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포항공과대학교) 반도체공학과 이장식 교수, 도현서 학생(학부 3학년) 연구팀이 오래 사용해 성능이 떨어지는 ‘피로현상’을 겪는 반도체 부품을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IEEE 전자 소자 학회 저널(IEEE Journal of the Electron Devices Society)’에 최근 게재됐다. 강유전체 메모리는 빠른 속도와 비휘발성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반복적인 동작에 따라 메모리 기능이 저하되는 `피로(fatigue)` 현상이 상용화를 가로막는 난제로 남아 있었다. 이는 반도체가 마치 사람처럼 `피로`를 느끼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피로현상은 전자기기 성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의 오랜 숙제였다.   연구팀은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강유전체 커패시터(전기를 저장하는 장치)`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에 주목했다. 이 부품 안에는 원자 수준의 작은 `산소 빈자리`가 있는데, 이것이 반도체 피로현상의 핵심 열쇠였다. 산소 빈자리는 양(+)전하를 띠고 있어 반도체를 오래 사용하면 이들이 중앙으로 몰리게 된다. 마치 사람이 피곤할 때 특정 부위에 통증이 몰리듯 산소 빈자리가 한곳에 뭉치면 반도체의 성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주목할 점은 이 ‘피로 상태’에 있는 반도체에 순간적으로 높은 전압을 걸어주면 반도체 내부 구조가 재정렬되면서 산소 빈자리가 다시 중성 상태로 바뀌고 고르게 분산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반도체는 마치 새것처럼 성능을 회복하게 되는데,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회복(recovery)’ 상태라고 명명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반도체 소자를 더 오래 쓰면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빠른 동작 속도와 신뢰성이 생명인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기기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장식 교수는 “이번 성과가 강유전체 소재를 이용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특히 학부생이 주도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또한, POSTECH 반도체공학과의 3+3 학사·석박사 연계 집중교육과정을 이수 중인 제1저자 도현서 학생은 “세계적 연구에 참여해 의미 있는 성과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라며, “앞으로도 반도체 분야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차세대지능형반도체 기술개발사업과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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