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포항공과대학교)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 박성민 교수, 이지호 박사(現 삼성리서치) 연구팀이 뇌의 심혈관 조절 원리를 재현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만들어 고혈압 치료의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대상을 가상 환경에서 재현하는 기술로, 이 연구는 네이처(Nature) 파트너 저널인 ‘npj 디지털 메디슨(npj Digital Medicine)’에 지난달 23일 게재됐다. 고혈압은 ‘조용한 살인자’로 불린다. 뚜렷한 증상은 없지만 심장병과 뇌졸중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부담과 약물 부작용은 환자들에게 큰 고통이다. 최근에는 약 대신 인공적으로 신경신호를 조절해 혈압을 낮추는 신경자극(neurostimulation)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지만, 자극이 혈압 변화로 정확히 이어지는 과정을 예측하기 어려워 정밀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POSTECH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혈압 조절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고립로핵*(이하 NTS)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 NTS에서는 몸 곳곳에서 전달되는 다양한 신경신호가 몇 가지 핵심 신호로 압축되는 `저차원 잠재공간 변환` 과정이 일어남을 규명했다. 예를 들어 `혈압이 높아요`, `심장이 빨리 뛰어요`, `혈관이 좁아졌어요` 같은 신경신호들이 들어오면 이를 종합해 `혈압을 낮추자` 또는 `혈압을 올리자`는 간단한 명령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함으로써, 자극으로 변조된 신경신호가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효과적인 자극을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립로핵(NTS, Nucleus Tractus Solitarius): 뇌간(brainstem)에 위치한 중요한 신경핵으로, 신체의 자율 신경계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혈압, 심박수, 호흡과 같은 생리적 기능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양한 신경 신호를 처리하여 신체의 생리적 상태를 조절한다.
무엇보다 개발된 뇌-심혈관 디지털 트윈은 실제 치료 기술로의 적용 가능성까지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환자마다 맞춤형으로 가장 효과적인 신경자극 패턴을 찾아주는 자동 최적화 시스템의 개발 가능성도 입증했다. 이 시스템은 센서를 통해 환자의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혈압을 최적화할 수 있는 신경자극을 계산해 낸다. 특히, 현재 병원에서 사용 중인 의료기기와 연동이 가능해 임상 현장에서 빠르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POSTECH 박성민 교수는 “디지털 트윈 기반 신경자극 기술은 고혈압 관리 방식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 Computer Interface)를 이용해 약물 의존도를 줄이고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 “환자 맞춤형 치료 시대를 앞당기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중견연구과제, 미래유망 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