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첨단재료과학부 황승준 교수 연구팀이 값싸고 흔한 주족원소들로도 전이금속 촉매 못지않은 산소 활성화 반응이 가능함을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미국화학회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잭스 골드(JACS Au)’에 실리며 학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공기 속 산소는 단순히 생명 유지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연료의 연소 같은 에너지 변환 반응은 물론, 생명체 내 대사 작용, 그리고 다양한 화학 변환을 이끄는 촉매 반응에서도 산소 활성화 반응은 핵심적인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전이금속 촉매에 의존해 왔는데 이들은 성능은 좋지만 인체 유해성과 비싼 가격, 한정된 자연계 매장량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또한 이런 전이금속을 이용하더라도 산소를 원하는 정도로 조절해서 활성화시키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런 고민에 대해 연구팀은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전이금속보다 흔하고 저렴한 주족원소인 인(P), 안티모니(Sb), 비스무트(Bi)를 활용해 산소 반응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세 원소는 모두 주기율표 15족에 속하는 `형제` 같은 존재다. 연구팀은 이들을 중심에 둔 특수한 분자를 만들어 실험했다. 마치 평면 모양의 무대 위에 배우들을 올려놓듯, 이 분자들을 평평한 구조로 만들어 전자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흥미롭게도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이 세 분자가 산소를 만났을 때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가장 가벼운 인(P)은 산소 원자 두 개와 한꺼번에 반응하는 가장 활발한 반응성을 보였다. 반면 더 무거운 안티모니(Sb)와 비스무트(Bi)는 오직 산소 원자 하나에만 반응하며 선택적인 반응성을 보였다.
마치 가벼운 인(P)은 활발한 어린이처럼 주변 사람들(전자들)과 쉽게 어울리며 큰 놀이(반응)를 벌이는 반면, 무거운 비스무트(Bi)는 점잖은 어른처럼 자신만의 공간에서 차분하게 작은 활동만 했다. 이 결과는 원소가 무거워질수록 전자들이 중심 원자 주변에 더 강하게 뭉쳐 안정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팀은 `Hammett 분석`과 `pKa 계산`을 통해 각 원소 반응성을 숫자로 정확히 표현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는 마치 운동선수의 기록을 정확히 재는 것과 같아서, 앞으로 비슷한 연구를 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승준 교수는 “주기율표상 원소 특성이 반응성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값싼 원소로도 고성능 산소활성 촉매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이번 연구가 화학, 환경 산업의 비용 절감과 친환경 기술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과 삼성미래기술 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