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 척 해줄께. 너에 대해서 무슨 얘기를 들어도. 모른 척 해줄께. 약속해주라, 너도 모른 척 해준다고. 겁나. 너는 말 안 해도 다 알 것 같아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주인공인 이지안(아이유 扮)이 자신이 정당방위로 살인을 저질렀던 과거를 사람들에게 들킬까 언제나 두려움 속에서 사는 모습에, 드라마의 다른 주인공인 박동훈(이선균 扮)이 전해주는 이른바 `어른`의 위로다. 그는 또 말한다. "누구 욕하는거 들으면 그 사람한테 전달하지마. 그냥 모른 척 해. 너희들 사이에서는 다 말해주는게 우정일지는 몰라도 어른들은 안 그래. 모르는 척 하는게 의리고 예의야. 괜히 말해주고 그러면 그 사람이 널 피해. 내가 상처받은걸 아는 사람, 불편해. 보기 싫어.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야.." 드라마의 대사를 빌어, 타인의 아픔에 대해 모른 척 해주리라 약속했던 배우 이선균, 그러나 언론들은 그를 모른 척 해주지 않았다. 피의사실공표죄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이선균에 대한 소문들을 마치 수사기관이라도 된 것 마냥 보도의 출처조차 밝히지 않은 채 쏟아냈고, 언제나 그렇듯 대중들은 정치인과 같은 공인도 아닌, 한명의 직업인에 불과한 연예인 한명의 송사에 쉽게 빠져들며 갑론을박을 해댔다. "나도 무릎 꿇은 적 있어, 뺨도 맞고, 욕도 먹고. 그 와중에도 다행이다 싶은건 우리 가족은 아무도 모른다는 거. 아무렇지 않은 척 먹을 거 사들고 집에 갔어. 아무렇지 않게 저녁을 먹고. 그래 아무 일도 아니야. 내가 무슨 모욕을 당해도, 우리 식구만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야. 그런데 어떤 일이 있어도, 식구가 보는데서 그러면 안돼. 식구가 보는데서 그러면, 그땐 죽여도 이상할게 없어" 이선균은 지난해 12월 27일 자신의 차량에서 결국 타인이 아닌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조사가 시작된지 약 2개월만이었다. 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일관적으로 부인해왔으며, 경찰의 마약 복용 여부 검사에서도 수차례 음성으로 판정되어 물증 또한 없었지만, 경찰은 전과 6범의 룸살롱 여실장의 진술에 따라 공개수사를 강행했다. 이선균은 불륜 의혹 및 협박 문제에 대해 자신의 휴대전화를 있는 그대로 제출하여 조사받겠다고 약속했고,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서도 일체의 물증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미 수천건의 언론보도를 통해 논란이 이어지자, 그가 촬영한 영화 `탈출`과 `행복의 나라`는 개봉이 불투명해졌고, 드라마 `노 웨이 아웃`에서는 하차했으며, 광고는 취소되거나 비공개되어 막대한 위약금을 지불할 위기에 처했다. 만천하가 이선균에 대한 `불확실한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이선균의 가족 또한 그의 모욕을 알게 됐다. 이선균은 누가 죽였나?   이태원 참사로 성과 잃은 윤석열과 한동훈의 `마약과의 전쟁`... 연예인 공개수사로 이어져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열린 할로윈 축제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린 와중에 한 골목에서 196명이 부상을 당하고 159명이 압사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매해 늘어나는 이태원 할로윈 행사로 인해 경찰은 2020년과 21년에 군중을 통제하여 압사를 막는 대책을 세워왔으나, 2022년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가 용산경찰서 내부에서도 제출되었지만 새로운 정부 치하의 경비운용계획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사고 당일 이태원에는 당초 계획 인원인 경찰 200명이 아닌 137명만이 배치되었는데, 예년에는 90명 정도가 지원 투입되었던 기동대 병력이 빠진 대신, `마약 단속`을 위한 `사복 경찰`이 대거 투입됨으로써, 제복 경찰과 달리 민간인과 구분이 가지 않아 적절한 통제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할로윈 축제에 갑작스런 `마약 단속`, `사복 경찰`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2022년 10월 14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의 날 기념사에서 "우리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달라"고 당부했으며, 11월 7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사고 발생 후 "대통령까지 나서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니 다른 업무를 제치고 마약 범죄에만 집중한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의 질의에 당일 마약에 상당한 비중을 둔 것이 맞다고 시인했다. 대통령부터 법무부장관까지 나선 `마약과의 전쟁`에 별다른 성과 없이, 오히려 대규모 인원 참사가 발생하며 국제적인 수모를 당하게 된 셈이다. 이후 경찰의 마약 수사는 연예계로 이어졌다. 2023년 2월 8일 TV조선이 `경찰, 프로포폴 상습투약 영화배우 출국금지`라는 제목의 뉴스를 단독으로 보도했고, 해당 배우는 유아인으로 알려졌다. 2월 25일 채널A는 유아인이 1년간의 기간에 걸쳐 프로포폴을 73차례 투약했다는 취재를 보도했다. 