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가 120분 연장 혈투에 이은 승부차기 접전 끝에 FC서울에 아쉽게 패했다. 이날 양 팀은 동점과 역전, 재 동점을 주고받는 근래 보기 드문 명승부를 펼쳤다. ‘디펜딩 챔피언’ 포항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4라운드(16강전)에서 후반 10분 김형일의 헤딩 결승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막판 서울 윤주태에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해 연장승부에 들어갔다. 포항은 연장 후반 8분 고광민에게 뼈아픈 역전골을 내줘 1-2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으나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강수일이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20분 사투에서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잔인한 룰렛’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포항은 첫 번째 키커 김재성이 성공했으나 김승대, 문창진이 잇따라 실축하며 서울에 2-4로 분패했다.16강전에서 까다로운 상대인 서울의 벽을 넘지 못한 포항은 3년 연속 우승이 좌절됐다. 올 시즌 목표로 내건 트레블(3관왕) 꿈도 동시에 물거품 됐다. 지면 탈락인 FA컵 특성상 양 팀은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했다. 포항은 김승대, 강수일, 이광혁 등 스피드가 좋은 공격자원들을 배치했다. 서울은 좌우 미드필더가 수비에 가담하는 5백으로 포항 공격 차단에 주력했다. 포항은 전반 15분 이후 주도권을 잡으며 찬스를 엮어갔다. 전반 16분 오른쪽에서 황지수가 올려준 것을 강수일이 머리로 컨트롤한 뒤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정확하게 맞지 않아 골대를 벗어났다.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돌린 포항은 3분 뒤 박선주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골키퍼와 맞서는 결정적 찬스를 잡았으나 왼발 슈팅이 골대를 외면해 선제골 기회를 놓쳤다. 서울은 오른쪽 윙백 차두리의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가담이 위협적이었다. 전반 11분 차두리가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오른발 슛한 것이 다행히 골대를 빗겨가 포항은 위기를 넘겼다. 포항에 악재가 터졌다. 전반 38분 김원일이 경기 도중 오른 발목 부상으로 교체 아웃돼 수비라인에 경고등이 켜진 것. 김형일이 오랜만에 김광석과 중앙 수비로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김광석이 앞서 상대 역습을 막다가 경고를 받은 데다 경기 출장이 뜸했던 김형일의 실전감각이 떨어지는 점 등 수비라인에 불안감이 짙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김형일의 계획되지 않은 투입이 결과적으로 포항에 약이 됐다. 김형일은 후반 10분 코너킥이 이어진 상황에서 헤딩 선제골을 터뜨려 기세를 올렸다. 김승대의 낮고 강한 크로스가 골문으로 날아들자 이광혁이 감각적으로 흘려보내 수비를 교란했고, 반대쪽에 있던 김형일이 다이빙 헤딩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김형일은 골이 들어간 순간, 만감이 교차한 듯 눈물을 쏟아내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동료인 김광석이 진한 포옹으로 벤치 설움을 겪은 김형일의 귀환을 축하했다. 선제골을 내준 서울은 수비수 김진규를 빼고 공격수 윤주태를 투입하며 동점골을 노렸다. FA컵이 단판승부인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포항은 경기 종료 직전, 신화용의 과욕이 동점골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후반 44분 신화용이 상대 크로스를 쳐내기 위해 골문을 비우고 나가 펀칭했으나 하필이면 김치우에게 연결됐고, 김치우의 슈팅이 윤주태의 발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전까지 선방하던 신화용이 경기 막판 욕심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포항은 연장 후반 8분 상대 역습에 뚫리며 고광민에 역전골을 허용해 끌려갔으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강수일의 천금 같은 동점골이 터져 승부차기에서 한 가닥 희망을 이어갔다. 하지만 포항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서울은 4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한 반면 포항은 2명이 실축해 씁쓸하게 돌아서야 했다. 포항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장전 막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끈끈함을 보였으나 결국 승부차기에서 집중력을 보인 서울에 패해 허탈감이 더욱 컸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