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 선수 없이 더블(FA컵, K리그 클래식 우승) 위업을 이룬 강철전사들이 다시 기지개를 활짝 켰다.포항스틸러스는 6일 송라클럽하우스에 집결해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친 첫 훈련으로 새해를 힘차게 열었다.포항은 지난해 12월 1일 울산현대와의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극적인 우승 드라마를 연출한 이후 한 달간의 꿀맛 같은 휴식을 가졌다.이날은 처음 모여 훈련을 갖는 만큼 오전 웨이트트레이닝에 이어 오후 러닝과 볼터치 게임, 스트레칭 등으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선수들은 휴식기 동안 굳은 근육을 부드럽게 푸는데 주력했다.자유계약(강상우, 김진영), 우선지명(이광혁, 강현무, 유제호, 손준호), 드래프트(박준희, 길영태)로 검빨 유니폼을 입은 새내기 8명도 프로선수로서 첫 훈련을 소화했다.최근 홍명보호에 발탁된 이명주, 김대호 등 A대표들과 황지수, 김원일, 김광석, 신광훈, 김태수, 신화용, 조찬호, 김승대, 신영준, 박희철 등 우승 주역들의 얼굴엔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훈련 이틀째인 7일에는 공포의(?) 체력테스트가 예정돼 있다. 쉬는 동안 개인훈련을 게을리 한 선수들은 벌금을 감수해야 한다. 황선홍 감독은 휴가를 떠나기 전 선수들에게 엄포를 놨다. 훈련 복귀 후 기준 이하의 체력을 보일 경우 벌금을 매기겠다고 엄명을 내렸던 것.휴가를 가기 전 모든 선수들의 체지방, 근육량 등을 측정했다. 브라질 출신의 플라비우 피지컬 코치가 개인훈련 프로그램도 짜서 건넸다.강 철 코치는 “첫 날 훈련을 해보니 모두 몸 상태가 괜찮아 보였다. 요즘 선수들은 쉬는 동안에도 워낙 체력 관리를 잘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강 철 코치는 “그러나 겉보기와는 다르게 내일 체력 측정을 해서 몸 상태가 현저히 나빠진 선수들은 벌금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이날 훈련장은 선수들의 거친 호흡 속에 간간이 웃음소리가 섞여 전체적으로 활기찬 분위기였다.하지만 아직 재계약을 하지 못한 박성호, 노병준, 황진성 등 주축을 이룬 FA 선수들이 빠져 허전한 느낌도 들었다.27년째 서포터스 활동을 한다는 이문영(포스코 근무)씨는 “첫 훈련을 보기 위해 휴가를 내서 송라구장에 왔다. 매년 첫 훈련을 지켜봤는데 올해는 노장들이 몇 명 빠져서인지 유달리 썰렁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황선홍 감독은 훈련 분위기를 묻자 “선수가 없어요.”라고 짧게 말하고는 곧장 감독실로 향했다.황 감독은 이날 오후 훈련을 코치들에게 맡기고 구단 사무실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황 감독은 앞서 지난 3일 휴가 복귀 후 프런트와 미팅을 갖고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선수단 구성을 놓고 조율에 들어갔다. 황 감독이 첫 훈련부터 대뜸 “선수가 없다”고 한 것은 선수 구성이 자신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푸념으로 들렸다.포항 프런트의 고민도 깊다. ‘더블’로 선수들의 연봉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메인 스폰서인 포스코의 지원이 지난해부터 줄어들면서 한껏 높아진 선수들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할 상황이기 때문이다.포항은 고액 연봉 선수들의 재계약 여부가 가장 고민스럽다. 한 직원은 “더블을 달성한 만큼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겠지만 정말 경영 여건이 좋지 않다. 선수들의 욕구를 다 채울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우승을 많이 하다 보니 연봉총액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며 “재정이 빠듯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여력도 없다. 긴축경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포항은 해외전지훈련 이전 재계약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포항은 오는 15일 1차 전훈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 캠프를 차리고 1주일간 체력훈련을 한 뒤 22일 ‘약속의 땅’ 터키 안탈리아로 이동해 2월 9일까지 전력 담금질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