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가는 포항스틸러스를 살린 것은 뜻밖에도 국내 최고 골잡이 이동국이었다. 경기 종료직전 강수일의 극적인 동점골도 전북현대의 간판스타인 이동국의 뼈아픈 실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이동국은 2-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에, 골키퍼 신화용마저 골문을 비워 무인지경에서 툭 밀어만 넣어도 되는 너무나도 손쉬운 득점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했던가, 이동국의 발을 떠난 볼은 거짓말같이 골대를 벗어났다. 볼을 잡아서 차도 될 만큼 시간적 여유도 있었지만 그냥 차면 들어가는 완벽한 찬스였기에 이동국은 그렇게 했고, 볼은 밖으로 흘렀다. 이동국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하늘만 쳐다봤다. 반면 2골 차 패배 위기를 간신히 모면한 포항은 마지막 공격찬스에서 강수일의 오른발 대각선 슈팅이 골네트를 갈라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라운드의 11명은 물론이고 황선홍 감독을 포함한 모든 포항 응원단은 포효했고,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 진영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다. 동점골의 주인공 강수일은 흥분한 나머지 유니폼을 벗어던진 채 포항 서포터스와 기쁨을 나눴다. 경고 1장과 맞바꿔도 될 만큼 극적이고, 짜릿한 골이었다. 포항 팬들은 "이동국"을 연호해 가뜩이나 쐐기골을 놓쳐 침울한 이동국의 가슴을 더욱 쓰라리게 했다.포항이 28일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에서 경기 종료직전 터진 강수일의 천금 같은 동점골에 힘입어 2-2로 비겼다. 포항은 15승6무7패(승점 51)를 기록하며 2위를 지켰고, 1위 전북은 15승8무5패(승점 53)가 돼 승점 차가 그대로 유지됐다. 포항이 졌더라면 전북과의 승점 차가 `5`로 벌어져 선두 경쟁에서 탈락할 뻔 했다. 1, 2위 팀 대결답게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먼저 기세를 올린 쪽은 전북이었다. 레오나르도의 오른발 프리킥이 담을 쌓은 김광석의 머리를 맞고 굴절되면서 골문 구석을 파고들었다. 신화용은 속수무책으로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김원일의 고의성 없는 핸드볼 반칙을 지적한 이동준 주심의 판정이 야속했다. 포항 벤치의 황선홍 감독이 뛰쳐나와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0분 전 한차례 날카로운 프리킥을 보여준 레오나르도는 자신 있게 오른쪽 구석으로 감아 찼고, 점프한 김광석의 머리를 맞고 볼은 왼쪽 모서리로 꺾여 들어갔다.반격에 나선 포항은 후반 14분 유창현의 기술적인 오른발 논스톱 슈팅이 대각선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코어는 1-1.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전북이 이동국, 김동찬의 위협적인 슈팅으로 포항을 옥죄었다. 후반 33분 레오나르도의 코너킥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들었고, 볼은 전북 선수 발을 맞고 문전에 도사리고 있던 김동찬에게 연결돼 속칭 `주워먹기` 골이 터졌다. 코너킥 반대쪽을 커버하는 포항 수비수가 없어 김동찬이 가볍게 하나 건졌다.후반 추가시간이 5분이나 주어져 포항은 동점골을 넣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동국에게 쐐기골을 맞을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결과적으로 이동국의 실수로 기사회생한 포항은 강수일의 드라마틱한 동점골이 터져 마치 승리를 거둔 듯한 기쁨에 젖었다. 90분간의 스틸야드 극장은 두 차례 동점골이 터지면서 환호와 탄식이 교차한 끝에 강한 여운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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