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에 두 번 정도는 와이프의 작은 아빠, 엄마(처숙부님, 처숙모님)를 만납니다. 맛있는 음식도 함께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참 즐겁습니다. 작은 아빠와 엄마께서는 사업을 하십니다. 작은 아빠는 사장님, 작은 엄마는 실장님이세요. 그러다 보니 저희가 만났을 때 대화의 주제 대부분은 회사입니다. 어느 날 저는 작은 아빠와 엄마께서 회사 이야기를 하실 때 한 가지 재미있는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그건 바로 "아니"라는 말입니다."아니! 그러니까~“"아니! 내 말 좀 들어봐.“"아니!, 그건 알겠어요~"​상대의 말을 다 들으신 뒤에 "아니"로 말을 시작하거나, 상대의 말을 중간에 "아니"로 끊고 끼어드실 때가 많았습니다.​한국인의 종특(종족 특성) 중 하나가 ”아니“ 없이는 대화를 못하는 거랍니다. 이상한 말버릇인데 혹시 여러분도 "아니"를 입에 달고 사시나요? 제가 대화의 맥락을 다 고려해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어떤 사실을 강조할 때 ”아니“를 쓰기도 합니다(예시: "아니! 이게 이렇게 맛있다고?”). 그러나 대부분 “아니”는 `부정이나 반대’를 의미합니다.만약 여러분이 상대와 대화를 할 때 “아니”를 자주 쓴다면 여러분은 은연중에, 무의식중에 `네 말은 틀렸고, 내 말이 맞아(옳아)`라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상대와 나의 다름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거죠. 그러므로 “아니”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여기서 제가 지칭한 `관계`는 잠시 스치는 인연이 아니라 나와 일정 시간 이상을 함께 공유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뜻합니다. 나의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지인 등이죠.​생각해 보니 저도 3살 어린 친남동생과 서로 “아니”를 외치며 말다툼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약국에서 비타민C를 사서 많이 드셔야 한다고 하고(비타민C 메가도스 요법), 동생은 아니라고 비타민C는 과일 등의 음식으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으니 굳이 알약이나 분말로 챙겨 먹을 필요가 없고, 만일 먹더라도 500mg만 먹으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동생의 말에 저는 또 아니! 아빠는 암 환자고, 엄마는 당뇨 환자이기 때문에 정상인보다 비타민C를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하고, 동생은 제 말에 아니! 형이 의사냐? 많이 먹으면 신장결석이나 요로결석의 위험이 있다고 하면서 우리 형제는 계속 서로의 말에 ”아니“를 부르짖으며 말다툼을 했습니다.여러분, 도대체 왜 우리는 ”아니“라는 말을 많이 쓸까요? 왜 `네 말은 틀렸고, 내 말이 맞아(옳아)`라고 생각할까요?​그건 우리가 무의식중에 형성한 내 삶의 습관, 내 사고의 습관 등에서 못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피부로 느끼고, 생각하면서 축적된 경험들은 우리 마음속에서 어떤 모양(像)을 만듭니다. 이 모양을 심리학에서는 프레임(frame: 뼈대, 틀)이라고 표현하고, 불교에서는 까르마(업식)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만든 모양(프레임, 까르마)이 삼각형이면 나는 세상이 삼각형으로 보이는데, 다른 누군가가 내게 세상이 사각형이라고 하니까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그건 내가 상대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다름을 인정하는 겁니다. 나도 그렇고, 상대도 그렇고 서로 다른 모양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두 장님이 코끼리를 만질 때 한 장님은 코끼리의 다리를 만졌고, 다른 장님은 코끼리의 코를 만졌습니다. 누군가가 장님들에게 코끼리의 생김새를 물어봅니다. 다리를 만진 장님이 코끼리는 튼튼한 기둥 같은 동물이라고 말하자 다른 장님이 아니라고 코끼리는 뱀처럼 몸이 긴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다리를 만진 장님이 ”아니! 뭐 뱀? 이상한 소리 하고 있네“ 하면서 서로 싸우기 시작합니다. 두 명 중에 누구의 말이 맞고, 누구의 말이 틀렸나요? 두 명 모두 맞는 말을 했습니다. 그냥 본인들이 느낀 코끼리의 생김새가 서로 다를 뿐입니다.​저는 비타민C 메가도스 요법을 10년 넘게 해오면서 건강했기 때문에 부모님께 비타민C를 많이 드시라고 하는 거고, 동생은 비타민C를 먹지 않고도 건강해서 부모님께 비타민C를 구태여 드실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겁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렸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서로의 경험이 다를 뿐입니다.​여러분이 내가 좋아하는 어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이왕이면 상대도 즐겁고, 나도 신나면 좋겠죠? 서로 호감을 느끼면서 관계가 더 친밀해지면 좋겠죠? 어떻게 하면 그런 엄청난 일을 내가 주도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데 내가 중간에 ”아니“라고 하면서 끼어들고 싶을 때 또는 상대의 말이 끝나고 내가 ”아니!“로 말을 시작하고 싶을 때 딱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1. 알아차리기]내가 지금 또 ’넌 틀렸고 내가 맞아(옳아)‘라고 생각하는구나.[2. 다름 인정하기]조금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나 이외의 모든 사람은 ’나와 다른 나라에 살아서 문화가 전혀 다른 외국인이다. 혹은 이 사람은 나와 한국말만 통하는 외계인이다.‘라고 생각하고 나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세요.​[3. ”아, 그래?“라고 하고 내 생각 말하기]상대의 말을 웬만하면 중간에 끊지 마세요. 가만히 들으세요. 상대의 말이 끝나면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래? 이 부분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라고 말하시면 됩니다.​이제부터 저는 누군가와 ’비타민C를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면 이렇게 할 겁니다. 알아차리고,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은 후에 “아, 그래요? 맞는 말이죠. 저는 10년 넘게 매일 비타민C를 먹어서 그런지 제 건강에 메가도스 요법이 도움 된 거 같아요.”솔직히 여러분이 대화할 때 제가 알려드린 세 가지가 잘 기억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딱 한 가지 “아, 그래?”만 기억하세요. 여러분이 ”아니!“ 대신에 ”아, 그래?“라고 말하면 상대는 본인이 여러분에게 존중받는다고 느낄 겁니다. 나와 상대의 관계는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엄청난 일이죠.와이프가 작은 아빠, 엄마(처숙부님, 처숙모님) 회사를 다닙니다. 그래서 제가 와이프에게 요즘도 두 분이 서로 “아니!”라고 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시는지 물어봤습니다. 와이프가 웃으면서 그렇다고 하네요. 휴우... 두 분께 제가 쓴 이 글을 보여드려야 되겠습니다.◎ 생각해 보기​1. 나도 상대방과 말할 때 “아니!”를 많이 쓰는 편인가요?2. 나는 보통 “아니!”를 언제 쓰나요? (상대의 말을 중간에 끊을 때, 상대의 말이 끝나고 내가 말할 차례일 때, 어떤 사실을 강조할 때 등)​3. 내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때 제가 기억하라고 한 세 가지가 있습니다. 3가지가 뭐였죠?​4. 대화할 때 ‘“아니!” 대신 “아, 그래?”를 의식적으로 많이 사용해 보고 어떤 점이 좋은지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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