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묘한 매치업이었다. 형제구단간 크로스 매치에서 `제철가`가 `현대가`에 완승을 거뒀다. `제철가 형제` 포항스틸러스와 전남드래곤즈가 사이좋게 2-1 역전극으로 활짝 웃은 반면, 울산현대와 전북현대는 나란히 울상을 지었다. `디펜딩챔피언` 포항은 `아우` 전남이 전북을 잡아주는 덕분에 전북과 승점이 같아져 선두 경쟁에 또다시 불을 붙였다. 전북은 10경기 연속 무패(7승3무)행진이 FC서울에 제동이 걸린 데 이어 2연패를 당해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한동안 전북의 기세가 워낙 강력해 선두 독주태세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연패를 당하면서 선두 경쟁이 미궁속으로 빠졌다.포항이 먼저 승전보를 띄웠다. 포항은 31일 오후 5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울산현대와의 `동해안더비`에서 2-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26분 울산 김신욱에게 선제 헤딩골을 내주며 끌려갔으나 강수일의 동점골과 김재성의 역전골을 앞세워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AFC챔피언스리그(ACL)를 포함해 4경기 연속 무득점의 지긋지긋한 골 가뭄에서도 벗어났다.2시간 뒤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호남더비`에서 전남이 종료직전 전현철의 극적인 역전 헤딩골로 전북에 거짓말같은 2-1 역전승을 거둬 `형`을 측면지원했다.포항은 13승5무5패(승점 44)로 전북(승점 44)과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밀려 2위를 유지했다. 3연승을 거둔 전남(승점 39)은 4위로 상위권에 자리잡았다.출발이 좋지 않았다. 포항은 전반 26분 울산 `고공폭격기` 김신욱에게 선제 헤딩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나흘전 FC서울과의 ACL 8강전 승부차기 패배의 충격이 이어지는 듯 했다. 그것도 포항만 만나면 기세등등해지는 김신욱에게 당했으니 화가 날만도 했다.그러나 강철전사들의 움직임은 의외로 경쾌했다. `트레블`이란 무거운 짐을 벗어던져 부담감이 없어 보였다. 또한 목표도 분명해져 집중력도 좋아졌다. `K리그만 집중하면 된다`라는 새로운 상황이 선수들을 가볍게 했다. 황선홍 감독이 `즐겁게 축구하자`고 독려한 것도 적절한 동기부여가 됐다.  실점 후 3분 만에 강수일이 수비수 2명을 따돌린 뒤 오른발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역전극의 서막이었다. 강수일의 순간 동작에 유준수, 김치곤 등 울산 수비수들이 나가떨어졌다.분위기를 돌린 포항은 후반 3분 김재성의 환상적인 논스톱 슛으로 김승규를 꼼짝 못하게 했다. 김승대의 크로스를 김재성이 왼발로 그대로 꽂아 넣었다. 포항과의 경기에서 신들린 페널티킥 선방을 보인 김승규를 상대로 2골을 터뜨려 더욱 짜릿했다.하지만 경기 도중 변수가 생겼다. 후반 21분 포항 중앙 수비수 배슬기가 따르따의 침투를 막는 과정에서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위기였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23분 김준수, 후반 36분 문창진, 종료 직전 김태수를 투입하며 승리를 지켜냈다.포항 수문장 신화용의 선방도 빛났다. 후반 41분 김신욱의 강력한 슈팅을 놀라운 반사신경을 막아냈다. 2-1로 앞선 상황에서 후반 추가시간이 6분이나 주어졌지만 김광석, 신화용 등이 철벽 방어망을 쌓은 포항 골문은 견고했다. 울산의 동점골은 끝내 터지지 않았고, 조민국 울산 감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더구나 종료 직전 주심이 홈팀 울산에게 마지막 코너킥 기회를 주는 `친절함`을 보였고, 골키퍼 김승규까지 헤딩에 가담했지만 승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날 주심이 작정한듯 포항에 옐로카드를 6장이나 남발했으나 되레 포항의 위기관리능력을 배양하는 결과가 됐다. 경기외적인 부분까지 신경써야하는 골치아픈 상황에서도 포항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경기 후 황선홍 감독은 "ACL 탈락 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선수들이 강한 의지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이제 리그에 집중해야 한다. 잘 준비해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해 "보는 사람마다 판단이 달라진다. 전반전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외적인 것을 잘 이겨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선수들이 차분하게 잘 대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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