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치는 바위에서도 붙어 있을 수 있는 강한 접착력을 가진 홍합접착단백질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특정 pH에서 물질을 방출하는 단백질 나노입자가 포스텍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포스텍 화학공학과 차형준 교수팀은 홍합의 접착 메커니즘 중 하나인 금속-카테콜 결합을 활용, 약물전달체로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접착성 단백질 나노입자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화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안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표지논문으로 선정된 이 성과는 홍합접착 단백질 자체에 주목했던 이전과는 달리 홍합접착에 중요한 메커니즘을 새로운 기술로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첫 사례다. 금속-카테콜 결합은 홍합이 바위에 붙어 있도록 하는 메커니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학적 결합으로, 특히 결합력과 자가복원성이 강해 생체접착제나 의료용 소재 개발의 모티브로 활용돼왔다. 차 교수팀은 금속-카테콜 결합이 금속 분자 주변의 pH 변화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진다는 특징을 이용, 환경자극에 반응해 특정 pH 이하에서만 물질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나노입자를 만들어냈다. 또한, 이 입자는 그 자체로도 접착력을 가지고 있어 생체조직 표면에서 효과적으로 접착될 수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이 입자는 생체조직 표면에 접착된 다음 세포 내에 들어가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pH 반응성 약물전달 제재로 의료분야나 화장품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주도한 차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홍합접착 핵심메커니즘에서 착안한 화학결합을 약물전달체 등 새로운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기반기술”이라며 “이를 이용한 국소적 약물전달 접착성 물질로 암치료에 응용하는 동물실험을 추진 중”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