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철수 속초시장은 ‘워터밤’을 열었고, 국민의힘 김홍규 강릉시장은 무능한 행정으로 `제한급수`를 불렀다. 강원도 내 두 지자체의 극명한 행정 성적표 속에 강릉의 역대급 가뭄 사태가 정당별 대결구도로까지 치닫고 있다.강릉의 역대급 가뭄 사태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행정 실패로 빚어진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긴급회의를 주재했지만, 김홍규 강릉시장은 정작 기본적인 원수 확보 방안조차 설명하지 못했다.
현재 강릉시 정수장은 5만 톤의 원수가 필요하지만 공급량은 1.5만 톤에 불과하다. 추가로 3.5만 톤을 확보해야 한다는 질문에 김 시장은 정수장 현대화, 지하 댐 등 동문서답만 반복했다. 예산 규모를 1천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번복하며 사업 구조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같은 질문을 9차례 반복했지만, 돌아온 답은 “9월엔 비가 올 것이라 믿는다”는 황당한 발언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하늘을 믿고 있으면 안 된다. 사람 목숨을 실험에 맡길 수 없다”고 호통을 쳤고, 시민들 또한 안전을 하늘에 맡기는 태도라며 비판이 쏟아냈다.반면 속초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김철수 전 속초시장은 2018년부터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 자립 도시’를 선언하고, 뚫고·가두고·막는 3대 핵심사업을 추진했다. 암반관정 개발(14곳)을 통해 1만5천 톤, 지하댐 등 다목적 방재시설로 7천 톤, 상수도 현대화로 5천 톤을 절감해 하루 2만2천 톤의 수원을 추가 확보했다. 이는 과거 갈수기 최대 부족량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2023년까지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을 완료하고, 올해 2월에는 상수도관망 전문 관리 용역까지 착수했다. 유량·수압·수질 데이터를 분석해 누수와 사고를 사전 차단하는 체계적 시스템도 갖췄다. 속초는 더 이상 물 부족 도시가 아니라 ‘워터밤 도시’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강릉시는 수십 년간 가뭄 민원에 시달려 왔지만 근본 대책을 미뤄왔다. 오봉저수지에만 의존해온 결과, 주민들은 설거지를 포기하고 물티슈로 화장실을 닦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속초의 선제적 대응과 대비되는 무책임 행정의 민낯이다.
같은 강원도, 같은 물 부족 문제였지만 행정 성과는 극명히 달랐다. 속초는 계획과 실행으로 자립에 성공했고, 강릉은 준비 부족과 무능으로 재난을 자초했다. 전문가들은 “물 관리 정책은 단체장의 비전과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라며 “속초와 강릉의 차이는 곧 정치적 책임의 차이”라고 지적한다.정치적 책임론도 거세다. “레고랜드 사태”의 김진태 강원도지사나, 5선을 거듭하며 강릉의 실세로 군림한 권성동 의원은 그간 무엇을 했는가?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지역 정치 거물들이 개인 일정과 정치적 행보에는 분주했지만, 정작 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물 문제는 외면해 왔다는 지적이다.속초의 ‘물 자립’과 강릉의 ‘가뭄 재난’은 같은 강원도의 두 단체장이 남긴 극명한 성적표다. 물 관리 하나가 시민 안전과 삶을 갈라놓는다. 정치가 곧 생활임을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