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오늘 이 쓸쓸한 밤 나지막하게 노크한 사람이 있습니까하늘 언저리마다낮게 낮게 눈에 꽂히고당신의 찻잔은이미 어둠으로 차갑게 식어 있습니다.그대여 옷을 입으십시오그리고 조용히 통나무를 여십시오나는 그대에게 최고로 아름다운 한점 눈으로 서 있을 것입니다. - 기형도, 미공개 연시가끔 온몸으로 흐느껴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세상은 온통 곤혹스럽고 고통스러운 긴장과 금기로 가득하고 통곡의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 흘러가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온몸으로 흐느껴 운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향한 가장 용기 있는 저항일 수 있단 생각이 듭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이 그림을 봅니다. 대지에 몸을 기대고 온몸을 열어 운다는 것 이것만큼 큰 감정의 해소와 위안이 있을 수 있을까요?때론 나도 그림처럼 울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림을 통한 위안이 아닌 진짜 서럽게 울부짖고 싶을 때 말이죠. 하지만 그때마다 세상은 외로움은 누구나에 있고 그것은 견뎌야 하는 것이라며, 울지 말라고 훈계할 뿐 그 무엇도 허락지 않습니다. 세상은 겉으론 미동치 않은 체 오롯이 나 하나의 생명체에게 선택도 책임도 혼자 감당하라는 듯, 나란 생명체를 스스로 허락지 않게 길들여 놓았나 봅니다. 이 쓸쓸한 감정의 지지부진은 온통 일상을 지배하며, 삶은 외로움으로부터 한 발짝도 도망가지 못하고 있을 따름입니다.나는 가끔 옛 시인의 문장을 떠올립니다. `사실 나는 귀신이다. 산목숨으로서 이렇게 외로울 수는 없는 법이다.` 아마도 저도 귀신인지 모르겠습니다. 온몸으로 흐느껴 울 기회조차 박탈당한 지지부진한 생명체, 생명이 발산하는 생기를 잃어 그 존재마저 의심할 따름인 박제된 그 무엇.이런 기분이 들 때마다 이 그림을 봅니다. 너무도 고통스러워 보이지만, 그 고통을 대지의 품에 안겨 흐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축복이지 않을까요?기형도의 시에서 그 흐느낌이 느껴집니다. 아무도 노크하지 않는 차가운 산장에 식어버린 찻잔, 기형도 삶은 그렇게 온통 지지부진한 일상들의 지속과 식은 존재들의 침묵이 만든 영겁회귀의 자락들이었을 겁니다. 그것은 저의 삶과도 연관되는 곤혹감들이죠. 하지만 기형도는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나지막한 노크 소리를 듣고, 통나무를 열어 세상을 향해 통곡하라 합니다. 그곳에 대지의 품이 있고, 최고의 아름다운 한점의 눈이 되어 기다리는 또 하나의 생명체가 있음을 기억하라고 그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 또한 세상을 향한 용기 있는 통곡 후에 누군가 옷을 덮어 주고 따듯한 생명체의 온기로 노크할 것만 같은 기대와 위안을 줍니다 그대여 옷을 입으심이오.그리고 조용히 통나무를 여십시오.나는 그대에게 최고로 아름다운 한점 눈으로 서 있을 것입니다.쓸쓸하고 힘겨운 이 그림에서 위안과 사랑을 느끼는 것은 또 하나의 생명체가 주는 사랑 그 까닭입니다. 그리하여 부디 나도 누군가를 사랑할 참입니다. 이 곤혹스러운 지지부진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러면 우선 통곡을 해야겠죠. 그런 후에 사랑할 참입니다.   글쓴이|이재호현직 중고등학교 역사교사로 재직 중 철학, 미학, 역사, 교육학 등에 관심이 많으며, 이를 공부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를 즐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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