이후 유아인은 대마초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으나, 기타 약물에 대해서는 치료 목적임을 주장하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23년 10월 19일 인천광역시경찰청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영화배우인 40대 남성을 조사 중이라 밝혔고, 해당 배우는 이선균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관련하여 구속 조사 중이던 유흥업소 여실장의 증언에 따라 또 다른 연예인 가수 지드래곤을 또한 같은 마약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게 된다. 지드래곤은 이선균과 같이 줄곧 무혐의를 주장했고, 그 또한 모든 마약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며 경찰은 물증 없이 진술만으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비난에 휩싸인다.   연예인은 공인인가? 피의사실공표 범죄는 왜 처벌받지 않는가? "검찰, 경찰 그 밖에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공표(公表)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대한민국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의 내용이다. 염연히 명문화된 범죄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결코 지켜지지 않고, 설사 행해졌더라도 처벌받지 않는 범죄다. 소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단 한 건도 피의사실공표 범죄로 기소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경찰이나 검찰의 피의사실공표로 한번 마녀사냥을 당하게 될 경우 설사 무죄판결을 받더라고 대중의 지탄 속에 막대한 피해를 받게 되고, 피의사실공표로 인해 입은 피해는 검찰과 경찰, 그리고 그 어떤 언론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 2023년 11월 27일 KBS는 이선균과 유흥업소 여실장과의 사적 대화 녹취록은 단독 보도했다. 정작 내용은 마약 혐의와는 무관한 사적 대화라는 논란이 일었고, 송강호, 장항준, 봉준호 외 29개 단체와 2000여명의 연예인 연대가 `이선균 사건 진상규명 촉구 문화예술인 성명 발표`를 통해 해당 보도의 삭제를 요구했지만 KBS는 거부했다. 2023년 12월 27일, TV조선은 사망한 이선균이 아내와 소속사 대표에게 남겼다며 유서 내용을 공개했다. 이선균의 유가족들은 앞서 유서 내용에 대해 비공개를 요청한 바 있으며, 보도된 내용조차 허위라는 것이 밝혀지자 이선균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가 해당 내용을 보도한 기자를 고소했고 TV조선은 돌연 기사를 삭제했다. # 2024년 1월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부지 시찰 후 이동 중 한 남성에 의해 목의 경정맥이 칼로 찔리는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와이셔츠와 넥타이가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자칫 제1야당 대표가 사망할 수도 있었던 중대한 범죄였지만, 경찰은 살인미수범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신상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이유 또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 두 사건 중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피의사실공표는 어디에 적용되어야 할까? `공인(公人)`이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하며 기본적으로 공무원 및 정치인을 의미한다. 연예인은 엄연한 한 명의 사인(私人)이며 공인이 아니다. 노동력을 판매하는 회사원이나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소상공인처럼 연예인들 또한 자신들의 특정 재능이나 이미지 또는 캐릭터를 가공해 판매하는 직업인에 불과하다. 반면 정치인은 공인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법무부장관, 검사, 판사 등은 국민 모두가 살아가는 실제 현실을 규정하고 정의하며 사회와 경제 전반에 광범위하고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유독 정치에 대한 혐오는 점차로 강해지고, 연예인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대해가고 있다.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유흥에 가까워질수록 소위 기득권의 정치적 만행은 손쉬워진다. 상황의 전말은 무시하고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말들로 쉽게 특정 여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 언론이 진정 국민의 알 권리를 중시한다면 피의사실공표는 과연 어떠한 상황에 이뤄져야 하는가?     이선균, 편안함에 이르렀나?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동안 힘겨운 삶을 살아왔다가 종국에는 평화로운 일상을 찾은 주인공 이지안(아이유 扮)에게, 그녀의 아저씨 박동훈(이선균 扮)이 묻는 마지막 물음이다. 극 중 아이유가 분한 `이지안`의 이름의 의미가 `이를 지(至)`에 `편안할 안(安)`이라는 것을 알았던 이선균이 그녀의 평화로운 삶을 확인하며 전한 따뜻한 안부와 안도의 인사였다. "이선균씨, 편안함에 이르렀나요?"   이제 우리가 그에게 물어야 한다. 최소한 그를 죽음으로 내몰아간 수많은 기사들을 출처도 밝히지 않고 취재윤리조차 지키지 않으며 보도한 언론들은 물어야 한다. 그러한 언론과 기자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한 이선균은 아직 편안함에 이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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