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틸러스(이하 스틸러스) 사장이 바뀌었다. 포스코의 2일자 계열사 인사에 따라 3년 임기 만료를 앞둔 장성환 사장 대신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을 지낸 김응규씨가 새로 왔다. 장 사장이 선수단의 터키 전지훈련 참관 차 자리를 비운 사이 인사가 이뤄져 모양새가 아름답지 못하게 됐다. 장 사장은 3년 재임기간 동안 재무 건전성을 눈에 띄게 향상시켰고, 2013년 외국인 선수 없이 더블(K리그 클래식, FA컵) 우승을 달성하는 성과를 이뤄 연임 전망이 우세했지만 갑자기 사장 교체인사가 나 구단 직원들도 어리둥절해했다. 당초 전임 김태만 사장이 4년을 채워 장 사장도 1년 더 보장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장 사장은 올 시즌에 대비해 일찌감치 외국인 선수 3명을 영입하는 등 팀 재건 작업에 의욕을 보였다. 장 사장의 교체 이유도 의문이지만, 그보다도 스틸러스 사장 인선 절차상 하자를 짚지 않을 수 없다.스틸러스는 포스코의 계열사가 아니라 엄연한 독립법인이다. 지난 1995년, 최대주주인 (주)삼일 등 지역민들이 출자해 (주)포항프로축구 법인으로 새로 출범했다. 포스코는 단순히 주주일 뿐이다. 1973년 포철실업축구단으로 태동한 스틸러스가 포스코 축구팀이 아닌 시민구단이 됐던 것이다.포스코가 그룹 임원 인사를 하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계열사도 아닌 스틸러스 사장 자리를 그룹 인사에 끼워 뚝딱 해치워서는 곤란하다. 사장 내정자라고 신분을 명확히 한 뒤 주총에서 승인받는 절차를 거쳐야 옳았다. 주주들을 핫바지로 여기는 처사라고 해도 피해갈 길이 없다.특히 스틸러스 주총이 3월 중순 열릴 예정이어서 그때가지는 실질 사장과 명의 사장이 공존하는 어정쩡한 형태의 조직이 됐다. 장 사장은 터키 전지훈련지에서 선수들을 격려한 뒤 2일 귀국했지만 사무실에 머물 곳이 없다. 김응규 내정자가 2일부터 집무실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포스코 입사 1년 선후배 사이로 김 내정자가 위다. 장 사장은 선배에게 ‘안방’을 내주고 3월 주총까지 가뜩이나 비좁은 스틸야드 한쪽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해 일할 계획이다. 오는 사람이나 가는 사람이나 멋쩍기는 마찬가지다.아무래도 포스코가 스틸러스를 계열사로 착각한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스틸러스 사장 자리를 그룹 임원 인사에 끼워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스틸러스 사장 인선은 주주들에게 맡겨야 한다.  김응규씨는 내정자일 뿐이다. 포스코로부터 발령을 받았더라도 주총에서 승인받지 못하면 허사다. 스틸러스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응규 사장 선임을 알렸지만 원인 무효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사장이 2명이어서 빚어지는 혼선은 구단 내부 사정이라고 치자. 그러나 시민구단인 스틸러스의 사장이 포스코의 인사 관행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주주들이나 포항시민의 의중이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일방구도에서 빚어진 ‘갑’의 전횡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무늬만 시민구단’의 한계로 치부하기엔 뒷맛이 씁쓸하다.포스코가 연간 150억원에 달하는 구단 운영비를 광고·홍보비 형식으로 지원하고 있어 스틸러스의 실질적인 운영 주체가 맞긴 하다. 포스코의 지원이 끊어진다면 당장 프로팀으로 존속하기 어렵다. 연간 10억 미만의 입장료 및 광고수입으로 구단 살림살이를 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렇더라도 스틸러스 사장 자리가 포스코의 인사적체 해소용이 돼선 안 된다. 독립법인 전환 후 강신우-차동해-박정우-김현식-김태만-장성환 사장 등 포스코 출신 인사들이 거쳐 갔다. 시민 대표성을 띤 강신우 사장만이 민간 출신이고 모두 포스코 임원 출신들이다.차동해 사장은 클럽하우스 건립과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브라질 유학 프로젝트를 시행해 박주영, 황진성 등 `대어`들을 배출했다. 박정우 사장은 유소년클럽시스템을 구축해 스틸러스 산하 학원팀들이 전국에서도 유명한 유망주 산실이 됐다. 김현식 사장은 한국프로축구사상 최초로 브라질 출신 파리아스 감독을 영입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큰 성공을 거뒀다. 김태만 사장은 `스틸러스 웨이`라는 신선한 스포츠맨십운동을 전개해 K리그를 정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장성환 사장은 `무(無)용병`을 선언해 토종축구로 더블을 달성하는 등 K리그를 평정했다.이처럼 역대 사장들 모두 큼직한 업적을 남겨 ‘역시 포스코 임원들이라 다르다’는 소리도 듣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역대 사장들은 형식이나마 주총에서 선임 절차를 거쳤다는 점이다.이번에 김응규 사장 선임과 관련, 절차상 문제를 일으킨 것은 포스코 인사가 과거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진 탓도 있지만 포스코가 스틸러스를 억지로 계열사로 넣어 임원 인사에 숨통을 트는 꼼수를 부린 때문이다. 40년 역사의 스틸러스가 여전히 포항시민들의 정서와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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