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일상은 마치 장미꽃과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는 고정된 루틴에 따라 삶의 공간을 영위해가고 형식적인 관계 속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채워질 수 없는 욕망에 얽매이거나 비속한 돈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간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일상의 비참함’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한 일상은 5월이 되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장미처럼 반복되기 마련이다.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일상은 강렬한 쾌락을 불러일으키고 창조성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르페브르는 ‘일상의 위대함’이라 불렀다. 그처럼 일상은 우리가 향기에 눈이 찔리고 가시에 손이 찔리고 나서야 그 매혹을 발휘하는 장미와 같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일상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늘 일상으로부터 단절과 일탈을 꿈꾼다. 이 글은 그 하나의 방법으로 관점의 변화와 그것을 유도하는 사진 찍기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를 말하고 싶다. 우리 대부분은 결국 일상의 생활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일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존재로 우리 자체를 탈바꿈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것은 그리 거창한 일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일상에서 흔히 실천하고 있는 일이다. 바로 사진을 찍는다는 건 우리가 일상에서 스쳐 지나간 풍경에 주목하고 사소한 대상에 은폐된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다. 평소 인간의 눈은 익숙함이라는 자기중심성에 함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진 찍기가 디카시의 출발점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이미 디카시인으로서 요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대체 디카시(dica-poem)란 무엇인가. 디카시란 디지털카메라(digital camera)의 줄임말인 디카와 시(poem)가 합쳐진 것으로, 영상언어로 대표되는 사진과 문자언어로 대표되는 시가 결합된 시 장르이다. 다시 말해, 디카시는 일상의 풍경이나 사물에서 촉발된 시적 영감을 순간 포착한 사진과 함께 그것을 짧은 문자로 재현한 시가 결합된 것이다. 물론 이때 문자로 표현된 시는 사진으로 포착한 시적 영감의 강렬함을 헤치지 않고 여백의 형태로 보존하기 위해 통상 5행을 넘지 않는 것이 관례이다. 엄밀하게 볼 때, 사진으로 포착된 시적 영감은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시(raw poem)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디카시는 디지털카메라가 내장된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한 새로운 소통방식의 등장에 힘입어 뉴미디어 시대에 최적화된 시 장르로 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디카시를 통해 우리의 일상이 손바닥 위에서 한 송이의 장미로 탈바꿈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매혹적인 디카시의 세계에 들어서기 위해 아래의 시를 읽어볼 때가 되었다.   어쩌면 위의 디카시에서 가장 먼저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사진을 가득 채운 쥐치의 풍경일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감각기관 중 시각이 이미지와 영상에 쉽게 노출되거니와 디카시의 구성상 사진이 맨 먼저 등장하기에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영덕, 울진, 포항과 같은 지역 수산시장에 가면 쥐치는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생선이고, 그런 바닷가에서 말끔하게 손질된 쥐치를 햇볕과 바람에 말리고 있는 모습은 별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풍경일 것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포항의 구룡포에서 살아왔다는 시인에게는 더더욱 그러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이어지는 문자시를 읽게 되면 그런 쥐치 혹은 쥐치를 둘러싼 풍경이 어째서 시인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바로 시인은 쥐치의 비린 냄새와 딱딱한 이미지로부터 누군가의 가슴에 맺힌 슬픈 사연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후동 댁”이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사람은 포항 남구 구룡포읍에 있는 후동 출신으로, 한평생 이곳에서 고기 손질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삶은 속 썩이기 일쑤인 남편으로 인해 가장으로서 짐까지 짊어져야 했기에 더욱 억척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고기를 손질할 때마다 노래를 부르며 삶의 애환을 달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진짜 노래는 남편이 저 세상으로 훌쩍 떠나고 나서 시작되었을 거다. 장르는 단조풍의 이별 노래. 세상의 모든 이별 노래가 그러하듯 그녀 또한 떠난 이를 향한 원망 섞인 사랑을 노래한다. “사랑했다 야속한 사람아”라고. 이 순간 우리는 평범한 쥐치가 노래의 악보로 탈바꿈하는 것을 다시금 올려다본 사진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특별함은 우리의 손바닥에서 탄생할 수 있다.글쓴이|최호영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주로 비교문학, 사상사, 문화콘텐츠의 관점에서 현대시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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