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최초로 사람의 이름을 딴 기차역이 있다. 바로 경춘선을 잇는 김유정 역이다. 어쩌면 소설가 김유정을 모르는 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순박하면서도 애처로운 느낌이 물씬 드는 그의 소설 〈동백꽃〉, 〈봄·봄〉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으리라. 그만큼 김유정의 소설은..
봉준호 감독의 명작 〈설국열차〉(2013)에는 인류 역사의 축도라고 할 만한 열차가 등장한다. 바로 이 열차의 꼬리칸은 자본을 가지지 못해 빈곤에 허덕이는 피지배층이 거주하는 곳이고, 머리칸은 자본을 가지고 있어 풍요를 누리는 지배층이 거주하는 곳으로 설계되어 있다. ..
“나환자와 결핵 환자 치료 등 울릉도 주민들을 위해 젊음을 바친 ‘한국의 슈바이처 이일선 목사’를 아시나요!”1961년 울릉도로 들어가 18년간 울릉도 주민들을 위해 헌신한 의사이자 목회자요, 농촌 계몽 운동가였던 고(故) 이일선 목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재..
목전의 4월은 마치 캄캄한 터널로 향하는 입구와 같다. 그 터널로 들어서자마자 한 줄기 빛이 쏟아지는 출구로 가닿기까지는 별수가 없다. 그저 눈앞의 어둠을 응시한 채 오직 내 몸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엄연히 말해 그 소리는 불명확한 신..
인간이 공간을 만들기도 하지만, 공간이 오히려 인간을 만들기도 한다. 공간을 향한 인간의 각별한 지향성 때문이다. 그걸 우리가 토포필리아(Topophilia)라는 말로 부른 지도 오래되었다. 중국 태생의 지리학자 이-푸 투안(Yi-Fu Tuan)은 이제 이 분야의 고전..
국내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곳. 설국(雪國) 울릉도에 겨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안수밭등’을 넘는다는 것은 죽장면 하옥리 구역을 벗어나 상옥리 구역으로 들어선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우리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드디어 상옥리 구간으로 들어서겠습니다.
하옥북릉 분기점인 710m봉을 지나면서 낙동정맥은 본격적으로 포항 구간의 주행을 시작합니다. 주왕산 권역의 별바위봉을 떠난 지 14km, 피나무재서 출발한 지 11km만입니다.
이제 710m봉을 조금 세밀히 살펴둘 차례인가 합니다. 드디어 포항 땅이 시작되는 시점(始點)이기 때문입니다. 청송-포항 경계가 되는 하옥 북릉이 저기서 출발한다고 주목한 뜻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저러고 보면 710m봉은 포항 땅의 깃대봉인 셈입니다. “여기부터는 포항 땅이네!”하고 선언하는 깃발을 내 단 듯 하는 것이 710m봉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낙동정맥에 있는 산덩이 중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을 한번 꼽아 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아, 그 산!' 하고 짐작할 만한 산을 골라 내 그것으로부터 포항 땅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이해하기 좋을 듯해서입니다.
이 책은 2012년 5월부터 2013년 6월 사이 포항 땅을 답사해 만든 보고서입니다. 세월이 지나면 땅 모양도 많이 변합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달라지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답사 기간에 유의함으로써 이해에 혼란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산을 살필 때 챙겨둬서 유익할 지식들이 있습니다. 피해야 할 실수도 여럿입니다. 구분 없이 나열해 보겠습니다.
땅 이름에 대해서도 기초적인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 산촌 어른들과 소통하기에 좋습니다. 첫째, 산은 ‘주인’을 옳게 찾아 물어야 그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들을 수 있습니다. 산촌에서는 권역에 따라 네 산 내 산 나누는 관습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법적인 소유권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이 책이 하려는 작업의 중심은 옛 어른들이 전승해 온 산에 관한 명칭과 그분들의 근세 생활사를 채록하는 것입니다.
산줄기 파악은 우리 문화 이해의 첫걸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생활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온 것은 지형이고, 우리나라에서 그 지형을 결정하는 것은 산줄기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산을 편하게 생각합니다. “산이 산이지 뭐 별 거 있겠느냐”는 식입니다. 워낙이 모두들 산 가까이서 살다 보니 그런가 봅니다. 등산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등산인구가 는 뒤에는 더욱 그런 듯합니다. 산에 가 본 적 없는 사람까지 덩달아 그런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우리 땅은 어딜 가나 산입니다. 광활한 평야지대가 펼쳐지는 딴 나라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온전한 평야는 적고 산줄기 사이 사이에 분포한 골짜기 땅들이 논밭이 돼 줍니다. 산은 자연스레 한민족이 기대어 사는 바탕이 됐습니다. 산은 사람들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큰 산줄기는 그 양편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다른 방언을 쓰게 하고 노래까지 서로 다른 걸 부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보다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산은 사람들의 생활권을 가르고 혼인권역을 구획 지었습니다.