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동해안 사람들이라면 2005년에 불어 닥친 태풍 ‘나비’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태풍 나비는 동해상을 지나면서 포항지역에서는 최대 500mm의 비가 내렸고, 최대순간풍속 30m/s에 육박하는 강풍이 불어 닥쳤다. 도심은 물바다가 되고, 농경지도 1000ha가 넘게 피해를 입었다. 또한 해상에서도 양식장피해, 어선침몰 및 파손 등 기록적인 피해를 입었다. 이렇듯 큰 피해를 남기는 태풍의 정체는 무엇일까? 태풍은 북태평양 대양(大洋)에서 발달해 중위도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여러 나라에 영향을 준다. 태풍은 적도부근의 저위도에서 축적된 에너지를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위도로 옮기면서 지구 전체적인 열 균형을 이루게 하는 기상현상이다. 하지만 태풍은 고온, 다습한 에너지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집중호우, 강풍, 풍랑, 폭풍해일 등 해상과 육상을 가리지 않고 그 영향을 받은 지역에 인적, 재산적 피해를 크게 입힌다.  우리나라는 보통 7월에서 9월에 태풍의 영향을 받으며, 매년 3개에서 5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다. 2005년 태풍 나비외에도 국민들이 기억에 남은 2000년대 태풍을 보면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를 꼽을 수 있다. 태풍은 많은 피해를 주는 만큼 그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 우선 기상정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저지대 및 상습침수구역 주민은 미리 대피해야 한다. 또한 배수로정비, 유리창 테이핑 작업 등으로 호우, 강풍피해를 대비하고 또한 대형공사장, 축대 등의 시설물 근처는 가급적 피해야한다. 특히 동해안은 태풍이 지나간 후에도 동해 먼 바다에서 발생된 너울로 인한 피해가 1~2일간 지속될 수 있으니 해수욕장, 방파제, 갯바위 등에서 안전사고에도 긴장을 놓아서는 안되겠다.  하지만 이러한 태풍에도 양면성이 있다. 기상학적으로는 태풍은 지구상의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가장 큰 운동현상이다. 즉 이상기후나 불균형에 의한 기상이변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사회경제적인 가치도 매우 커 태풍에 대해 재조명하는 시각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에서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6년 동안 우리나라에 미친 태풍의 경제적 가치를 약 8천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수자원확보에 7000억 원, 대기 질 개선에도 수백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 또한 태풍이 쓸고 지나간 해상에서는 적조현상도 해소가 되는데, 2013년도 죽음의 바다라 불렸던 남해안의 적조현상 때, 많은 사람들이 태풍이 북상하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 태풍의 혜택은 재산피해액의 약 8%정도가 된다고 한다.  올해에도 우리나라는 제8호 태풍 너구리, 11호 태풍 할롱, 12호 태풍 나크리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국지적이고 소규모 피해가 있었지만, 다행히도 조금씩 한반도를 빗겨나가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연이은 휴가철 주말에 태풍이 북상하여 피서계획을 취소한 사람들, 피서지 상인들에는 큰 악재였을 수 있으나, 큰 피해가 없었던 것은 오히려 다행이다.    9월까지 추가적인 태풍의 북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앞으로 발표되는 태풍정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누릴 수 있는 사회경제적 순기능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기상재해는 최소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겠다.(김승관 포항기상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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