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가 지긋지긋한 무승 부진에서 벗어났다. 스플릿 이전 마지막 경기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펼쳐지는 상위 스플릿을 희망차게 맞이할 수 있게 됐다. 포항은 26일 스틸야드에서 열린 상주상무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에서 후반에만 김재성, 김승대, 김형일이 모처럼 용광로 화력을 뿜어내며 3-0 대승을 거뒀다.포항은 지난 5월 10일 전남드래곤즈와의 홈 경기서 3-1로 승리한 이후 처음으로 3골을 넣었다.이로써 최근 6경기 연속 무승(2무4패) 사슬을 끊어낸 포항은 16승7무10패(승점 55)로 전북현대(승점 68), 수원삼성(승점 58)에 이어 3위를 지켰다. 이날 전북에 0-1로 패한 수원과의 격차를 좁혀 2위 탈환도 가시권이다.포항은 수비라인에 변화를 줬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붙박이 중앙 수비수 김광석을 제외하고 김형일이 베스트로 나섰다. 황선홍 감독은 시즌 중반 AFC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동안 번갈아 구사하던 스리백을 접고 포백라인을 가동했다. 가용 수비자원을 고루 활용하는 동시에, 좌우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들고나온 스리백은 어딘지 불편한 `잘 맞지 않은 옷`이었다. 수비수와 골키퍼와의 호흡이 맞지 않아 어어없는 실점도 허용하는 등 불안하고 불편했다.황 감독은 지난 18일 제주전 0-3 대패 후 "여러가지 이유로 스리백을 가동해봤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원 포메이션인 포백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고했다.포항에 맞선 상주는 스리백을 기본으로 수비시 파이브백으로 전환하는 전술로 그럭저럭 잘 버텼다. 그러나 후반들어 포항의 파상공세가 시작되자 상주 골문을 쑹쑹 뚫렸다. 포항의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특히 위력적이었다.후반 19분 손준호가 왼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린 것을 김재성이 달려들며 정확하게 이마에 맞혀 골네트를 갈랐다.상주는 실점 후 공격적인 포메이션으로 동점골을 노렸다. 포메이션을 3-4-3에서 4-2-3-1로 바꾸었다. 포항은 공격적으로 나오는 상대가 더 반갑다. 김승대, 김재성 등 발빠르고 기술이 좋은 공격자원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활발하게 움직였다. 후반 36분 김승대가 상주 수비를 뚫고 김재성에게 연결했으면 완벽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지만 드리블을 시도하다 수비수에 걸려 득점기회를 날려 애석해했다.하지만 김승대의 두 번째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43분 오른쪽 측면에서 강민수의 패스를 가로채 골키퍼 홍정남 옆을 꿰뚫는 침착한 슈팅으로 골을 신고했다. 무려 3개월 만에 느껴본 짜릿한 골맛이었다. 사실 김승대는 아시안게임과 A대표를 오가는 개인적 영광 속에 팀 성적 하락 때문에 마음의 짐이 있었다. 시즌 9호골을 올린 김승대는 득점 선두인 전북 이동국(13골)과 격차를 좁혔다. 더구나 이동국은 수원전에서 부상을 당해 남은 5경기 출장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승대는 "득점왕 경쟁은 이제부터다. (이)동국형과 격차를 최대한 좁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보였다.승부가 갈린 후반 49분 김형일이 쐐기골을 터뜨려 대승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황선홍 감독은 "홈에서 3골을 넣고 이겨 기쁘다. `상위스플릿`에서는 더욱 집중해 원하는 목표를 이루겠다. 수원이 오늘 이겼다고 해도 5경기에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승은 사실상 멀어졌지만 2위를 탈환해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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