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초록빛이 산하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날에 봄빛을 누려볼 겨를도 없이 뛰어다니는 사람은 지방선거 후보들이겠군요. 나는 후보도 아니고 무슨 캠프의 요원도 아니어서 봄의 교향악을 들으며 제법 바쁜 날들을 보내는 중입니다. 내년(2027년)이 박태준 선생 탄생 100주년이라 영화 제작사, 배급사와 함께 다큐영화 <천하위공 박태준>(가제)을 만들고 있거든요. 러닝타임 115분 미만으로 맞추느라 시나리오 수정에도 고전하고 있습니다.천하위공(天下爲公)이란 `천하는 공적인 것이 된다`는 뜻인데, <예기>에 나오는 말로, 중국 근대혁명의 지도자 쑨원(孫文) 선생이나 해방 후 백범 김구 선생도 중히 여겼습니다.천하위공은 박태준 선생의 사상적 기반이었습니다. `짧은 인생을 영원 조국에`라는 신념과 제철보국ㆍ교육보국의 정신으로 필생에 걸쳐 천하위공의 길을 완주하셨지요. 당신의 사익(私益)과 공익(公益)이 상충할 때는 주저 없이 공익을 택했습니다. 포스코 주식을 공개하면서 공로주 1주도 받지 않았던 것은 천하위공의 모범으로 남아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엄청난 일도 있었지요. 1988년 포스코 주식을 국민주로 공개하는 준비 과정에서 청와대 주도의 <장외매각>이 기획됐지만, 그때 박태준 회장은 <검은 손>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사표를 품고 장외매각을 막아냈습니다. 공인의 도덕적 용기란 그런 겁니다.오늘은 모처럼 쉽니다만, 여유가 좀 생기니 또다시 고향을 염려하게 됩니다. 지금의 포항은 1997년 12월에 들이닥쳤던 IMF사태 때보다 훨씬 더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지 않습니까?그러한 악조건을 극복하려는 도전의 준비에서 포항시의 새 리더를 뽑는 것은 가장 중대한 일의 하나입니다. 새 리더는 곧 포항의 품격을 결정하게 되고, 포항의 품격은 곧 포항의 동력 확보와 직결됩니다.도시의 품격을 대표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국회의원이 아닙니다. 국회의원이 지방선거 공천에는 절대적 위세를 부릴 수 있지만, 도시의 품격은 시장이 대표합니다.이래서 포항시장의 첫째 조건이 청렴성과 도덕적 용기입니다. 능력은 둘째 조건일 겁니다.나는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인데 참 안타깝게도 박용선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는 거액 횡령, 2천만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때문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재송치됐다는 보도들이 나왔습니다.친구들 얘기로는, 요즘 삼삼오오 둘러앉은 포항시민이 시장선거에 대한 우려와 불안을 나누곤 한답니다. 국민의힘 후보가 뽑힐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러면 재선거나 보궐선거를 하게 되지 않겠나, 이런 설왕설래랍니다. 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피의자로 검찰에 송치된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는 압수수색 당한 시점부터 <한 점 부끄럼없다>더니 관련 혐의에 대해 일관되게 공개적으로 전면 부인하는데, 그러면 이제는 박용선 후보도 기자회견이든 뭐든 공개적으로 포항시민들 앞에서 당당히 공표해야 맞지 않느냐? <저의 문제로 포항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합니다만, 저는 양심에 손을 얹고 결백과 무죄를 주장합니다. 그래서 설령 기소 되고 재판 받더라도 무죄이니까 당선되면 시장 직무를 임기대로 끝까지 성실히 수행하게 됩니다. 이것을 저의 공약 1번으로 내걸겠습니다.> 만약 그 사람이 지금쯤 이렇게 공약 1번을 공표해준다면, 이는 포항시민들의 우려나 불안에 대해 공인으로서 기본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해. 공직 리더가 되자면 누구나 천하위공을 가슴 깊이 아로새겨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후보로 뛰었던 몇 사람이 이미 목소리를 높였다시피, 만약 그가 기소 되고 재판 받아서 포항시장 직위를 박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어떡합니까? 부디 그런 사태는 없어야겠는데, 만약 불행히도 그렇게 된다면, 그 책임추궁이 막막해집니다. 후보 본인, 포항 국회의원들, 경선 때부터 피의자 후보를 지지한 국힘 시ㆍ도의원들과 책임당원들과 유권자들, 국힘 중앙당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고 따져야 하겠지만, 막상 책임추궁의 뾰족한 방안은 없습니다. 포항의 품격이 망가졌든, 포항의 동력이 떨어졌든, 재선거 비용에 신성한 세금을 얼마나 더 때려넣든, 그저 비난과 비판을 보내거나 기껏 때늦은 후회나 할 테지요.그래서 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금부터 포항시민 개개인이 저마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스스로 내놔야 합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철학자 파스칼이 갈파하지 않았습니까? 인간은 갈대 같지요. 갈대가 온갖 바람에 늘 흔들리듯, 인간은 특히 돈이 개입된 이해관계라는 강풍에 크게 흔들립니다. 그저 사소한 관계라는 약풍에도 곧잘 흔들리는 존재가 인간입니다.하지만 갈대에게는 강건한 뿌리가 있듯이 인간에게는 양심에서 우러나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생각이 바로 인간에게 인간다움을 지켜주는 뿌리이고, 이 뿌리 덕분에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로 살아갑니다. 그런데 누워서 침 뱉는 격입니다만,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게도 포항시민들 스스로가 몇 년 전부터 <과메기 선거>를 말하곤 합니다. 생각이 없는 투표를 한다는 뜻이지요. 포항시의 품격과 동력을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도 포항시민의 정신, 그 생각의 뿌리에 달려 있거늘, 설마 <과메기 선거>가 포항정신입니까? 부끄럽고 서글픈 <과메기 선거>에 대해 포항시민 개개인이 저마다 <생각하는 갈대 같은 존재>로서 깊이 성찰해야 옳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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