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속엔 그대가 있다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환상 속엔 아직 그대가 있다지금 자신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중략....그대의 환상 그대는 마음만 대단하다그 마음은 위험하다 자신은 오직꼭 잘 될 거라고 큰소리로 말을 하고 있다하지만 지금 그대가 ..
광복절이 어느 개인의 소유물인가? 어느 단체의 소유물인가? 어느 정당의 소유물인가?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올해 광복절은 소유물을 찢듯이 갈라졌다. 79년 전 남북으로 갈라졌던 광복이 이번에는 대한민국 내부에서 갈라진 꼴이었다. ..
지난해부터 고서(古書)를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다. 고서라는 것이 워낙 범위가 넓어 수집하는 장르가 분명치 않으면 본의 아니게 이것저것 사게 된다. 필자의 기준은 포항 출신 선비의 문집이나 포항 관련 시가 수록된 타지역 출신 선비의 문집이다.문집을 수집할 때 목록에 포..
저는 기업교육 컨설팅 회사에서 일을 했습니다. 고객사에 적합한 교육을 기획하고 제안하는 업무를 주로 했죠. 그러다 보니 이런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금요일 오후 5시, 퇴근하기 1시간 전에 고객사 담당자의 전화가 옵니다. 본인이 기획하고 있는 교육이 있는데 다음 주 ..
일상에서 제가 싫어하는 사람은 담배를 걸어가면서 피는 사람입니다. 소위 '길빵'이라고도 하죠. 흡연 장소가 마땅치 않아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서 가만히 피는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흡연 욕구를 못 참고 걸어가면서 피면 인도에 같이 걸어가는 사람은 담배 연기를..
군대도 안 가본 위정자들이 전쟁을 논하고, 서민 맞벌이 부부로서 출산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출산과 무통분만의 가격을 결정짓고, 생계형 알바를 안 해본 금수저들이 최저시급을 협상하고, 친일파 집안의 자녀로서 일본과 화해를 권하고, 의료대기를 안 해보지 않은 자들이 의사
토요일 아침, 승민이가 자전거 타고 싶다고 했습니다. 주말이라서 겸사겸사 서울 은평 한옥마을로 나들이 갔습니다. 승민이 나름대로 발에 힘을 줘서 세발자전거 페달을 밟았지만 앞으로 잘나가지 못했습니다. 아들 혼자 끙끙거리는 모습이 퍽 귀여웠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승민이..
BC 5C 경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자신이 사는 시대가 "미쳐 날뛰는 불화"와 "아테 (미망, 맹목, 눈멂) 의 풀밭"이 판을 치는 살육, 원한, 죽음으로 가득 찬 시대라고 보았다.엠페도클레스가 살던 시대는 금권주의적 민주정과 대중영합적 참주정이 휩쓸고 지나..
2024년 4월에 첫 고해성사를 했습니다. 괜찮게 살아온 것 같았는데 제가 지금까지 많은 잘못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하나 모든 것을 밝힐 수는 없지만 아주 어렸을 때 문방구 근처에 있는 자전거를 훔쳐서 탔던 일, 3살 터울의 남동생을 아무 이유 없이 제 ..
드로메논은 “행해진 것”이라 불려지고 있으며 예술과 제의에 의해 공유되고 있는 어떤 충동(impulse), 즉 욕망의 대상이나 욕망의 행위를 재현함으로써, 즉 그것을 만들거나 행하거나 장식함으로써 강렬하게 느껴지는 정서 및 그런 욕망을 표출하고 나타내려는 욕망에 있다...
이제 6살인 아들(승민이)을 키우고 있습니다. 승민이가 어릴 때 병원 가는 걸 참 무서워했습니다. 예방 접종 주사 맞으면 따끔 아프니까 주사 맞기 전부터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열이 나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줄 때는 어찌나 먹기 싫어하는지 약 먹이는 게 고역..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직장에서 갑자기 상사에게 크게 혼나거나 또는 고객이 내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이유들로 컴플레인을 걸었을 때 어떨까요? 당황스럽기도 하겠지만 이 스트레스 상황 때문에 갑작스럽게 심장이 빨리 뜁니다. 다들 겪어보셨을 겁니다.우리가 스트레스..
이번 연재 글에서는 또 한 번 수업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교사에게 모든 문제는 수업으로부터 시작이 되고, 모든 해결은 수업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사는 수업을 통해서 가장 큰 상처를 받지만, 또한 수업을 통해서 가장 큰 위안을 얻고, 회복된다. 때때로 수..
이 책을 읽고 문득 떠올랐던 것은 10년 전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고창석이라는 배우의 이야기였다.고창석은 당시 다소 생소한 공동육아에 관해 이야기했었다. 공동육아와 공동교육, 그리고 그것을 위한 생활공동체, 책에서만 있는 ‘이상’ 혹은 ‘실험’으로서의 이야기라 생..
시인 이성복은 모두가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파하지 않는 세상에서 표류하는 개인들을 응시한다. 체제에 항거하다 무기력하게 무너져 버린 개인, 혹은 개인으로서의 존재성을 애초에 상실한 개인, 자신의 함몰을 망각하기 위해 통증마저 마비시킨 개인, 바로 세상이(말 잘 듣는) ..
세상엔 다양한 그물이 있다. 물고기를 잡는 어망부터 해충을 막는 방충망까지, 우리네 일상에 뗄레야 뗄 수 없는 게 그물(網)이다.그물은 노끈이나 실, 쇠줄 따위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물과 공기는 통하되 그물코 보다 큰 물체는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구조다.이 같은 그물의..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 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방의 폐허를 들여다볼 뿐이다.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가.무턱대고 함..
우리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점심시간까지 포함하면 약 9시간을 회사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거죠. 회사에서 일할 때 생기는 가장 큰 스트레스가 뭘까요? 상대와 관계가 불편할 때입니다. 일이 힘든 거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와 트러블이..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 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방의 폐허를 들여다볼 뿐이다.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가.무턱대고 함..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Harmony in Blue and Silver라는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어떤 서사를 품고 있을까요?저는 이 그림을 볼 때면 에밀리 디킨슨의 시구가 떠오릅니다.after great pain, a formal feeling comes, 번역하면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