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는 얼마나 짧은 시간일까? 1초는 하루 24시간의 86,400분의 1에 해당하며, 시속 300킬로미터(km)로 달리는 KTX 기차가 약 83미터(m)를 갈 수 있는 시간이다. 또, 사람이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는데 평균 0.3초가 걸리기 때문에 세 번 정도 눈을 깜빡일 수 있는 시간이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공동 연구팀은 불과 1초 남짓한 시간 동안 기체와 X`액체 간의 초고속 혼합 반응을 진행하여 불소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POSTECH 화학공학과 김동표 교수 · 통합과정 주정운 씨, 고려대 화학과 김희진 교수 · 이현재 씨(現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 공동연구팀은 불소 화합물 합성에 필요한 기체와 액체를 초고속으로 혼합하는 특수 반응기를 통해 플루오로포름(CHF3)1)에서 트리플루오로메틸기(-CF3)2) 중간체를 성공적으로 제조하여 불소계 신약 합성 방법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불소(F)는 자연 상태에서 불소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한다. 치아를 코팅해 충치를 예방하는 치약 성분인 플루오린화나트륨(NaF)이 바로 불소 화합물이다. 최근 불소가 포함된 합성 의약 분자가 질환이 있는 조직 세포막에 대한 투과성이 높고, 세포 내 단백질에 대한 결합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불소가 포함된 의약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트리플루오로메틸기를 합성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간단한 전구체3)인 플루오로포름에서 수소(H) 하나를 다른 원소나 작용기로 치환하는 방법이 가장 경제적으로 유용하다. 하지만 기체 상태인 플루오로포름은 휘발성이 있어 액체와의 혼합이 어렵고, 반응성이 매우 낮다. 또, 순식간에 분해되기 때문에 플루오로포름과 반응할 물질을 함께 넣어주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다른 화학 반응도 동시에 진행되어 트리플루오로메틸기 수율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의 ‘기체-액체 혼합반응기’를 제작했다. 반응기 내 통로를 구불구불한 ‘ㄹ(리을)’ 모양으로 만들고, 투과성이 높은 나노 다공성 막을 통로 중간에 배치하여 탈수소용 초염기 액체와 플루오로포름 기체가 위아래로 소용돌이치며 잘 혼합되도록 설계하였다. 또한, 플루오로포름 기포를 잘게 부수어 액체와 접촉하는 면적을 넓힘으로써 플루오로포름에서 수소 하나가 제거된 트리플루오로메틸 음이온(CF3-)을 효율적으로 제조했다. 기존 공정과 달리 안정제나 다른 첨가제 없이 효과적으로 불소 중간체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불소화 음이온 중간체(CF3-)와 반응할 화합물을 곧바로 투입하여 불소계 화합물을 합성했다. 이때 플루오로포름으로부터 트리플루오로메틸 중간체를 제조하고, 이를 활용한 전 과정을 불과 1초 이내에 진행했다. 수명이 매우 짧은 트리플루오로메틸 음이온의 생성을 최대화하고, 이 중간체가 분해되기 전에 다음 반응을 초고속으로 진행함으로써 불소계 화합물 수율을 개선하고, 강력한 불소화 의약품 합성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불소 화합물을 경제적으로 합성하는 공정의 산업적 응용과 실용화의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여러 불안정한 중간체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용어정의] 1) 플루오로포름(CHF3) :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중 하나로, 수명은 270년이다.2) 트리플루오로메틸기(-CF3) : 하나의 탄소는 네 가지 원소 또는 그룹과 결합할 수 있는데, 하나의 탄소에 세 개의 불소와 기타 다른 원소나 작용기가 결합된 형태다.3) 전구체 : 화학 반응에서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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