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싸가지: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를 속되게 이르는 말. 또는 그러한 예의나 배려가 없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제가 중학교 2학년일 때 반에서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영민(가명: 假名)이가 저에게 2천 원만 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가 뭔 힘이 있겠습니까?! 2천 원을 줬죠. 그 당시 2천 원이면 매점에서 피카츄 돈가스 1개와 닭다리 1개, 끓인 라면도 1개를 먹을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뒤, 저는 영민이에게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식이 돈이 없다고 하면서 안 갚는 겁니다. 이른바 저는 삥을 뜯긴 거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에게도 돈을 빌리기만 하고 안 갚는 거 같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민이가 또 저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하며 거절했습니다. "네가 나한테 2천 원을 빌렸는데 아직 안 갚았기 때문에 나는 너에게 돈을 빌려줄 수가 없어.”그 후로 영민이가 저에게는 돈을 빌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에게 계속 돈을 빌렸습니다. `돈을 빌려주면 못 받는 걸 알면서도 왜 거절하지 않고 빌려줄까?` 저는 빌려주는 친구들이 착하기보다는 바보, 멍청이처럼 느껴졌습니다.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내가 충분히 능력 있고, 여유로우며,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라면 도와줄 수도 있죠. 하지만 나는 거절하고 싶은데 거절하면 `나쁜 사람`, `이기적인 사람`, `싸가지 없는 사람` 등이 될까 봐 마지못해 "Yes"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으면 착한 사람인가요?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들어줘야 착한 사람이 되나요?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건 착한 사람이 아니라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겁니다.성경에 ‘황금과 같은 가치를 갖는다.’라는 의미에서 `황금률`이라고 불리는 구절이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거의 대부분 들어보셨을 겁니다. 황금률처럼 서로가 서로를 잘 대접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제는 나는 상대를 귀하게 대접하는데 상대가 나를 귀하게 대접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겁니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가 나를 귀하게 대접하지 않아도 나는 착한 사람이니까 또는 좋은 사람이 돼야 하니까 계속 귀하게 대접해야 할까요?아니요! 저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예수님, 부처님처럼 위대한 성인(聖人)이 아니잖아요. 우리는 철저하게 인간관계의 절대 법칙인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를 따라야 합니다. 주면 받고, 받으면 주고, 안 주면 안 받고, 안 받으면 안 주면 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균형`이기 때문입니다.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참가자 A와 B, 2명은 각각 ‘협조’와 ‘배신’ 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동시에 배신 카드를 내면 둘 다 10만 원의 상금을 얻고, 두 사람 모두 동시에 협조 카드를 내면 둘 다 30만 원을 상금으로 받습니다. 만약, 한 명이 배신하고 다른 한 명이 협조하면 배신한 사람에게는 5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지만 협조한 사람은 0원, 아무것도 받지 못합니다.   자! 이 게임이 딱 1회에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때 참가자 A와 B는 서로 어떤 선택을 해야 가장 많은 상금을 얻을 수 있을까요? 단순해 보이는 이 게임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최종적으로 정치학자이자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가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해서 승부를 가리는 대회를 열었습니다. 정치학,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서로 가장 큰 이득을 얻기 위해 겨뤘습니다. 과연 어떤 프로그램이 우승했을까요? 단 3줄로 이뤄진 제일 단순한 프로그램이 우승을 했습니다. 3줄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1. 처음에는 협조를 한다.2. 상대방이 배신하면 나도 배신한다.3. 상대방이 협조하면 나도 협조한다.먼저 협조하고, 상대방에게 배신당하지 않는 한 계속 협조하는 프로그램이 우승을 한 겁니다. 정리하자면 기브 앤 테이크를 한 거죠. 여러분, 생각해 봅시다. 이 우승 프로그램이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인간관계로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주는 시사점이 뭘까요? 간단합니다. 처음에는 착한 사람(좋은 사람)으로 행동하고, 그 후의 내 싸가지는 상대방의 행동에 따라 결정을 하면 된다는 겁니다. 제가 빌려준 돈을 영민이가 갚지 않았기 때문에 영민이에게 제가 다시 돈을 빌려주지 않았던 것처럼요.물론 기브 앤 테이크를 나와 심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람(가족, 친구, 연인 등)과 나보다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사람(나보다 힘이 더 센 사람: 직장 상사 등)에게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좋든 싫든 친하지는 않지만 어떠한 이유로 계속 만나야 하는 나와 비슷한 레벨의 사람(직장 동료, 지인 등)이 나를 만만하게 보지 않도록 하면서, 그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기브 앤 테이크가 중요합니다.누군가가 내게 부탁을 하면 상식적인 선에서 나에게 그리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일단 도와주세요. 그리고 그 후에 일부러 나도 상대방에게 비슷한 종류의 부탁을 해보세요. 만약 상대방이 내 부탁을 들어주면 다음에도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고, 만일 상대방이 내 부탁을 어떠한 이유로 거절한다면 그다음에 상대방이 어떤 부탁을 했을 때 나도 상대방이 내 부탁을 거절했던 비슷한 이유로 거절하면 됩니다. 누군가가 나를 칭찬하면 나도 나중에 비슷한 종류의 칭찬을 상대방에게 해주세요. 누군가가 나에게 짜증을 내면 나도 비슷한 종류의 짜증을 상대방에게 내세요. 누가 선물을 주면 나도 주세요. 내가 선물을 줬는데 상대방이 안 주면 앞으로 안 주면 됩니다. 내 싸가지가 있고 없고는 상대방이 결정합니다.이렇게 관계를 맺게 되면 상대방은 ‘저 사람은 기본적으로 내가 싸움을 걸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지만 내가 싸움을 걸면 바로 되받아치는 만만치 않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괜히 착한 사람 되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내 싸가지는 상대방에게 맡기세요. 마지막으로 하지현 교수님(건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 쓰신 「소통, 생각의 흐름」 책에 나오는 내용을 소개합니다. "호혜란, 서로 도와 편의를 주고받는 것을 뜻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받고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주고 난 후 받는 것이다. 게임 이론에서 맞대응 전략은 장기적으로 여러 번의 게임을 할 경우 가장 우월한 전략으로 증명되었다. 즉, 상대가 보이는 호의와 악의에 따라 내가 반응하되, 내가 처음에 호의를 베푸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다."잊지 마세요! 균형이 깨지면 관계는 무너집니다. 혹시 균형이 무너졌는데도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면 누군가가 희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기브 앤 테이크로 관계의 균형을 맞추세요. 그리고 상대방에게 착한 사람이 되지 말고, 내가 나에게 착한 사람,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시길 바랍니다.◎ 생각해 보기1. 누군가(나와 비슷한 레벨의 사람)의 부탁에 내 마음이 불편했던 경험이 있나요? (그냥 얼굴만 아는 직장 동료가 나에게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을 때 등) 2. 마음이 왜 불편했을까요? (거절하고 싶은데 거절하지 못해서,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등) 3. 나와 비슷한 레벨의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를 합시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처음에는 내가 먼저 호의를 베풀어야 함)4. 이제부터 누군가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계속 한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할 건가요?       글쓴이|이동석현 두들러 교육매니저(교육콘텐츠 기획자)전 에이드컨설팅 교육사업팀 과장 - 건국대 교육학 석사교육부 후원, 제18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강연 (2021, 서울 코엑스)강의 분야 : 자기경영, 소통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