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은 어두운 환경에서도 빠르게 적응하여 주변의 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통해 소중한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시대, 과연 스마트폰에 달린 카메라가 우리의 눈을 대신할 수 있을까?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전자전기공학과 최수석 교수 · 왕다희 씨(석사졸업, 現 삼성전자) 연구팀은 전기적 신호를 이용해 필터링 색 조절이 가능하고, 높은 광(光) 투과율을 가진 컬러 필터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연구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광학 전자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즈(Advanced Optical Materials)’의 후면 표지(back cover) 논문으로 게재됐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렌즈를 통과한 빛은 이미지 센서로 들어간다. 센서는 적색과 녹색, 청색 필터를 통해 빛을 필터링하고, 다시 이들을 조합하여 형형색색의 물체를 재현한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센서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어 인접한 픽셀을 합치는 ‘픽셀 비닝(binning)’ 기술을 통해 빛의 양을 늘림으로써 노이즈를 줄이고, 이미지를 또렷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염료형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기존 필터는 외부 환경에 취약하며, 투과 중 손실되는 빛의 양이 많다. 또, 필터링 색이 적색, 녹색, 청색 중 하나로 고정되어 색상의 다양성이 제한되고, 선명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컬러 비닝’ 기술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이를 보정하고 있지만, 이미지와 색의 정확한 표현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카이랄* 액정(Chiral Liquid Crystal, 이하 CLC)에 주목했다. CLC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특정한 파장의 빛을 선택적으로 반사한다. 연구팀은 이 특성에서 착안하여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나노미터(nm) 크기의 CLC 구조를 조절해 특정한 색(구조색*, structure color)을 나타내는 필터를 제작했다. 적색 파장의 빛을 필터링하던 필터가 상황에 따라 청색 파장의 빛을 필터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1.4V(볼트)의 매우 낮은 전압으로 필터링 색상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데 성공했으며, 필터는 70%의 높은 광 투과율을 보였다.   *카이랄 : 분자의 회전 비대칭성을 의미한다. 오른손과 왼손처럼 서로 겹쳐지지 않는 광학 상태를 가지며, 스프링과 같은 광학적인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분자가 회전된 나노 구조형태를 말한다. *구조색 : 물체의 미세한 나노 구조에서 나타나는 염료 흡수방식이 아닌 빛의색구현 기술로, 빛의 색 파장 길이에 맞추어 나노 구조체의 형태와 길이에 따라 빛의 색상을 조절할 수 있다.   이어, 연구팀은 필터를 이용해 4개의 픽셀을 하나로 합치는 ’테트라 비닝(Tetra Binning)‘ 기술을 구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기술은 어두운 환경에서도 높은 품질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최신 기술 중 하나다. 연구팀은 인위적 신호처리 등 추가 공정 없이 1.4V의 전압만으로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연구를 이끈 최수석 교수는 “사람의 눈처럼 어두운 환경에서도 고품질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 연구가 이미지 센서뿐 아니라 자율 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삼성전자·POSTECH 전략산학의 지원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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