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연비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반가운 디젤 중형세단 모델이 출시됐다. 한국GM이 지난 3월 선보인 쉐보레 말리부 디젤이 탁월한 경제성과 안정성을 앞세워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GM 유럽 파워트레인이 개발하고 독일 오펠이 생산한 2리터 디젤엔진을 얹었다. 2014 워즈오토에서 ‘올해의 엔진상’을 받은 바로 그 엔진이다. 156마력의 최고출력, 최대토크는 35.8kg/1750~2500RPM이다. 엔진 회전수가 낮은 영역 대에서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변속기는 일본 아이신 2세대 트랜스미션을 채용했다. 내구성과 뛰어난 변속성능으로 정평이 나있는 우수한 미션이다. 지난 8일 말리부 2.0 LT 디럭스 디젤을 타고 포항에서 출발해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춘천까지 다녀왔다. 왕복 800km의 장거리 운전이었다. 쉐보레 포항장성대리점 김복식 대표의 ‘애마’를 하루 빌렸다. 이날 육군 102보충대에 입소한 아들과 아내, 어머니가 동승했다. ◇듬직한 첫인상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앞모습이 잘 조련된 준마 같다. C필러에서 테일 램프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이 역동적이고 경쾌하다. 뒤태는 또 어떤가. 4각형 모양의 테일 램프는 세련된 유러피언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 대륙의 중후함과 유럽의 세련미가 묘하게 어우러진 디자인이 곡선에 식상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준다. 모처럼 개운하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니 시야가 탁 트여 시원하다. 세단이 아니라 SUV에 오른 느낌이다. 시트가 높아 타고 내리기에 편하다. 무릎이 불편한 어머니도 힘들지 않게 탔다. GM 특허기술로 제작된 오스카 시트가 편안하다. 가죽소재의 스티어링 힐의 감촉이 쾌적하다. 장거리 운전의 부담감이 금세 사라진다. 버튼 시동을 걸자 디젤 특유의 그렁거리는 엔진음이 들리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차가 움직이자 소음이 줄어든다. 내비게이션에 춘천 목적지 주소를 입력하니 380km, 4시간42분 소요란 안내가 뜬다. ◇탁월한 주행성능아침 7시 45분 아파트 주차장에서 출발한 차는 곧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만난다. 익숙한 도로지만 빌린 차여서 조심스럽다. 차체가 무거워서인지 초반 가속력은 아쉽다. 그러나 어느 정도 가속이 붙자 묵직하고 안정된 느낌이 찾아온다. 경박하지 않고 차분한 주행감이 산뜻하다. 이른 아침, 고속도로가 한산하다. 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애써 억누른다. 딴에는 정확한 연비를 측정하고픈 마음에서다. 시속 110km 정속 주행 모드다. 오토 크루즈 기능이 핸들에 달려 있어 조작이 편리하다. 1km 단위로 속도를 높일 수도, 줄일 수도 있도록 설계돼 가속 페달을 밟지 않고 손가락으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엑셀러레이터를 계속 밟지 않아도 돼 오른발이 편하다. 조수석에 탄 아들이 존다. 몇 시간이면 입대하는 몸인데 참 태평이다. 그러고 보니 고부가 탄 뒷좌석도 조용하다. ‘내가 운전을 잘하나보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눈앞에 직선구간이 펼쳐진다. 안동에서 예천으로 넘어가는 직선주로다. 갑자기 달리고 싶어진다.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는다. 시속 170km를 넘어서는데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힘이 넘친다. 더 밟는 게 의미가 있나 싶어 페달에서 발을 뗐다.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는 멈칫하는 느낌이 없고 부드럽게 속도감을 살려준다. 승차감이 참 좋다. ‘이런 차가 3000만원도 안 한다니 말이 돼!’ LS 디럭스모델은 2703만원, LT 디럭스모델은 2920만원.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쉐보레의 공격적인 마케팅 의지가 묻어나는 착한 가격이다. 경쟁 차종으로 지목된 폴크스바겐 파사트의 판매가격은 4140만원이다. ◇믿음직한 안정성말리부 디젤은 가솔린 모델에 비해 115kg이 무겁다. 그래서 말리부 디젤의 서스펜션은 늘어난 무게에 잘 대처하도록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균형을 이루는데 심혈을 쏟았다. 4륜 디스크 브레이크 장착으로 가혹한 주행에서도 꾸준한 성능으로 차체를 잘 제어해 준다. 제동 시 차량이 앞으로 쏠리는 노즈 다이브 현상도 적다. 고속 주행 시 노면에 가깝게 밀착된 느낌과 함께 핸들도 묵직해져 안정감이 상승한다. 코너링을 할 때도 차체가 전혀 쏠리지 않는다. 코너에서 시트가 옆구리를 단단히 잡아준다. 사이드미러에 사각지대 경고시스템이 있어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다. 옆 차선에 차량이 접근하면 미러 내에 아이콘이 깜빡여 안전한 주행과 차선변경을 돕는다. 사각방지 거울을 따로 달지 않아도 되고, 옆 차선 확인을 위해 몸을 숙이는 동작도 필요 없다. ◇놀라운 연비말리부 디젤의 공식 복합 연비는 13.3km/L이다. 실제는 훨씬 높게 나온다. 전자제어 방식의 가변형 오일펌프를 적용해 고부하 실주행 조건에서의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가 틀리지 않는다. 꼬박 2시간을 달렸는데도 연료 게이지 눈금이 겨우 1칸 줄었다. 처음 출발할 때 평균 연비가 16.8km이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17km 중후반대로 점점 올라간다. 운전을 하면서 연비를 계속 체크했더니 아내는 군대 가는 아들보다 차에 더 신경 쓴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점심으로 춘천 닭갈비를 맛있게 먹고 아들을 21개월 동안 국가에 잠시 맡긴 뒤 똑같은 코스로 돌아왔다. 포항에 도착해서 계기판을 보니 평균연비가 18.0km를 찍었다. 소문대로 놀라운 연비다. 아침에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오는 9시간의 장거리 주행이었지만 피로가 싹 가신다. 처음 느껴보는 경이로운 연비에 아들을 군대 보낸 섭섭함도 잊을 정도다. 중간에 원주휴게소(춘천방향) 주유소에서 경유 40L(6만9000원)을 넣었는데 갈 때와 눈금이 비슷하다. ‘아니! 네 명을 태우고 7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800km 가량을 달렸다니 말이 돼!’ 처음으로 기름 값이 전혀 아깝지 않은 인상적인 고연비 체험이었다. 단언컨대 비용 대비 만족감이 동급 최강이다. (견적 및 시승문의 054-272-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