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살필 때 챙겨둬서 유익할 지식들이 있습니다. 피해야 할 실수도 여럿입니다. 구분 없이 나열해 보겠습니다.
땅 이름에 대해서도 기초적인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 산촌 어른들과 소통하기에 좋습니다. 첫째, 산은 ‘주인’을 옳게 찾아 물어야 그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들을 수 있습니다. 산촌에서는 권역에 따라 네 산 내 산 나누는 관습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법적인 소유권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이 책이 하려는 작업의 중심은 옛 어른들이 전승해 온 산에 관한 명칭과 그분들의 근세 생활사를 채록하는 것입니다.
산줄기 파악은 우리 문화 이해의 첫걸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생활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온 것은 지형이고, 우리나라에서 그 지형을 결정하는 것은 산줄기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산을 편하게 생각합니다. “산이 산이지 뭐 별 거 있겠느냐”는 식입니다. 워낙이 모두들 산 가까이서 살다 보니 그런가 봅니다. 등산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등산인구가 는 뒤에는 더욱 그런 듯합니다. 산에 가 본 적 없는 사람까지 덩달아 그런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우리 땅은 어딜 가나 산입니다. 광활한 평야지대가 펼쳐지는 딴 나라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온전한 평야는 적고 산줄기 사이 사이에 분포한 골짜기 땅들이 논밭이 돼 줍니다. 산은 자연스레 한민족이 기대어 사는 바탕이 됐습니다. 산은 사람들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큰 산줄기는 그 양편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다른 방언을 쓰게 하고 노래까지 서로 다른 걸 부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보다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산은 사람들의 생활권을 가르고 혼인권역을 구획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