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전사들이 송곳니가 2개(김신욱, 하피냐)나 빠진 호랑이 사냥에 성공할 것인가. 종착지를 앞둔 K리그가 포항스틸러스의 기적 같은 더블(2관왕) 달성의 시나리오로 귀결되고 있다. 마지막 1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K리그 클래식 우승팀이 최종전에서 결정되는 흥미진진한 상황이 됐다. 포항의 우승 각본이 ‘은밀하게, 위대하게’ 전개되는 분위기다. 조직력을 앞세운 포항의 무서운 상승세,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좌절된 서울의 쇠락, 포항의 추격에 쫓긴 선두 울산의 조급함, 안방에서 남의 잔치를 벌이게 할 수 없다는 부산의 자존심이 잘 버무려지며 39라운드가 긴박하게 돌아갔다.파죽의 5연승을 달린 포항은 내달 1일 최종전으로 치러지는 울산 원정경기에서 승리하면 FA컵 우승에 이어 한 시즌에 2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최고의 순간을 맞는다.포항은 27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39라운드에서 김승대, 노병준(2골)의 연속골로 데얀이 1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서울을 3-1로 물리쳤다.이로써 2위 포항(20승11무6패·승점 71)과 선두 울산(22승7무8패·승점 73)의 승점 차가 ‘2’로 좁혀졌다. 포항은 전반 12분 고무열의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서울 골키퍼 김용대가 쳐내자 김승대가 쇄도하며 오른발로 툭 밀어 넣어 기세를 올렸다.선제골을 내준 서울은 전반 20분 윤일록이 김재성에게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었고 키커로 나선 데얀이 동점골을 넣었다. 데얀은 18호 골로 득점 선두 김신욱(19골)에 1골 차로 따라붙었다.비기면 2위가 확정되는 포항은 노병준의 멀티골로 기사회생했다. 전반 26분 황지수의 패스를 받은 노병준이 문전으로 달려들며 완벽하게 볼을 잡아 놓은 뒤 왼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노병준은 후반 29분 김재성이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머리카락으로 방향을 살짝 돌리는 신기의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AFC(아시아축구연맹)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르느라 체력이 바닥난 서울은 노병준의 결정타를 맞고 주저앉았다. 서울의 플레이메이커 몰리나가 지난 경기에서 실신해 이날 결장한 것도 포항으로선 행운이었다.포항이 이겼지만 5시간 30분 뒤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울산이 부산을 꺾으면 울산이 자력으로 우승 트로피를 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울산은 부산 수비수 이정호의 결정적인 헤딩 백패스 실책에 편승해 1-0으로 앞서가다 후반 이정호, 파그너에게 연속골을 내줘 1-2로 역전패했다. 보인정보산업고를 졸업하고 2005년 포항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정호는 친정팀 포항을 울리고 웃겼다. 이정호는 전반 21분 골키퍼 이범영이 전진한 것을 보고서도 골문 쪽으로 헤딩 백 패스해 하피냐에 선제골을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정호는 후반 23분 박종우의 프리킥을 헤딩골로 연결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산은 후반 교체 투입된 파그너가 후반 44분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포항에서 선수생활을 한 윤성효 부산 감독은 경기 후 “포항과 울산의 최종전을 편하게 TV로 지켜보겠다”는 말로 심경을 표했다.조기 우승이 물 건너간 울산은 설상가상으로 김신욱, 하피냐가 경고누적으로 마지막 포항과의 홈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다급한 상황으로 몰렸다.K리그 최종전이 1, 2위팀간 우승컵을 놓고 결승전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하는 울산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 하지만 포항이 무서운 기세로 추격해 역전 무드가 물씬하다. 포항의 선택은 오로지 필승전략뿐이다. 마침 울산의 공격을 주도해온 김신욱과 하피냐가 최종전에 결장해 포항이 마지막에 웃는 화룡점정의 기운이 감돈다.황선홍 포항 감독은 “시즌 초부터 어려운 상황을 맞았지만 선수들과 하나 돼 큰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서 여기까지 왔다. 다른 팀 신경 쓰지 말고 우리만의 플레이를 즐기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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