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9일은 한 중학생이 저지른 사소한 불장난으로 인해 포항 도심이 불바다가 되었던 날이다. 20여 시간이 지난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진화된 그날의 산불로 사망 1명, 부상 30여 명, 이재민 57가구 116명, 산림피해 79ha 등 54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아파트 뒷산에서 낙엽을 모아 불장난을 하다 날아간 불씨로 시작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되었고, 10여 분만에 진화작업이 시작되었으나 강풍으로 인해 조기진화가 어려웠던 데다가, 같은 시각 남구 연일읍에서 발생한 산불에 헬기가 분산 투입되면서 진화에 더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빠르게 번지는 불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도심 하늘을 뒤덮었고 긴급대피령에 따라 주민 수 천 명이 대피하였으며 시민들은 불안감과 초조함으로 밤을 지새우는 등 대혼란을 초래했다. 특히 불이 난 일대가 아파트와 주택, 학교가 밀집해있는 도심인근이라 그 피해는 예상외로 더 커졌다.   당시 경북 대부분 지역에 건조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포항시에도 나흘째 건조경보가 발효 중이었다. 또한 포항기상대 기준, 3월 9일 낮동안 따뜻한 남서풍이 6m/sec 내외로 지속적으로 불며 낮 최고기온은 평년보다 15℃이상 높은 26.9℃(3월 극값 1위), 일 최소습도는 11%에 이르는 등 고온 건조한 상태로 산불위험도가 큰 기상조건이었다. 그런데 비단 작년 뿐 아니라, 3월에서 5월에 이르는 봄철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실효습도가 50%이하로 떨어지는 일수가 많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작은 불씨 하나라도 큰 불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한 연소조건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산불은 약 70%가 봄철에 발생하고, 자연적인 원인보다는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이는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야외활동이 증가하여 등산객과 소풍객이 버린 담배꽁초 등으로 인한 실화나, 영농준비를 위한 논ㆍ밭두렁 소각이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한식과 식목일을 전후해 해마다 많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데, 올해는 식목일과 한식날이 주말과 겹치면서 입산객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야외 활동 시 제를 지내고 쓰레기를 태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의 사소한 부주의가 예기치 않은 강풍에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  산불은 입산자 화기소지 금지와 논・밭두렁소각 시 각별한 주의 등,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불예방교육과 산불감시 강화, 산불 발생 시 즉각적인 신고접수 등으로 올 봄에는 단 한 건의 산불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김승관 포항기상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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