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긋지긋한 서울 원정경기 무승 징크스를 8년 만에 끊어냈고, 선두자리도 하루 만에 되찾았다. 김승대는 5경기 연속으로 모두 6골을 터뜨려 득점선두를 질주했다. 김승대는 전반 서울 수비수 김진규에 차여 왼다리에 타박을 입었지만 한번 찾아온 찬스를 끝내 골로 연결하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K리그 최고 골게터로 우뚝섰다. 포항은 20일 FC서울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9라운드에서 후반 31분 김승대의 천금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7경기 연속 무패(6승1무) 행진을 이어간 포항은 6승1무2패(승점 19)로 전날 임시로 1위에 오른 전북현대(승점 17)를 제치고 선두에 다시 올라섰다. 특히 포항은 2006년 8월 30일 이후 서울 원정에서 11경기(2무9패) 동안 승리가 없었던 ‘서울 원정 무승’ 부진에서 8년 만에 벗어나 기쁨이 배가 됐다. 반면 서울은 5경기 무승(2무3패)의 늪에 빠져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포항은 `키 플레이어` 이명주가 경고누적 3회로 결장해 고전이 예상됐다. 예측대로 경기를 잘 풀어내지 못했다. 승점 1을 챙기면 다행일 것 같은 분위기였다. 서울은 에스쿠데로 등 외국인 선수 3명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승리를 노렸다. 0-0으로 전반을 마친 포항은 유창현 대신 고무열을 투입하고 움직임이 좋은 강수일을 원톱으로 올리며 변화를 줬다. 그러나 서울의 공격이 더 매서웠다. 후반 9분 윤일록의 침투 패스를 받은 에스쿠데로가 신화용과 마주하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신화용이 먹잇감을 낚아채듯 볼을 품어 위기를 넘겼다. 3분 뒤엔 김진규의 강력한 오른발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강타해 포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중원에서 서울에 밀리자 황선홍 감독은 후반 15분 강수일을 빼고 ‘이명주급 신인’ 손준호를 투입했다. 허리가 살아나면서 포항의 스틸타카가 위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팽팽한 흐름 속에 포항의 선제골이 터졌다. 후반 31분 김재성이 넘어지며 김승대에게 연결하자 김승대가 수비수 2명을 따돌린 뒤 침착하게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김승대는 ‘세월호 참사’를 의식한 듯 조용한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오히려 동료 고무열이 약간 더 환호했다. 서울 수비수 차두리가 골네트를 거머쥐고 망연자실해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승대는 "서울의 압박으로 힘들었는데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찬스를 잘 살려 결승골로 이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포항은 선제골 7분 뒤에 황지수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는 위기를 맞았다. 윤일록의 드리블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태클이 과했다는 주심의 판단이었지만 황지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1명이 퇴장 당했다고 무너질 포항이 아니었다. 김승대 혼자 전면에 세우고 나머지는 허리를 두텁게 하는 포메이션 변화를 주며 서울 공세를 차단해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황선홍 감독은 “양 팀 모두 어려운 경기였다. 징크스를 깨려면 평소보다 배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승리해 서울원정경기 무승 부진을 끊어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