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가 골 폭죽을 터뜨리며 AFC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의 1차 관문인 16강에 바짝 다가섰다.포항은 2일 중국 지난 올림픽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산둥 루넝과의 ACL E조 4차전에서 고무열, 김태수, 김승대, 이명주의 릴레이 골로 4-2 쾌승을 거뒀다. 특히 포항은 ACL에 출전한 K리그 4팀(포항, 울산, 전북, 서울) 가운데 유일하게 무패행진을 달려 지난해 ‘K리그 더블 챔피언’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다. 또한 동아시아 4개조 전체 16팀 중에서도 혼자 무패를 기록 중이다. 포항은 2승2무(승점 8)로 산둥, 세레소 오사카(이상 승점 5)와 3점 차로 벌리며 조 선두에 올라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포항은 조 3위 세레소와 원정경기(4월 16일)를, 4위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승점 2)와 홈경기(4월 23일)를 남겨두고 있다. 사실 포항은 산둥 원정길에 부상(조찬호), 경고누적(김재성, 김원일), 퇴장(신광훈) 등으로 주축선수 4명이나 빠져 불안감이 있었다. 그러나 포항은 주전 몇몇이 빠졌다고 쉽게 허물어지는 허약체질이 아니었다. 루키 손준호와 최근 주전으로 격상된 문창진 등 될성부른 신예들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을 찾으면서 스쿼드가 한층 탄탄해졌다. 이날 경기 막판 수비 집중력이 흔들리며 연속 2실점한 것을 제외하면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경기력을 보였다. 골도 쉽게 터졌다. 상대의 어이없는 헤딩 실책, 심판의 기록되지 않은 도움(?), 페널티킥 골, 수비수 발 맞고 굴절된 골 등 신기할 정도로 경기가 술술 풀렸다. 경기 초반 관중석을 오렌지 빛깔로 물들인 3만여 홈팬들의 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산둥의 공세는 매서웠다. 산둥의 외국인 선수 바그너 리베와 알로이시오는 기회가 생기면 곧바로 슈팅을 쏘아댔다. 포항은 협력수비로 외국인 선수 듀오를 막아냈고, 상대의 실책에 편승한 선취골을 뽑아내며 분위기를 돌렸다. 전반 34분 이명주의 침투 패스를 라이언 맥고완이 머리로 걷어낸다는 것이 정확하게 맞히지 못해 볼이 뒤로 향했고, 문전에 있던 고무열이 놓치지 않고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전반을 1-0으로 앞선 포항은 후반 18분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대호가 다이린에게 끌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김태수가 침착하게 오른발로 성공시켜 2-0으로 앞서나갔다. 김태수는 맨오브매치(경기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포항은 8분 뒤 역습 상황에서 주심 몸 맞고 흐른 볼을 살려낸 이명주가 수비수 2명의 저지를 뚫고 끝까지 앞으로 연결하자 김승대가 빠르게 치고 들어가 골키퍼까지 제치는 완벽한 골로 쐐기를 박았다. 3-0으로 멀찌감치 달아난 포항은 후반 38분 손준호와 이명주의 환상 호흡으로 멋진 골을 합작했다. 손준호가 페널티지역에서 뒤로 밟아주는 감각적인 패스로 수비수를 꼼짝 못하게 하자 이명주가 달려들며 가볍게 밀어 넣은 것이 수비수 발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행운이 따랐지만 `동급 최강` 이명주-손준호 콤비플레이에 산둥 수비수들이 허수아비가 됐다. 승리를 확정지은 포항은 막판 두웨이와 한펑에게 연속골을 내줬으나 성난 산둥 홈팬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낳아 안전하게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16강 진출에 있어서 중요한 경기였다. 산둥이라는 좋은 팀을 만나 생각보다 좋은 경기를 했다. 16강 진출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 경기 잘 하겠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황 감독은 연승 비결에 대해 "특별한 계기는 없다. 포항의 스타일대로 축구를 하고 싶다. 리그 경기를 비롯해 4연승이다. 시즌 초반 전술 구현에 시간이 걸렸다. 경기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어떻게 축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오늘 실점 장면은 아쉽다.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황 감독은 "(김승대, 고무열 등) 공격수들이 홈에서도 득점을 하고 있고 자신감도 얻어서 감독으로서 기쁘다. 리그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잘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