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재 글에서는 또 한 번 수업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교사에게 모든 문제는 수업으로부터 시작이 되고, 모든 해결은 수업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사는 수업을 통해서 가장 큰 상처를 받지만, 또한 수업을 통해서 가장 큰 위안을 얻고, 회복된다. 때때로 수업은 나 하나와 수없이 다른 섬들의 분절이 만든 고독한 섬들의 좌표 같지만 하나의 섬과 수없이 많은 또 하나의 섬들이 무한의 고리로 연결될 때 그 환희와 성취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만들기도 한다. 회복하는 존재들의 섬에서 수업을 다루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나의 수업 이야기 4]   모든 것을 모든 방식으로 느끼는 것,모든 관점을 가지는 것,매 분마다 너 자신과 모순을 일으키면서 진실할 수 있는 것.-알바루 드 캄푸스, 「시간의 통로」중올해 나의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충분함’이었다. 충분하게 읽고, 충분하게 생각하고, 충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 보는 것.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관통’하는 생각의 지점들을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시간, 공간, 그리고 인간 사이의 관계. 매 수업을 시작할 때면 항상 이 단어 세 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주 수업은 제국의 시대였다. 제국의 시대, 사람들이 느끼는 시간의 변화는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을지, 그들이 존재했고, 또 경험했던 공간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그리고 인간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졌을지….제국의 개념을 설명하고,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다양성을 지닌 각기 다른 존재들이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했던 것은 무엇일까? 공동체를 운영하는 사람과 그 공동체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그것에-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대해 같은 판단을 할까? 다른 판단을 할까?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겐 너무도 쉬운 질문이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다소 어려운 질문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디벗*은 디지털 벗의 약자로 서울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태블릿 스마트 기기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습을 혁신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디벗은 디지털 벗의 약자로 서울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태블릿 스마트 기기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습을 혁신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학습지에 지금 생각나는 것들을 생각나는 만큼 써보게 했다. 생각이 나지 않으면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쉽게 쓰는 아이들도 있었고, 어렵게 고민하는 아이도 있었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이도 있었다.그리고 작성한 글들을 전자칠판을 통해 공유하며, 생각의 다양함을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부연 설명이 필요한 친구들은 자유롭게 부연 설명을 하게끔 했다. 자기주장을 열정적으로 표출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도, 나랑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라거나 혹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친구도,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표현하는 친구도 있었다.수업 서두의 질문은 정리하지 않고 열어두었다. 제국의 시대를 배우는 도중, 제국의 시대를 배우고 난 후 자신의 생각 변화를, 혹은 생각의 공고해짐, 혹은 생각하고 있지 않으나 더더욱 생각하고 싶지 않음을, 계속해서 자유롭게 보완하도록 열어두었다.디벗은 참 유용한 수업 도구이다. 구글 클래스룸으로 학습지를 공유하고, 학습지를 디벗으로 작성한 후 패들렛을 통해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학습이 마무리되면 업로드 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아이들이 수업 속에서, 수업 후에도, 수업을 준비하면서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고, 자료들을 많이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오늘은 모둠 수업을 진행했다. 제국의 시대 이전 중국의 역사를 이야기했다.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각축하며, 그 시대를 논했던 제자백가, 제자백가에 대한 토의 활동을 진행했다. 제자백가의 생각을 우리는 어떤 맥락에서 살펴봐야 할까?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한 방법론, 제국 시대의 이데올로기로서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 혹은 어떤 것이 더 정의롭고 타당한 것인가? 이런 류의 질문과 귀결이 맞을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왜 이런 종류의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이런 방향의 생각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각의 반영물들일까? 독특한 소수의 생각에 불과할까? 다양한 고민이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의 흐름일 뿐. 수업 전체를 아우르는 화두가 되어선 안 되지 않을까?우선 많은 자료를 주었고, 모둠별로 읽고 핵심을 정리하게 했다. 핵심의 정리는 각자의 선 경험, 판단, 독해력 등이 반영되어 다르게 쓰였다. 다르게 쓰이는 것은 때때로 오류이거나 부족함일 수도 있으나, 다양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다양함을 전자칠판을 통해 공유했다.그리고 모둠 내에서 상호 설득의 활동을 진행했다. 자신의 용어로 자신의 이해를 기초로 타인을 설득하는 활동, 충분히 이해하고 설득하는 아이도 있었고, 이해하지 못한 채 기술적인 방법으로 설득하는 아이도 있었고, 이해하지 못했기에 횡설수설하는 아이도 있었고, 설득 자체를 거부하는 아이도 있었고 침묵을 미덕으로 삼는 아이도 있었다.다음 시간은 전체를 대상으로 모둠 대표 간 토론을 진행하였다. 읽으면서 생각하고, 설득하며 생각하고, 토론을 경청하며 생각하는, ‘충분한’ 생각의 시간을 확보하려는 미약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운 것들이 많다.나는 나의 수업 시간에, 다양한 형태로 각자가 각자의 모습으로 이루어지는 배움들이 의미 있게 교류되길 바란다.내가 더욱 바라는 것은 나의 수업에서 모든 것을 모든 방식으로 느끼는 것, 모든 관점을 가지는 것, 매 분마다 너 자신과 모순을 일으키면서 진실할 수 있는 것.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글쓴이|이재호현직 중고등학교 역사교사로 재직 중 철학, 미학, 역사, 교육학 등에 관심이 많으며, 이를 공부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를 즐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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