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가 AFC챔피언스리그(ACL) 4강 진출에 실패했다. K리그 클래식과 ACL에서 4경기 연속 무득점이란 빈공으로 ACL 4강행을 꿈꾼 것 자체가 무리였다. 포항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CL 8강 2차전에서 FC서울과 연장 120분 사투 끝에 0-0으로 비겨 승부차기에 들어갔고 `잔인한 룰렛게임`에서  0-3으로 완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포항은 승부차기에서 황지수-김재성-박희철이 모두 서울 골키퍼 유상훈의 선방에 막히는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하며 고개를 떨궜다. 반면 서울은 김진규만 골키퍼 신화용에 막혔을 뿐 나머지 3명의 키커로 모두 성공시켜 안방에서 4강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지난 20일 8강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양 팀은 1골 싸움에 들어갔고, 포항은 김재성의 두 차례 날카로운 프리킥이 골대를 외면해 또다시 0-0으로 비겨 연장 승부에 들어갔다. 1, 2차전 모두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승부차기로 이어졌다. 포항은 연장 후반 신광훈이 경고 2회로 퇴장당한 것이 뼈아팠다. 신광훈은 평소 페널티킥을 도맡아 찰 만큼 킥이 정확하고, 배짱이 두둑해 승부차기 1번 키커로 예상됐지만 불의의 레드카드를 받는 바람에 페널티킥 전체 순서가 뒤엉키는 혼란을 초래했다. 기선 제압에 나설 확실한 1번 키커가 사라지면서 포항 벤치에는 불안감이 감돌았고, 3명 키커 모두 유상훈에게 방향을 읽히는 자신감 없는 슈팅으로 허망하게 돌아섰다. 포항은 약 한 달 전 FA컵 16강전에서도 같은 장소에서 서울에 승부차기로 패해 `서울 승부차기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됐다. 황선홍 감독은 FA컵과 ACL에서 모두 서울에 승부차기로 덜미를 잡혀 지도자 인생에 오점을 남겼다. 특히 황 감독은 유일하게 우승 꿈을 이루지 못한 ACL에 무게 중심을 두고 선수단을 운영했지만 8강 탈락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FA컵과 K리그 클래식에서 더블 우승한 포항은 시즌 초 트레블(3관왕)을 목표로 호기롭게 나섰지만 FA컵과 ACL에서 탈락하며 K리그 클래식만 바라봐야 하는 초라한 신세가 됐다. 2년 연속 외국인 선수 없이 순수 국내파로만 FA컵, ACL, K리그 클래식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포항은 시즌 도중 `키플레이어` 이명주가 알 아인(UAE)로 이적하면서 구심점이 흔들리는 결과를 낳았다. 전반기 득점 선두인 김승대도 `특급 도우미` 이명주의 도움을 받지 못해 득점력이 뚝 떨어졌다. 이명주의 이적료가 50억원에 달해 대체 선수 영입이 예상됐지만 포항은 그대로 밀고갔다. `루키` 손준호가 이명주의 빈 자리를 메워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손준호는 아직 이명주급이 아니었다. 창조적인 플레이를 한다고는 하지만 세밀함이 떨어져 흐름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전방으로 찔러주는 날카로운 침투패스가 사라지고 볼만 빙빙 돌리는 답답한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는 포항이다. 골 결정력이 떨어지면서 포항의 장기인 `스틸타가`도 무의미해졌다. 볼 점유율만 높이는 축구로는 정상에 오를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 축구 현장에서 입증됐다. 포항도 잔 패스와 롱킥을 섞어가며 상대를 공략하고 있지만 쓸만한 원톱 자원이 없어 위력이 떨어진다. 전북현대의 이동국처럼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릴 대형 공격수가 없는 점이 포항의 가장 큰 아킬레스다. 포항이 2개 대회 연속 승부차기 탈락의 상실감을 털어내고 마지막 남은 K리그 클래식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오를지가 축구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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