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가 짜릿한 역전승으로 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디펜딩 챔피언’ 포항은 22일 스틸야드에서 열린 수원삼성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라운드에서 전반 고차원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문창진, 유창현의 연속골로 2-1로 승리했다.2패 뒤 기분 좋은 첫 승을 올린 포항은 1승2패로 상승세의 발판을 마련했다. 포항은 지난 2004년 12월 홈에서 수원과 무승부를 기록한 뒤 9년 동안 안방에서 수원에 한 번도 패하지 않는 무패행진(8승4무)을 이어갔다. 최근 수원전 7승1무로 ‘수원 천적’임을 입증했다.수원에 절대 강한 포항이었지만 전반 4분 만에 수비 집중력이 흔들리며 선제골을 허용했다. 왼쪽 수비수 김대호가 고차원 마크에 나섰지만 뚫려 왼발 슛이 골문 구석을 파고들었다. 고차원은 팀 통산 1000골의 주인공이 됐지만 팀 패배로 빛을 잃었다.1995년 창단한 수원은 고차원의 골로 19년 걸려 691경기 만에 팀 통산 1000골을 달성해 전북현대(692경기)가 보유한 팀 최단 경기 1000골 기록을 경신했다.경기 초반 한방을 얻어맞은 포항은 전반 16분 조찬호가 수원 골키퍼 정성룡과 부딪쳐 오른 무릎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수원전에 강한 조찬호였기에 암운이 드리웠다. 예기치 않은 조찬호의 부상은 문창진에게 기회로 찾아왔다. 포철공고 시절 고교 무대를 주름잡은 문창진은 2012년 프로 데뷔 후 작은 체구(170cm, 63kg)가 약점이 돼 출장기회를 잡지 못했다.고교 후배인 신인 이광혁이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을 가슴 아프게 지켜본 문창진은 이를 악물었다. 전담 키커로 나선 문창진은 두 차례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문창진은 민첩한 움직임과 뛰어난 발기술로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으나 몸싸움에서 밀리는 모습도 보였다.후반 들어 포항은 힘이 좋은 유창현이 고무열과 교체 투입된 이후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후반 18분 그라운드를 밟은 유창현은 최전방에서 크게 움직이면서 수비진을 흔들었다. 포항의 동점골은 양 팀 22명 중 가장 키가 작은 문창진의 머리에서 터졌다. 후반 21분 김재성의 프리킥을 수비수 뒤로 돌아들어간 김태수가 오른발로 골문 쪽으로 연결하자 문창진이 달려들며 헤딩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동점골 후 포항 쪽으로 분위기가 급격히 쏠렸다. 후반 16분 김두현과 교체 투입된 수원 수비수 조지훈이 2분 만에 경고 2회로 퇴장당하면서 경기 양상이 포항의 일방적 우세로 바뀌었다. 교체 선수가 바로 퇴장당하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은 포항에게 큰 행운이었다.황선홍 포항 감독은 경기 막판 체력 소모가 심한 김태수 대신 후반 40분 장신(187cm) 공격수 이진석을 투입해 힘과 높이를 보강했다. 프로 2년차로 이제껏 한 번도 출장하지 못한 이진석은 프로 데뷔전에서 강력한 헤딩슛과 파워 넘친 플레이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진석은 후반 43분 신광훈의 크로스를 강력한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볼이 골키퍼 정성룡의 품에 안겨 데뷔골 기회를 아깝게 놓쳤다. 이진석은 원톱 자원이 부족한 포항의 새로운 공격옵션으로 떠올랐다.주도권을 거머쥔 포항이 추가골을 터뜨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포항의 역전골을 하나의 작품이었다. 후반 45분 이명주가 허리에서 골문으로 향하는 유창현 발 앞에 떨어지는 절묘한 칩샷을 날렸고, 유창현이 골문을 비우고 전진한 정성룡의 키를 넘기는 로빙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유창현 발끝을 떠난 볼은 정성룡의 손가락을 스치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안방에서 귀중한 첫 승을 거둔 포항은 26일 전북현대와의 원정경기에서 2연승에 도전한다. 황선홍 감독은 “그동안 첫 승을 올리지 못해 부담스러웠는데, 선수들이 선제골을 내주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승을 거둬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교체 선수들도 잘 해줬다”고 말했다.황 감독은 “K리그와 AFC챔피언스리그를 소화하느라 체력적 부담이 있다. 터닝 포인트(전환점) 시기를 고민 중이다. 축구는 실수를 줄이는 운동이다. 완벽한 축구는 영원히 추구해야할 만큼 어려운 경지다. 집중력이 떨어져 쉽게 실점하는 부분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수원 서정원 감독은 “전반에 우리가 준비한 것을 잘 하면서 앞서갔으나 후반 조지훈이 너무 빨리 퇴장당하면서 경기 양상이 바뀐 것이 아쉽다”고 패인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