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의 위용이 완산벌을 강타했다. ‘디펜딩 챔피언’ 포항스틸러스가 전북현대에 역전승을 거두고 2연승 휘파람을 불었다. 포항은 ‘1강’으로 평가되는 전북을, 그것도 1.5군으로 완파하는 `극강`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포항은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서 전반 페널티킥 선제 실점을 허용했으나 유창현, 이명주, 김승대의 릴레이 축포로 짜릿한 3-1 역전승을 거뒀다. 2연패 뒤 2연승을 기록한 포항은 2승2패(승점 6)로 5위로 올라섰다. 포항은 최근 전북을 상대로 3연승 및 전북 원정 4경기 연속 무패(3승1무)를 이어갔다. 전북은 2승1무1패(승점 7)로 3위가 됐다. 사나흘 간격으로 AFC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를 소화하고 있는 포항은 과감한 신인 기용으로 전북의 허를 찔렀다. 주전들의 체력 비축과 신인들의 실전 감각 향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중앙수비에 김형일과 배슬기, 허리에 손준호, 측면 공격수로 이광훈 등 4명을 첫 베스트로 내세웠다. 붙박이 주전은 골키퍼 신화용과 미드필더 이명주, 수비수 신광훈, 공격수 김승대 등 4명뿐이었다. 나머지 문창진, 유창현, 박희철 등 주전과 교체로 번갈아 뛰는 백업 요원들로 채웠다. 모험에 가까울 정도로 파격적인 선수 기용이었다.포항과 마찬가지로 ACL, K리그 클래식을 겸하고 있는 전북도 골잡이 이동국, 레오나르도를 후보 명단에 올려놓는 여유를 부렸다. 김남일, 한교원, 이승렬 등 영입파들은 베스트로 내세웠다. 포항의 출발은 불운했다. 전반 4분 만에 신광훈의 핸드볼 파울 판정으로 전북 카이오에게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했다. 판정은 석연치 않았다. 전북의 코너킥 상황에서 신광훈이 김기희에게 밀려 넘어졌지만 우상일 주심은 엉뚱하게 신광훈의 핸드볼 반칙을 선언했다. 포항은 물론이고 전북 선수들도 김기희의 파울이라고 여기고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는 순간, 주심은 페널티킥을 찍었다. ACL 산둥 루넝전에서 두 번의 핸드볼 파울로 연속 실점한 악몽이 되살아났다. 페널티킥 실점이 포항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전반 23분 동점골을 터졌다. 김승대가 오른쪽 측면을 뚫은 뒤 낮고 강하게 크로스한 것을 유창현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유창현은 수원삼성전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음을 알렸다. 1-1이 되면서 전북이 다급해졌다. 최근 2경기에서 1무1패의 부진에 빠진 전북은 후반 9분 아껴뒀던 이동국, 레오나르도를 동시에 투입하는 총력전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오히려 경기 분위기는 포항 쪽으로 쏠렸다. 포항은 후반 17분 간결한 역습으로 역전골을 뽑아냈다. 수비공간에서 김형일이 전북의 패스를 차단한 뒤 중원의 유창현에 연결하자 지체 없이 로빙패스로 이명주에게 단독 찬스를 열어줬다. 단 두 번의 터치만으로 골키퍼 최은성과 마주하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이명주는 헤딩 트래핑으로 슈팅 찬스를 만든 뒤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주도권을 완전하게 틀어쥔 포항은 8분 뒤 그림 같은 패스 플레이로 쐐기골을 합작해 전북을 격침시켰다. 후반 25분 이명주가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드는 김승대에게 잘게 연결하자 공을 잡은 김승대가 군더더기 없는 터치로 수비수들을 따돌린 뒤 오른발로 골문을 노렸다. 김승대의 발을 떠난 볼은 수비수 윌킨슨의 발 맞고 방향이 꺾였고, 역동작에 걸린 최은성은 공이 골문을 통과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떨궜다. 황선홍 감독은 2골 차로 앞서며 여유가 생기자 후반 36분 이광훈 대신 박선주, 후반 38분 부상한 김형일 대신 김준수를 투입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황선홍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해 좋은 경기를 펼쳤다. (한 경기 잘했다고) 지금이 다가 아니며 앞으로 부상, 경고누적 등 위기 상황이 찾아왔을 때 좋은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이명주, 손준호 더블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가 전북에 우위를 보여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전북 최강희 감독은 "페널티킥 득점이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그 후로 파울 선언이 되지 않고 터치 아웃 판정도 반대로 됐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최 감독은 작심한듯 “심판마다 파울 기준이 다 다르다. 룰대로 하면 되는데 이런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면서 “박스 안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심판들이 약해지고, 박스 밖에서는 우유부단해 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