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포스코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대한 기부금 출연과 관련한 보도가 나왔다.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앞두고 포스코가 선제적으로 "정부의 기부금 출연에 대한 공식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포스코의 뿌리는 대일청구권자금(일제 식민지 배상금)이니 당연히 포스코가 앞장서야 하는 일이다.그런데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의 윤석열 정부를 향한 그 선제적 제안은 <살아남게 해달라는 아부>로 들려오기도 하고 <살아남기 위한 기만>으로 들려오기도 한다. 이것은 전혀 생트집이 아니며, 최 회장의 아부와 기만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2022년 4월 6일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임직원들에게 <더 이상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는 역사 부정ㆍ정체성 부정ㆍ창업정신 배반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때 밝힌 이유의 하나가 <대일청구권자금을 이미 완납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들춰보면 이렇다.-포스코 설립 초기, 무상 대일청구권자금의 10%인 30.8백만 달러가 포항제철소 1~2기 건설에 사용되었음.-사용된 무상 청구권자금은 1971년~73년 자본금으로 전환되었으며,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의 보유지분 매각으로 환수되었음.-제철소 건설에 사용된 유상 청구권자금(차관) 88.7백만 달러는 한일 양국 간 차관 공여 조건에 따라 1996년까지 원금과 이자의 상환을 완료하였음.그러니까 최정우 회장은 대일청구권자금을 이미 옛날에 깨끗하게 다 갚았으니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라고 단호히 선언했던 것이다. 여기서 최정우 회장에게 국민기업의 이름으로 엄중히 꾸짖어야 한다.첫째,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라고 선언한 장본인이 지금 이 시점에 와서 선제적으로 정부를 향해 강제징용 해법 기부금 출연 의사를 홍보하고 있으니, 아무리 얼굴이 두껍다고 하더라도 살아남기 위한 그런 행태가 우선 직원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가?둘째, 포스코는 2014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100억 원 출연을 약조해 2016년과 2017년에 60억 원을 출연했으나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부터는 재단 측의 40억 원 완납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인제 와서 최정우 회장이 미납 40억 원을 만지작거리며 출연금 납부의 기특한 바람잡이 역할을 자임한 것처럼 그렇게 선제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니 아부와 기만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겠는가?박태준 회장은 생전에 대일청구권자금을 <조상의 혈세>라 불렀다. 조상의 피의 대가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박 회장은 목숨을 걸고 외쳤다. 조상의 혈세로 건설하는 제철소이니, 제철보국을 우리의 생활신조와 인생철학으로 삼아야 하고, 만일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투신해야 한다고.그리고 박태준 회장은 2011년 9월 생애 마지막 연설을 통해 포스코 후배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유언처럼 남겼다.첫째는 대일청구권자금이 포스코의 종잣돈이라는 사실과 바로 그것이 포스코에 요구되는 고도의 윤리의식의 원천임을 명심하라. 둘째는 일관제철소가 있어야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일념과 의지를 명심하라. 셋째는 포항시민의 희생과 협력을 잊지 말라.이제 더 이상 최정우 회장은 용렬하게 아생연후를 획책하지 말아야 한다. 조상의 혈세ㆍ우향우ㆍ제철보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박태준 회장의 마지막 당부를 거역한 것만으로도 즉시 사퇴해야 마땅하다.그뿐인가. 태풍 힌남노 손실에 대한 총체적 책임, 포항시민과의 불필요했던 갈등과 대립 자초, 노블레스 오블리주 상실 등 최정우 회장의 사회적 문제들은 지난 1년 동안 충분히 드러났다.포스코홀딩스 정관에는 회장의 임기에 관한 규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받아 놓은 임기가 사회적 신뢰를 담보하는 것도 아니고 책임회피를 위한 방패는 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당연히 해야 하는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해법에 참여하겠다고 선제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니, 어찌 그것이 최정우 회장의 아부와 기만으로도 비치지 않겠는가.이제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를 위해서라도 좌고우면 없이 깨끗하게 즉시 사퇴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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