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이병주 교수 연구팀이 AI(인공지능)을 이용해 다양한 합금의 용융 특성을 쉽고 빠르게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세계 학술지인 ‘악타 머터리얼리아(Acta Materialia)’에 최근 게재됐다.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 스마트폰, 비행기 등은 다양한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금속들은 대부분 두 가지 이상의 금속을 합쳐 만든 ‘합금’이다. 그런데 합금이 얼마나 튼튼하고 잘 작동하는지 알아보려면, 금속이 녹기 시작하는 온도와 완전히 녹는 온도를 알아야 한다.
이 두 온도를 ‘고상선(Solidus)’과 ‘액상선(Liquidus)’이라고 한다. 이들은 합금의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두 온도를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실험이 필요해 새로운 합금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큰 비용이 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OSTECH 연구팀은 AI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만든 AI 모델 ‘AlloyGCN’은 금속 성분과 기본 특성 정보만 입력하면, 복잡한 열역학 계산 없이도 고상선과 액상선을 예측할 수 있다.
이 AI 모델의 핵심은 ‘그래프 신경망(Graph Neural Network)’ 기술이다. 금속을 이루는 원소들을 점(노드)으로, 원소 간 관계를 선(엣지)으로 연결함으로써 일종의 네트워크처럼 분석해 금속 원소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정확하게 반영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머신러닝 기술보다 훨씬 뛰어난 예측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 모델은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연구팀은 여기에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기법도 적용해 단순히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금속의 어떠한 특성이 예측에 큰 영향을 줬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도록 설계했다. 실제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AI 모델은 철, 알루미늄, 고엔트로피 합금 등 금속 시스템에 대한 고상선과 액상선 예측에서 정확한 값을 도출해냈다. 이는 AI가 단순 반복 학습을 넘어 물리학적 의미까지 해석하며 실제 실험과 이론을 잇는 ‘지능형 소재 설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POSTECH 이병주 교수는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항공우주, 금속 3D 프린팅, 전기차 부품 등 고성능 금속 소재가 필요한 산업에서 빠르게 합금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수소 저장 능력, 기계적 강도, 수소 취성 등 다양한 합금 특성을 예측할 수 있도록 모델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