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가 후반기 3경기, 256분 만에 골 가뭄을 해소하며 승리를 낚았다.
‘디펜딩챔피언’ 포항은 12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에서 후반 강수일의 도움을 받은 김재성, 김승대의 연속골로 2-0으로 이겼다.
올 시즌 울산과의 개막전에서 0-1로 패한 포항은 2번째 맞대결에서 곧바로 설욕하면서 지난해 최종전에서 울산을 꺾고 등극한 챔피언의 위용을 뽐냈다.
특히 월드컵 휴식기 후 2경기 연속 0-0 무승부로 후반기를 답답하게 연 포항은 3경기 만에 1승을 올려 9승3무3패(승점 30)가 돼 선두를 굳게 지켰다. 2위는 전남드래곤즈(승점 27)로 ‘제철가 형제’가 오랜만에 선두권에 사이좋게 이름을 올렸다.
반면 ‘월드컵 대표’ 김신욱이 부상으로 결장한 울산(승점 20)은 후반기 3경기에서 1무2패의 부진에 빠지며 6위에 머물렀다. 김호곤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물려받은 조민국 감독의 시름이 더욱 깊어졌다.
포항은 교체멤버 김재성이 후반 31분 강수일의 헤딩패스를 받아 오른발 발리슛으로 ‘월드컵 문지기’ 김승규가 지킨 울산 골문을 시원하게 열어젖혔다.
`키 플레이어‘ 이명주의 시즌 중 알 아인(UAE)이적으로 공격라인에 힘이 빠진 포항은 김재성의 골로 비로소 골 가뭄에서 벗어났다. 김대호의 프리킥을 페널티지역에서 강수일이 머리로 정확하게 김재성에게 연결하자 그대로 왼발 대각선 발리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김재성은 앞서 후반 14분 왼쪽 미드필더 박선주 대신 경기장을 밟았다. 김재성은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것이 처음이었지만 선제 결승골까지 뽑아내는 멀티 능력을 자랑했다. 경기 후 김재성은 “후반기를 2무로 시작했다. 수비수들은 충분히 제 몫을 해줬는데, 공격수들의 퍼즐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3경기 만에 우려를 털어냈고, 오늘 경기에서 골까지 넣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재성의 골로 기세가 오른 포항은 3분 뒤 김승대가 추가골을 터뜨려 울산의 추격의지를 꺾었다. 김승대의 골도 강수일이 도왔다. 강수일이 날랜 움직임으로 오른쪽 측면에서 울산 수비 2명을 벗겨낸 뒤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깔아준 것을 김승대가 침착하게 오른발로 결정지었다.
김승대는 8골로 ‘광양 루니’ 이종호(전남·9골)와의 득점 경쟁에 불을 지폈다. 전반기 찰떡호흡을 과시했던 이명주의 이적 공백에 대해 김승대는 “(이)명주 형의 공백은 다른 장점을 가진 선수가 메우면 된다. 오히려 기회다. 조금만 가다듬으면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이제 시작이다. 훌륭한 선수가 많아 큰 걱정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올 시즌 도중 제주에서 이적해 온 강수일의 활약이 빛났다. 강수일은 빠른 발과 정확한 헤딩으로 2도움을 엮어내 팀 승리에 기여했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힘든 원정경기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승리를 거둬 기쁘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100%가 아니다. 더 좋아져야 하고, 더 높은 곳으로 가야한다”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황 감독은 골을 터뜨린 김재성, 김승대를 칭찬했다. “김재성이 좌측에 뛴 건 처음이다. 워낙 자질이 뛰어나기에 금세 적응했다. 결정적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김승대도 공격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황 감독은 2도움을 올린 강수일의 성실한 자세를 칭찬하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훈련 때 홀로 남아 꾸준히 연습한다. 또 동료들과 잘 어울리려고 노력도 한다. 이런 모습이 경기장에서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을 펼쳤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