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6일 월요일 오후 1시 36분,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처음 보는 거라서 그런지 내 아들이지만 못생겨 보였습니다(승민아 미안해 ♡). 와이프도 건강하고, 아기도 건강했기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만큼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산후조리원에서 2주가 금방 지나고 와이프와 승민이가 집에 왔을 때 헬게이트가 열렸습니다. 우유는 뜨겁지 않게 식혀서 줘야 하고, 우유 먹고 난 뒤에는 트림이 나오게 등을 두들겨 줘야 하고, 아기들은 왜 이리 잘 토하는지 토하면 손수건으로 입 닦이고 옷 갈아입히고, 기저귀는 또 왜 이리 자주 가는지, 씻기는 건 정말 조심해서 씻겨야 하고(혹시라고 귀에 물이 들어가면 큰일 남), 시도 때도 없이 우는 통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힘들었습니다. 힘들었다고 하면 와이프한테 한소리 들을 거 같습니다. ’니가 한 게 뭐가 있다고 힘들었다고 하는 거냐고‘. 물론 와이프가 훨씬 힘들었겠지만 저도 나름 힘들었습니다. 분명 승민이가 태어나서 몹시 즐거웠는데, 곧 육아로 힘들었고, 잠을 많이 못 자서 괴로웠습니다. 그래도 승민이가 잘 크는 모습, 저를 보며 방긋 웃는 모습을 보니 즐거웠습니다.
2020년 11월 말에 저는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기업교육 컨설턴트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교육시장이 힘들었던 시기입니다.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라서 대면으로 교육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작은 기업교육 컨설팅 회사, 기업교육 강사들 대부분이 일이 줄었습니다. 코로나로 할 일이 많이 없어진 것도 이유였고, 회사가 사무실을 옮길 예정이었는데 계산해 보니 출퇴근 거리가 편도로 1시간 40분 넘게 걸려서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제게는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시는 분 소개로 모 컨설팅 회사에 일을 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조직 분위기와 제가 하게 될 일, 업무량 등을 고려해 보니 이곳은 제 역량에 맞지 않는 곳이라는 판단에 3일 만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싶어서 괴로웠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현재 회사에 취직이 됐는데 조직 분위기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자전거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10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고, 급여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저는 또 행복해졌습니다. 회사 다니는 게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인생이 참 웃긴 게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용역 사업의 관리자가 되었는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서 엄청 고생하고, 힘들었습니다.
저는 87년생입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제 나이는 36살입니다. 고작 36살이지만 제가 인생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인생은 즐거운 일과 괴로운 일이 반복된다.‘라는 겁니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 힘들고 괴로운 일이 되기도 했다가 다시 좋아지기도 하고요, 괴롭고 힘든 일이 다시 즐거운 일이 되었다가 또 슬픈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윤회(輪 바퀴 윤, 廻 돌 회)‘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즐거움과 괴로움이 수레바퀴가 도는 것처럼 반복되니까요.
인생에 즐거운 일만 있으면 뭐가 걱정이겠습니까? 하루하루가 아주 행복한데. 문제는 즐거운 일만 있는 게 아니라 괴로운 일도 있다는 거고, 이 즐거운 일이 괴로운 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거죠. 마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술자리를 즐겁게 가진 뒤에, 집에 갈 때 음주운전하다가 걸려서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는 것처럼요.
저는 우리가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적어도 ’아래 5가지는 의식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한 두 해(1, 2년) 산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께서도 이미 경험으로 체득했겠지만 정리해 보면1. 나에게 즐거운 일이 생기면 그 일은 계속 좋을 수도 있지만 괴로운 일이 될 수도 있다.2. 나에게 괴로운 일이 생기면 그 일이 계속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다.3. 즐거운 일과 괴로운 일은 넓고 길게 보면 되풀이된다.4. 나에게 즐거운 일이 생기면 내가 괴로워지지 않도록 마음을 관리해야 한다. (마음이 확 들뜨면서 저지를 수 있는 실수 경계하기, 잘난 체하지 않고 겸손하기 등)5. 나에게 괴로운 일이 생기면 현재 나에게 주어진 조건과 상황 등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마음을 긍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럴 수도 있지, 이 정도면 다행이다, 시간이 약이다 등)
스트레스 관련 논문을 찾아보면 우리가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정서(감정) 중심적 관리‘입니다. 정서적 균형을 찾기 위해 스트레스 상황을 인지적으로 재구성하라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어떤 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이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거죠. 너무나 당연한 건데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계속 노력해야 되겠습니다.
좋은 기회로 ’미디어경북‘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 연락 받았을 때 굉장히 좋았습니다. 나한테 이런 좋은 기회가 생기는구나. 연락 받은 당일에는 즐거웠는데 머리를 싸매서 글을 쓰려고 하니까 괴롭습니다. 그런데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니 나중에 제가 쓴 글이 모이면 제대로 된 책 한 권을 또 출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은 즐겁다가도 괴로운 것이고, 괴롭다가도 즐거운 것이 인생입니다. 모쪼록 꾸준히 글을 쓰겠습니다.
◎ 생각해 보기1. 나에게 생긴 즐거운 일이 괴로운 일로 바뀐 적이 있나요? (ex. 취업해서 너무 좋았는데 이상한 상사를 만나서 힘들었다 등)2. 나에게 생긴 괴로운 일이 즐거운 일로 바뀐 적이 있나요? (ex. 수능에 실패해서 재수를 했는데 더 좋은 대학교를 가게 되었다 등)3. 앞으로 나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마음을 관리하실 건가요?4. 혹시나 나에게 괴로운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마음을 관리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