. *PVDF-HFP(Poly(vinylidene fluoride-co-hexafluoropropylene)) : 폴리비닐리덴 플로라이드 헥사플루오르프로필렌이라 불리는 불소계 고분자 화합물을 말한다.    이 디스플레이 패치는 손가락으로 누르는 작은 힘만으로 글씨를 써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으며, 패치에 자외선(Ultraviolet Ray)을 쬐어주면 지우개로 지우듯 새로운 스케치북으로 다시 세팅되었다. 또, 이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은 습기에 대한 저항성도 뛰어나 수중에서도 장기간 성능이 유지되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한세광 교수는 “빛이 적거나 습도가 높은 수중 환경처럼 통신이 제한된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며, “극한 환경에서 변화를 감지하는 웨어러블 광 센서 및 광 치료 시스템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실 지원사업과 범부처 의료기기 개발사업, 바이오 · 의료기술개발 사업, 포스코 홀딩스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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